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50 LEDS’ 통해 미래에너지로 깨끗한 전기와 수소 지목
단순 정책방향 아닌 국제사회와 약속, 뒤따르는 책임 감안해야

[이투뉴스] “지금까지의 에너지전환은 친환경 에너지, 저탄소 경제로 변화하는 것이 필요한만큼 서서히 그 방향으로 움직이자는 권고분위기였다. 하지만 2050 탄소중립 선언은 파장이 전혀 다르다. 방향성이 아닌 ‘반드시 가겠다’는 약속을 국제사회에 공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결정은 여러 가지 책임과 비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고, 목표달성을 위해선 국가 전체적으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특히 에너지 분야가 확 바뀌어야만 실현이 가능하다. 이제부터는 진짜 미래에너지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에너지업계 한 CEO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을 이렇게 평가했다. 지금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전환 정책의 경우 나아가야 할 방향제시 수준이었다면 이번이야 말로 더 이상 되돌아갈 수 없도록 대못을 박았다는 의미다. 특히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50 국가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작년말 유엔에 제출했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과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탄소중립은 어려운 과제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우리가 어려우면 다른 나라들도 어렵고, 다른 나라가 할 수 있으면 우리도 할 수 있다.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지구를 살리고 나와 이웃, 우리 아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시작하자”고 대국민 메시지를 내 쉽지 않은 과제임을 토로하기도 했다.

후속과제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선 가장 옥죄어야 하는 에너지 분야의 대대적인 변화도 시작됐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산업통상자원부 내에 에너지전담차관 신설을 주문하는 등 한 단계 뛰어넘는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또 범정부 차원의 탄소중립위원회 설치·운영도 지시, 올해 안에 그린뉴딜과 연계한 탄소중립의 구체적인 실행방안 마련이 이뤄질 전망이다.

에너지전문가들은 2050 탄소중립 선언은 무엇보다 에너지 분야에 가장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한다. 화석에너지에서 청정·저탄소 에너지로의 전환은 이미 시작됐지만 그 속도가 한층 더 가팔라질 것이란 의미다. 특히 1차 에너지원으로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드는 그린수소가, 최종에너지로는 그린전기가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모습.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모습.

◆경제·사회 전반의 녹색전환 본격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염, 폭설, 태풍,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은 이제 일상이 될 정도로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30년 사이에 평균온도가 1.4℃ 상승했고, 사과를 비롯한 과수와 각종 작물의 재배지역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갈수록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어 방치할 경우 더욱 가파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반도의 기후변화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통계가 있다. 과거 30년과 최근 30년의 계절길이를 비교한 결과 놀랄만한 사실이 드러났다. 과거 30년 98일을 기록했던 여름은 최근 30년 117일로 19일이 늘었다. 반면 겨울은 109일에서 91일로 18일이나 줄었다. 한마디로 겨울이 큰 폭으로 주는 대신 여름이 비슷한 수준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가 점차 온대에서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다.

정부는 이같은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하게 밝혔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노력이 지난해 말 확정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10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선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해야 한다며 만든 경로를 우리도 채택한 것이다.

정부는 LEDS를 통해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한  범국가적인  비전을 내놨다. 단순히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이를 위해선 정부, 국민, 기업 모두가 필요성에 대한 인식에 그치지 않고 행동을 보여줘야 하며,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특히 LEDS 비전을 통해 더 이상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사회 구조는 미래에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환경과 경제가 공존하는 경제·사회적 번영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당한 비용 지불에 대해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직접 나서 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달성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이를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이다.

◆탄소중립은 에너지전환 가속화 필연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방향으로 ▶깨끗하게 생산된 전기·수소 활용 확대 ▶에너지 효율의 혁신적인 향상 ▶탄소 제거 등 미래기술의 상용화 ▶순환경제 확대로 산업의 지속가능성 제고 ▶탄소흡수 수단 강화라는 비전과 구체적인 수단을 제시했다. 

먼저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약 36%를 차지(2017년 기준)하는 에너지 공급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 없이 친환경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활용을 확대하는 것이 2050 비전을 달성하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며 에너지전환 가속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깨끗하게 생산된 전기·수소는 재생에너지 등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을 통해 생산된 수소와 신재생원을 기반으로 한 전력이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그린수소와 그린전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태양광, 풍력, 수력 등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 기반의 에너지공급시스템으로의 전환도 천명했다. 석탄과 LNG, 도시가스처럼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수송 및 건물부문, 냉난방시스템, 산업부문 등도 재생에너지를 통해 확보된 그린수소와 청정전기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또 에너지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재생에너지 가격경쟁력 확보, 탄소가격을 활용한 정책 추진, 국가 전력시스템 고도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외부에서 전력을 공급받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증가에 따라 발생하는 발전량 예측 불확실성 증가 및 출력 변동성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지목했다. 대안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전기차, ESS, 수소, 열에너지 등 에너지 저장이 가능한 모든 시스템의  통합과  연계를 꼽았다. 또 소비자와 생산자 구분이 없는 프로슈머의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에너지효율 향상은 에너지 비용 절감을 통해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고효율제품 생산 등 연관산업 육성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평가와 함께 혁신적인 향상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포함시켰다. 세부방안으로는 자동차 연비기준 향상, 건물 단열기능 확대, 에너지 고효율기기 사용, 스마트 에너지관리 시스템 보급을 제시했다.

이밖에 탄소 제거 및 흡수 등 미래기술 상용화를 비롯해 순환경제(생산, 소비, 재활용, 순환, 폐기) 확대로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한편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 능력이 큰 토지, 산림, 해양 생태계를 확대·보존하는 등 친환경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기후·에너지 연계정책, 비용조달이 핵심
지속가능한 경제·사회구조를 만들기 위한 목표와 방향은 이제 정해졌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사회적 합의와 함께 구체적인 실행수단, 비용부담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가 남아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선언적 의미가 아닌 국가 전반의 혁신적인 전환과 이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에너지 정책의 연계를 강화, 정책 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수다. 특히 정부의 중장기 재정방향에 기후에너지 변화에 따른 영향요소가 담겨야만 제대로 된 정책추진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기후·환경 비용을 내재화하는 탄소가격 정책도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고 말한다. 국민과 기업 등 경제주체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수 있도록 유인하기 위해선 명확한 시그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이라는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풀어나가기 위한 갈등관리시스템 구축도 중요한 요소다. 여기에 친환경산업의 투자흐름을 전환하기 위한 녹색금융 전략과 기후·에너지 통합정책 및 관련 기술개발 확대 등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산업계를 비롯해 적잖은 분야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기후변화 대처가 너무 과도해 산업계 부담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선진국보다 앞선 국가목표 설정과 실천약속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기후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론과 함께 비판론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대해 한 대학교수는 “국제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를 탄소감축 선도그룹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약속에는 책임과 비용이 따른다는 것도 분명히 공개하고,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라며 “30년을 내다 본 정책인 만큼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일관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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