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은 서경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김기은 서경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김기은 서경대학교 교수

[이투뉴스] 오랫동안 낮은 혼합비율로 부진했던 바이오디젤 산업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2021년 1월 29일)에 따라 활기를 띠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바이오디젤 사용으로 얻는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편익을 고려해 바이오디젤을 국민편익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인정했다.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은 올해 7월 3.5% 적용 이후 매년 0.5%씩 상향 조정해 2030년에는 5.0%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또 기존 바이오디젤 업계가 일관되고 꾸준한 노력으로 미래에 증가할 바이오디젤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 있게 되면서 실현가능성도 높아졌다.

바이오디젤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시범보급을 한 이후 상용화 단계를 거치면서 2015년 부터 RFS(Renewable Fuel Standard) 법제화를 통해 전면보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목표의 관점에서 5.0%까지 설정된 정부의 중장기 바이오디젤 혼합율 증가계획은 적극적으로 실행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바이오디젤이 사용된지 30년이 되는 2030년에 혼합비율 5.0%라는 목표는 현재 유럽의 평균 혼합비율인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가 입법예고한 수준의 혼합비율을 유럽 수준으로 상향조정한다면 2050 탄소중립에 빠르게 도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더해 아시아 최초로 바이오디젤을 보급한 우리나라의 면모가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내수판매량 기준으로 바이오디젤 업체의 공장가동률은 55% 수준으로 수요에 대한 공급의 여력은 충분하다.

◆정유사 바이오디젤 생산업 진출의 문제점
정부의 RFS 상향조정 발표와 함께 대규모 정유사에서도 바이오디젤 생산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대표적인 중소기업 업종에 속하는 기존의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들은 미래 생존 가능성에 대한 걱정과 불안에 떨고있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에 의하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자마자 G사가 바이오디젤 생산시설 추가증설을, S사도 사업시작 검토를 시작했다. 또 H사는 최근 공장건설을 위한 업체를 선정해 2023년부터 바이오디젤 생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에서 바이오디젤 생산시설에 대규모 투자해 생산과 공급이 자체적으로 이뤄지면 기존의 소규모 바이오디젤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급기야는 파산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정유업계의 2019년 매출은 128조6490억원, 영업이익은 3조1148억원에 달한다. 최근 5년간(2015년~2019년) 매출은 581조8957억원, 영업이익은 28조5294억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군이다. 이러한 거대기업들이 바이오디젤사업 진출계획을 세운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구상은 대표적인 중소기업에 속하는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들이 그동안 폐식용유의 처리와 바이오디젤 생산을 통해 쌓아놓은 시장을 활용해 중소기업들과 경쟁하려드는 것과 같다.

정유업계는 지속적으로 바이오디젤 보급과 혼합율 상향조정에 적극 반대했다. 바이오디젤 도입 초기, 정부가 자체 생산해 혼합하라는 권고를 수용하지도 사업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바이오디젤 사업이 이제 안정권에 들어서려는 시점에 정유업체들의 대규모 투자와 대량생산은, 국내 중소 바이오디젤 산업의 기반 자체를 흔드는 일이다. 또 이제껏 안정적으로 실행돼온 폐식용유 처리, 지방경제와 일자리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현재 내수판매량 기준으로 공장가동률 55% 수준인 바이오디젤 업계 상황에서 정유사가 추가적인 공장건설에 들어갈 경우, 중소기업의 기존설비는 가동을 멈추고 생계를 유지하던 고용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정유사의 바이오디젤 생산은 고용창출 규모, 정부가 추구하는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그린뉴딜 정책과 탄소중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소기업과 비교하면 기여도가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2006년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S사, G사 등 5개 정유사 사장단과 가야에너지, 비엔디에너지, BDK, 에코에너텍 등 바이오디젤 제조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맺은 ‘자발적 협약’에서 약속했듯이 바이오디젤 제조업체가 생산한 바이오디젤을 정유사가 혼합·유통하는 방식은 존중되고 지켜져야 할 것이다.

◆포스트코로나와 정유업계의 호황
최근 정유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정제마진 감소와 항공유 판매급감에 따른 경영의 애로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공급과 투여가 계획대로 실시되면 2021년 하반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항체를 보유하게 돼,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빠르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도 있는 만큼 오히려 석유제품 공급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 사료된다.

그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잠자고 있던 공장·유통·관광 등이 활성화 되면 석유제품 수요는 다시 급증하고 정제마진도 회복돼 정유업계의 호황을 기대해도 될 것이다. 따라서 바이오디젤 생산은 기존 중소기업의 몫으로 남겨두고 대기업인 정유사는 해외사례처럼 바이오항공유와 같은 막대한 투자비가 요구되는, 보다 높은 수준의 에너지원을 연구·개발해야 한다.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들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폐식용유 처리와 바이오디젤 생산을 통해 모범적인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현했다. 바이오연료 전문가들과 바이오디젤 업체들은 폐식용유처리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디젤혼합율 상향조정을 끊임없는 제안했다.

혼합율 5.0% 확대 계획은 ‘2050 탄소중립’을 가속화시키는 시발점으로 큰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지역경제와 일자리를 창출해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 강화에도 막대한 기여를 할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 업종에 대한 대기업 진출보다는 차별화 또는 윈-윈 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정책적으로 실현해야 한다.

바이오디젤 산업의 육성을 위해 십여년 간 각고의 노력으로 사업을 키워온 기존 생산업체들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정유사의 신규참여는 합리적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특히 거대 기업이 대표적인 중소·중견업종에 속하는 바이오디젤 생산 시장을 중소기업과 경쟁하려 든다면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대기업의 기술과 자원이 중소기업 발전에 도움이 되고, 여기에서 발생되는 이익도 공유할 수 있다면, 지역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김기은 서경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gkeun@skuniv.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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