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진흥委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계획 시끌
원전전문가 "제2의 SMART 원전사업 전락 우려 농후"

[이투뉴스] 700MW 외산 원전(월성원전)으로 산업화를 시작해 1000MW 표준원전과 1400MW 개량원전(ARP1400) 등으로 설비 덩치를 키워 온 국내 원자력계가 돌연 300MW 이하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 SMR) 개발로 방향을 튼다. 사회적 비용 증가와 전력시장 변화로 원전시장 수요가 대형에서 SMR로 재편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세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원자력진흥위원회는 28일 서울청사에서 제9회 진흥위를 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보고한 ‘원자로 기술개발 현황과 향후 추진전략안’을 논의했다. 황주호 경희대 교수와 정연호 대덕원자력포럼 회장 등 원자력에 우호적인 민간 원자력계 인사들을 새 위원으로 위촉한 뒤다.

이날 논의된 원자로 기술개발 추진안은 과기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협력해 SMART 해외건설로 소형원자로 시장을 선점하고 일명 ‘한국형 혁신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해 미래 시장을 과점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과기부 원자력 연구개발부서를 주축으로 향후 8년간 i-SMR 개발에 약 4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내년에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부는 이날 원전시장 현황분석 보고에서 “대형원전 시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사회적 비용 증가와 세계적으로 전력시장이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개편됨에 따라 초기투자비가 낮은 발전원을 선호하는 전력시장 변화로 정체 상태”라면서 “하지만 투자비가 저렴하고 증설이 용이한 SMR은 지속적 확대가 예상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SMR 중심으로 세계 원전시장의 재편이 시작됐고, 이미 개발된 SMART 원전 실증으로 신시장에 적기 진입해야 한다”면서 “산‧학‧연 협력을 통해 I-SMR 개발을 추진하고 선진원자력 시스템 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SMR기술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SMART 표준설계변경인가, 2024년까지 SMART 혁신기술개발사업을 각각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까지 2030년 세계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i-SMR 모델을 확정하기로 했다. 사업기획은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연구원이 맡기로 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미래도 불확실한 사업에 혈세를 쏟아 붓는 일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5000억원 가까운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도 아무런 성과를 올리지 못한 SMART 원전사업의 연장선이나 재판이 될 것이란 우려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국가백년대계는 어디가고 핵무기 연관기술에 돈을 펑펑 쓰겠다는 것이냐”면서 “제2의 SMART 원전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SMART 원전은 아직 국내 원자력계 내부에서조차 기술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해 대전 원자력연구원에 건설하려던 계획조차 반발로 무산됐다. 여기에 원전 설비용량이 작아도 사회적 수용성은 대형원전이나 마찬가지여서 딱히 건설할 곳이 없다. 이런 상황에 수천억원을 추가 투입해 i-SMR을 개발해도 미래 수요가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국내서도 짓지 못한 SMART 원전을 사우디에 수출하겠다는 주장은 허위다. 수출국에서도 검증 안된 원전을 누가 자국에 설치하겠냐. 결국 연구비나 펑펑 쓰겠다는 얘기”라면서 “이런 연구비를 타당성 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고 결정해선 안된다. 원자력진흥법 자체를 없애고 에너지위원회가 진흥위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돈만 쓰고 결과는 없는 연구가 끝나면 연구자들은 모두 퇴직해 있을 것”이라며 “국내에 너무 많은 핵바이러스가 침투해 있다. 시민사회의 탈핵‧반핵운동과 원자력 전문가들의 소신발언만이 그런 바이러스를 퇴출시킬 백신"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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