[인터뷰] 성원용 울산 경동충전소 대표
“수소충전소, 남에게 추천하기 어려워”

▲성원룡 울산 경동충전소 대표.
▲성원용 울산 경동충전소 대표.

[이투뉴스] “처음에는 모르고 시작했다. 지원하면 시에서 공짜로 지어준다니까.”

‘울산 경동충전소’의 성원용 대표는 국내 최초의 에너지 복합스테이션을 시작하면서도 큰 계획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김에 주유소와 LPG충전소를 운영하면서 함께 수소충전소도 운영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성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복합스테이션 운영은 녹록치 않은 수준을 넘어 남에게 추천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성 대표가 운영하는 경동충전소는 전통연료인 휘발유, 경우, LPG는 물론 전기, 수소까지 다양한 차량용 연료를 충전할 수 있는 국내 1호 복합에너지 스테이션이다. 울산광역시 북구 연암동에 자리잡은 경동충전소는 5000㎡ 부지에 기존 주유시설과 LPG충전기 사이 유휴공간에 수소충전 인프라를 구축해 2018년부터 수소충전소도 겸하기 시작했다. 경동충전소 이후 복합에너지 스테이션이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최초라는 타이틀은 쉽게 퇴색하지 않는 법이다.

수소충전소는 외관상으로는 일반 주유소와 큰 차이가 없다. 튜브형 용기에 담긴 수소를 압축설비에 일시 저장했다가 수소차에 700bar의 압력으로 충전한다. 현대 수소차 넥쏘에 수소 6.33kg를 넣으면 600km 이상 달릴 수 있다.

경동충전소의 수소충전기는 울산광역시가 구축비용을 지원하고 울산테크노파크가 구축 전 과정을 지원·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광역시는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차 보급확대 정책에 발맞춰 충전인프라 확충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평을 듣는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42개 수소충전소 중 5개를 울산시가 유치했으니 수소차 보급에 얼마나 공을 기울이는지 알만하다.

▲국내 1호 에너지 복합스테이션인 울산 연암주유소.
▲국내 1호 에너지 복합스테이션인 울산 경동충전소.

◆“수소와 수익은 관계가 없다”
울산시가 수소차 보급에 공을 기울이는 것과는 별개로, 성 대표는 “수소와 수익은 관계가 없다”며 “2018년 10월부터 지금까지 2년 이상 이상 운영했지만 수익이 적어 무상AS기간이 끝난 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성 대표에 의하면 경동충전소는 하루 100~140대 가량의 수소차가 방문하는 인기 충전소다. 양재 수소충전소의 운영중지로 수요가 몰린데다 안전성 측면에서 인정받는 국회 수소충전소의 하루 수소차 충전대수가 평균 70대 남짓한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경동충전소의 경우 24시간 운영된다는 점도 작용했을 테지만 차이는 크다. 그럼에도 성 대표는 수소충전소 운영에서 수익이 전혀 나지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재고관리 측면에서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성 대표는 “수소는 매우 가벼운 가스”라며 “20톤 가량의 수소튜브를 수송받아도 안에 들어있는 건 고장 200kg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승용차 40대 정도가 충전하면 다음 수소튜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충전소의 수소튜브는 영업전일 주문넣는다”며 “수소의 경우 하루 세 번 오전 10시, 오후 4시, 오후 10시 배달오는데 만약 판매량을 예측하는데 성공한다면 다행이지만 맞지 않으면 물량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물량부족 사태가 일어나곤 하는데 개선할 방법이 없다”며 “수소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한두시간은 충전소를 휴업하게 된다”고 말했다.

성 대표는 이 같은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충전소 규모를 키우는 것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유소 유휴부지가 있었기 때문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한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며 “만약 다른 용도로 이용하고 있는 땅이었다면 수소충전소를 시작한다는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가지 우연이 겹쳐져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게 된 셈이다.

그는 이 같은 점이 석유, LPG와 크게 비교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석유수송차의 경우 수송일만 대략 정해져 있을 뿐 이처럼 세세한 대비가 필요없다. LPG 역시 마찬가지로 대략적인 수송시간만 정해둘 뿐 수소처럼 정확한 시간을 따지지는 않는다. 수소는 한 시간만 오차가 생겨도 물량부족 사태가 일어난다. 충전소와 소비자 모두에게 불편한 셈이다.

그나마 수소를 직접생산하는 덕양이 40분 거리에 있어 성 대표의 사정은 나은 셈이다. 타 지역 수소충전소의 경우 작은 교통체증으로도 수소수송이 늦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불편함에 성 대표는 LPG나 석탄을 직접 개질해서 수소로 만드는 개질기도 알아봤지만 “알아볼 당시 가격이 40억원하더라”며 “게다가 이제 관련산업이 이제 막 궤도에 올랐을 뿐이라 고장문제도 많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실망 섞인 목소리를 냈다.

성 대표는 “많아봐야 하루 수소차 150대 정도 충전하는게 전부인데 주유소는 판매량이 많은 날은 1000대가 넘어가는 날도 있다”며 “수익성 측면에서 수소충전소와 주유소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수소가 많이 팔리질 않으면 비싸게 팔아야 수익이 남을 것”이라며 “하지만 수익성만 따지다가 휘발유보다 비싸게 팔기 시작하면 아무도 수소차를 몰지 않는 역설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성 대표는 “현재의 수소튜브 트레일러 방식보다는 덕양에서 충전소까지 수소를 직접공급하는 배관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준공을 앞둔 울산 투게더 수소충전소는 기존 수소튜브 트레일러 수송이 아닌 수소배관을 이용한다. 덕양에서 투게더까지 2km의 수소공급 배관을 설치해 수소튜브 트레일러 배치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아 충전소 부지소요가 적다. 또 튜브 트레일러 방식이 기존에 사용하던 고압 압축기도 필요없다. 그는 “울산시는 우리 경동충전소에도 배관을 깔 계획이 있다고 하지만 정작 시기에 대해서는 입 다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문제도 있다. 수소경제사회로 나아간다면서 정작 실제로는 꽉 막혀있는 규제가 그것이다. 성 대표는 먼저 수소충전소 사업자가 1회 105만원의 수수료를 무는 품질검사를 의무적으로 4회 이상 실시해야 하는 점을 예로 들었다. 석유류와 LPG의 품질검사비는 무료인데 수소만 유료인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수소시료를 채취하면서 시료의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 것도 아쉽다고 밝혔다.

▲덕양의 튜브트레일러 수송차.
▲덕양의 튜브 트레일러 수송차.

◆비싼 부품·고장에 내년부터 적자 돌입
그는 수소충전소 수익은 내년부터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 대표는 “8월 무상AS 기간이 끝나면 AS비용만 1억원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소충전소 1년 기대수익이 1000만원 정도인 점을 생각하면 수소충전소 사업을 더 영위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성 대표는 “조만간 대중이 ‘최초의 에너지 복합스테이션, 최초로 문 닫는다’는 제목의 신문기사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수소충전소 운영 초기부터 AS비용과 관련된 문제제기를 꾸준히 해왔지만 대책은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성 대표에 의하면 경유 주유총은 30만원, 휘발유 주유총이 60만원 정도의 가격이지만 수소 충전총은 1000만원을 호가한다. 싼 부품이 없다. 수소충전기 부품은 최소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도 올라간다. 비용은 둘째치더라도 수명이 짧은데다 국내제조 부품이 적어 수급이 오래걸린다. 수소충전기 안전장치인 방출관이 오일에 오염돼 새 부품을 일본에서 안전인증 받기 위해 5주나 휴업한 적도 있다.

성원용 대표는 “저희 수소충전소도 언제 문 닫을지 알 수 없는 판국에 남에게 추천은 못한다”며 “최악의 사태를 가정한 것이지만, 대통령이 바뀌어서 수소경제 로드맵이 뒤집힌다면 수소충전소나 넥소는 전부 고철덩어리가 되고 말 것”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남에게 추천하기에는 수소충전소 관련 지원 및 정책이 부족하다는 씁쓸한 고백이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