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뒤 강추위 일부지역 발전소 발전량 '0'
전력당국 적설 시 200만kW 수요증가 추정
"예측 정확도 높이고 실효 관제시스템 필요"

▲전남 일부지역 태양광 발전소들이 8일 한낮에도 눈에 덮여 있다.
▲전남 일부지역 태양광 발전소들이 8일 한낮에도 눈에 덮여 있다.

[이투뉴스] “폭우가 쏟아져도 조금이라도 발전을 하는데, 눈에 덮이니 완전 ‘0’이네요.”

전남 소재 A 태양광발전소 대표는 이달 6일 밤부터 이튿날까지 10cm 넘게 내린 눈이 야속하기만 하다. 폭설에 이어진 한파로 태양광 전지판(모듈)에 쌓인 눈이 녹지 않아 8일부터 11일 현재까지 나흘간 발전량이 ‘0’kWh라서다. 사정은 A사와 규모가 비슷한 인접 수십개 다른 발전소도 마찬가지. 평소 하루 수천만원어치씩 전기를 생산하던 이 지역 발전소 매전(賣電) 매출이 며칠째 ‘0원’이다.

A사 대표는 “ESS(REC 가중치 4.5~5배) 연계까지 감안하면 하루에 눈뜨고 2억원 넘게 손실을 보고 있다”면서 “엊그제 다시 눈이 내려 녹는 듯 하다가 또 쌓였다. 귀퉁이 일부가 녹아도 인버터가 기동할 최저 전압에 못미처 커튼으로 가려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폭설에 이어진 역대급 강추위로 일부 지역 태양광발전소가 연초부터 개점휴업 처지다. 적설량이 적을 땐 발전과정에 발생하는 전지판 자체 발열로 금세 눈이 녹아 별 문제가 안되지만, 이번처럼 두껍게 쌓인 눈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며칠씩 햇빛 투과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엔지니어링기업 B사 대표는 “겨울철 기온이 낮은 건 오히려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일정량 이상의 적설은 바로 제설하지 않으면 그 여파가 1~2주씩 가기도 한다”면서 “이런 이유로 해외에선 지붕 위 눈을 치우는 기계를 동원하거나 녹지 않은 상태의 눈을 끌어내리는 비즈니스도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태양광이 '쌓이는 눈'에 얼마나 취약한지는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B사가 제공한 100kW급 강원도 C발전소의 작년 1~2월 발전량 데이터를 보면, 1월 맑은 날 하루 최대 3.57시간(생산량 349kWh)을 기록한 발전량은 이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 같은달 27일부터 시작해 2월 12일까지 보름 이상 ‘0’을 나타냈다. 이 영향으로 그해 C발전소 2월 발전량은 가장 발전량이 많았던 5월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1년전(2019년) 2월 발전량이 그해 5월 발전량의 60% 육박했던 것과 비교된다. 

B사 대표는 “면적당 발전량을 높이기 위해 경사각을 높이지 않은 발전소나 공장지붕, 축사 위 태양광은 아직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붕 위에 태양광을 올릴 땐 안전을 고려해 자체 하중은 물론 적설하중을 감안해 설계·설치해야 대설에도 2014년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와 같은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A발전사 대표는 "같은 지역이라도 어떤 곳은 폭설에 트래커(추적기)가 무너지기도 하고 어떤 곳은 경사각 10도 차이로 이미 눈이 녹아내리거나 흘러내린 곳도 있다"면서 "경사각을 낮게 하면 전지판을 많이 깔 수 있어 수익은 늘지만, 요즘 같은 폭설 때는 자연제설 효과를 누릴 수가 없다. 전국적으로 보면 많은 발전소가 여기에 해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계 최대 전력피크를 경신한 11일 전력부하 곡선.(빨간색) 같은 월요일이었던 1월 4일 수요는 오전 9시부터 태양광 영향으로 꺾였지만 이날은 11시까지 계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동계 최대 전력피크를 경신한 11일 전력부하 곡선.(빨간색) 같은 월요일이었던 1월 4일 수요는 오전 9시부터 태양광 영향으로 꺾였지만 이날은 11시까지 계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일부 지역 태양광을 무력화 한 이번 적설은 전력수요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태양광은 최근 겨울철 평일 피크시간대(오전 11시) 전력수요를 300만~350만kW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산업체 조업이 한창인 낮 시간에 태양광도 하루 중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해서다. 하지만 이번처럼 적설이 많은 날은 평소 대비 전력수요가 200만kW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당국이 발전량을 계량하는 전력시장설비에 국한한 피크저감 추정효과로, 가정이나 상업시설의 BTM(behind-the-meter. 자체 생산‧소비해 발전량을 추정하지 못하는 설비)까지 포함할 경우 실제 영향은 더 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태양광은 연중 발전량이 가장 많은 봄철(3월 중순) 낮 시간 한 때 900만kW 가까운 순부하(Net load) 감소효과를 만들어 수요곡선을 깊게 패인 분화구 모양(일명 ‘Duck Curve)으로 바꿔 놓았다. 

11일 오전 11시 기준 최대 전력부하는 9056만kW로, 종전 동계 최대부하 기록인 2018년 2월 6일 오전 10시 8823만kW를 233만kW 초과해 역대 동계 최대수요 기록을 갈아 치웠다. 공급예비력이 한때 800만kW까지 낮아졌지만, 당국은 미세먼지 제약으로 발전량 상한을 제한한 석탄발전기를 원래 출력대로 가동하는 조치만으로 400만kW 넘는 수요자원(감축자원)을 사용하지 않고 피크에 대응했다.  

한 관계자는 "월요일이라 저온누적 효과로 수요가 뛴데다가 날이 흐렸고 적설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실시간 전력관제에 활용할 수 있는 실효적인 운용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B사 대표는 "태양광이 보급된 지 15년이 넘었는데 어느 공적기관도 전국 시·군·구 발전량이 어떻게 되는지 비교·판단할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보여주기 정책이 아니라 진짜 고용을 창출하는 O&M서비스를 활발하게 일으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모듈에 쌓인 눈을 제거할 때는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발전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최우선이다. 미끄러운 지붕 등에서 작업할 경우 반드시 안전난간이 있어야 하고 미끄럼 방지대책을 강구해야 하며, 철제나 알미늄 소재인 전지판 프레임이나 구조물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눈을 녹이겠다고 더운 물을 쏟아붓거나 결빙된 눈을 떼어내기 위해 충격을 주는 것도 전지판 균열을 유발할 수 있다. 눈갈퀴로 쓸어내리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안전한 제설법"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12일 현재 태양광 모듈을 두껍게 덮은 눈.
▲12일 현재 태양광 모듈을 두껍게 덮은 눈.

 

▲11일 오후 해질녘 전남 한 태양광발전소. 모듈 위에 쌓인 눈이 녹지않고 대부분 남아 있다.
▲11일 오후 해질녘 전남 한 태양광발전소. 모듈 위에 쌓인 눈이 녹지않고 대부분 남아 있다.
▲얼어다 녹기를 반복한 눈이 태양광 전지판의 빛 투과를 암실처럼 막고 있다.
▲얼어다 녹기를 반복한 눈이 태양광 전지판의 빛 투과를 암실처럼 막고 있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