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사)에너지나눔과평화 대표/동국대학교 겸임교수(경제학 박사)

[긴급제언] RPS, 이대론 안된다 ①|설익은 태양광모듈 탄소인증제
[긴급제언] RPS, 이대론 안된다 ②|태양광모듈 탄소인증제는 ‘예고된 재앙’ 에 이어 …

1. ‘REC 평가기준’ 개선 시급

▲김태호 에나평 대표
▲김태호 에나평 대표

[이투뉴스/김태호] 지난 두 번의 긴급제언을 통해 필자는 탄소인증제를 비롯한 정책당국의 설익은 정책이 초래할 부작용과 시장혼란에 대해 기술한 바 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현행 RPS(신재생공급의무화) 제도 아래 시급해 개선해야 할 각종 제도와 규제의 문제점에 대해 소상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첫 번째 개선대상은 불투명한 REC 평가기준이다. 현재 장기고정가격을 적용받을 발전사업자 선정은 한해 두번 입찰을 통해 결정한다. 이 ‘정규입찰시장’의 경쟁은 치열하다. 그런데 평가의 기준이 되는 사업내역서(계획서) 항목에 대해 시장 불만은 팽배하다. 평가의 정확성 측면만 보면, ‘계량평가’ 80점(입찰가격 70, 태양광모듈탄소배출량 10)에는 시비가 없지만, ‘사업내역서 평가’가 문제다. 20점이 주어지는 ‘사업내역서 평가’의 세부항목을 보자. (1)신속하고 지속적인 유지보수 체계의 적절성 여부(5점), (2)발전소의 안정적인 사업운영능력 여부(5점), (3)주민(농업인 등) 참여형, 지역 및 산업발전에 끼치는 영향(10점) 등 세가지다. 불만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사업내역서만으로 심사위원이 1)2)의 이행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 두번째는 만약 심사기관이 만든 정확한 배점룰 적용으로 심사위원간 어떤 이견도 없이 평가하였다 하더라도 배점의 만족조건이 점수화 한 시점이 아니라 이후 1)2)항목의 이행여부에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발전소의 안정적인 운영능력은 운영과정에서만 드러나기에 사업내역서의 화려한 거짓진술을 가려낼 수 없다. 이런 문제제기는 타당하며 사업내역서 평가항목을 삭제해야 옳다. 그럼에도 본 평가항목은 지난 9년간 변함없이 시행되고 있다.

사업내역서 평가 폐기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하여 그 시비를 가릴 수 있는 제도 항목이 존재한다. 2012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도 사업내역서 배점이 30점이었는데, 입찰을 시행하면서 배점항목이 ‘지역사회 끼치는 영향’과 관련, 그 증거로 입찰자가 사업계획서 제출 시 기부각서 사본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때가 있었다. 당시 제출된 각서가 점수에 반영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후 선정된 사업자가 해당 기부행위를 하였는가를 검증해보면, 본 항목의 무용론에 대한 시비가 명명백백하게 가려질 수 있다. 제출된 기부각서의 만족조건은 이행된 기부행위 뿐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향후 해당 모니터 결과를 즉시 공개하라. 가급적 빨리 공개해 정부의 공정경쟁 툴이 타당함을 입증할 것을 주문한다.

2. 임야규제‧도로규제‧신분별 차별화 조항 폐기해야
재생에너지 보급을 이행하는 발전사업자 입장에서 님비(Not In My Backyard) 대응은 벅찬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 개발규제까지 더해져 사업이 불가한 경우는 더 큰 문제다. 임야의 경우, 경사 15도 이상에 태양광발전사업이 불가하다. 일반 건축법상 적용되는 규제보다 세다. 지자체별로 상이하게 적용되는 도로이격거리 또한 소규모 사업자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대표적 사례다. 수목이 없거나 보존 수림이 아닌 지역도 많다. 왜 임야 전체를 규제하는가. 이래서야 재생에너지 분산자원의 특성을 살릴 수 있겠는가. 한시가 급한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에 과연 도움이 되겠는가.

신분에 따른 인센티브 차별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는 태양광발전사업에 농어민 발전사업자에 REC 우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농어민 우대제도의 취지는 백번 이해하더라도, 왜 발전사업에서 신분 차별이 존재해야 하는가는 숙고가 필요하다. 농어업 분야에서 종사자에 대한 정책적 수혜는 다른 제도를 통해 얼마든 제공할 수 있다. 혹여 특정 사업자가 매전수익 전액을 국가나 사회에 기부하는 경우가 있다하더라도 입찰시장에서만은 다른 사업자와 동등하게 경쟁해야 한다. 모든 사업자는 동일한 평가 테이블 위해 있어야 한다. 그게 제도적 투명성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E2NEWS DB.
▲E2NEWS DB.

3. 0.7, 1.0,1.2,1.5,4.0…복잡다단 가중치 단일화 필요
모듈의 탄소인증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RPS 가중치 적용방식은 지나치게 복잡하며 자주 바뀐다. 설치용량, 입지형태, 사업자 신분, 현물시장, 계약시장 등 구분이 다양하다. 한때 임야나 농지 등 5대 지목의 가중치를 0.7로 했다가 1.0으로 바꾸더니 다시 임야만 0.7로 변경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가 아닌 에너지저장장치(ESS)만 달아도 가중치 5배로 주는 제도를 긴급 도입했다가 연쇄 화재 이후 또 없애고 있다. 이제 재생에너지의 가격경쟁력 강화라는 제도의 시행목적, 분산형 재생에너지자원의 특성, 그리고 시민이 주인인 민주적 전원 등을 RPS제도의 중심 철학으로 놓고 쉽게 변화하지 않는 시행안을 만들어야 할 때다.

물론 정부도 그때 그때 변하는 정치구조와 시장요구 등을 반영한 최적의 제도를 만들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에 가중치 대안과 관련한 필자의 생각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디테일에 대한 제안보다, 제도의 철학적 토대에 대한 제안이다. 첫째, 설치 대상지역이 어디든 REC 가중치와 결부시키지 말자. 왜냐면 태양광설비는 그 자체로 환경적 존중을 받아야 하는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태양광이 어디에 설치되었기 때문에 반환경적이라거나 옥상에 설치되었으니 더 낫다는 주장은 지엽적이다. 가중치를 단일화하자. 둘째, 태양광발전은 보조금에 의존하는 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사업은 수익률 조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의계약방식을 선택하는 대규모 사업의 경우, 소규모에 비해 설치기간의 제약을 우대받기에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추가적 투자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태양광발전은 전자파, 눈부심, 주변피해, 토양 지하수 피해가 없다. 즉 설비 자체가 친환경적이다. 따라서 개발절차에서 이와 관련한 규제는 전면 폐지해야 한다. 도로 규제가 한 예가 될 수 있다. 넷째, 임야 또한 법률상 보존 필요한 지역을 제외하고 개발 가능도록 가중치와 임시사용허가를 완화하고 경사 규제 또한 철회해야 한다. 다섯째, RPS제도는 조속한 그리드패러티(Grid parity) 달성을 위해 시장경쟁을 촉진함이 목적이기에 직업, 사업자신분, 사업자 형식, 법인의 자격 때문에 가중치를 차별해선 안된다.

4. 3MW 이하 ‘고용의무’ 폐기 및 RPS운영위원회 투명성 확보 필요
정부는 2018년 5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 점검 및 태양광・풍력 부작용 해소 대책’을 발표하면서 그해 1월 규제혁신토론회에서 발굴한 15개 규제개선과제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수상태양광 개발행위허가기준 간소화 등 규제항목 일부는 해소되었으나 시민투자 규모인 3MW 미만의 태양광발전소에 악영향을 미치는 규제는 여전히 풀지 않고 있다. 고용의무가 그것이다. 현재 1MW 이상의 태양광발전소는 의무적으로 고용을 해야 한다. 가중치 1.0을 적용받는 1MW급 태양광발전소의 연간매출은 약 1.7억원 남짓한데, 매출의 20% 이상을 의무고용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것은 지나치다. 과거 투자 규모가 컸던 1MW급 태양광시설의 연매출이 7억원을 넘을 때 적용하던 고용의무 규제를 매출이 4분의 1로 떨어진 현재까지 존속시키는 것은 과잉규제이다. 따라서 즉시 전기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에너지관리공단 RPS 운영위원회에 대한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위원회 회의록 비공개, 투명성을 위해 위원명단이 공개되어야 함에도 비밀이었다. 이러한 자료의 요구에도 불성실한 답변만 지속한 것으로 지적받았다. 해당 기관장이 개선하겠다 했으니 지켜볼 일이나 RPS제도의 위상으로 보았을 때 특별한 규정을 두고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현재 해당 위원회에 대한 시장의 신뢰 수준은 대단히 낮다.

5. 정부 및 산하기관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참여 신중해야
현재 정부 및 산하기관은 RPS제도를 활용하여 직‧간접으로 발전사업자가 될 수 있다. 지방정부는 에너지공사를 만들어 해당 발전사업자가 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지방정부)와 산하기관이 시민과 함께 입찰에서 경쟁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결론을 말하면, 발전공기업을 제외한 모든 정부기관과 산하공기업은 RPS제도의 경쟁입찰 참여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투자사업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번 기회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길 희망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납세자와 입찰 경쟁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농어촌공사는 농어민의 삶에 보탬이 되는 고유사업을 하라. 재생에너지 투자사업이 농어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농어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안내하고 공사가 부지를 대여하면 되지 않을까. 지자체도 하나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되어 한국전력에 전기를 파는 건 곤란하다. 정부기관의 발전사업자 참여가 확대, 정당화되면 향후 모든 보조사업, 투자가 가능한 모든 사업을 국가가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국민과 경쟁을 해야하나. 시대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의 올바른 길잡이를 원점에서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김태호 사)에너지나눔과평화 대표/동국대학교 겸임교수(경제학 박사) kim@e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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