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기硏, 친환경 및 경제성 우수한 연속식 열분해 플랜트 개발
오일 생산수율 60%이상 달성, 환경 규제치 이내로 판매 가능

[이투뉴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소비활동 증가로 급증하고 있는 폐비닐을 열분해, 청정오일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특히 오일수율이 60% 이상으로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성까지 확보해 판매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순환자원연구실 이경환 박사 연구진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폐비닐을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으로 우수한 연속식 열분해 플랜트를 통해 높은 수율의 고품질 오일로 전환하는 자동화 공정기술을 개발했다.

폐비닐, 폐플라스틱은 가정이나 사업장 등에서 지저분한 혼합 상태로 배출되고 있다. 이 가운데 70-80%가 매립이나 소각으로 처리돼 매립지 고갈과 소각에 따른 미세먼지 및 유해가스 배출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폐비닐은 2019년 기준 연간 200만톤 이상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2018년 수도권에서 재활용 수거업체들이 비용부담을 이유로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의 수거를 중단하면서 도시 곳곳에 혼란이 일기도 했다. 낮은 유가 및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활용이 어려워지자 전국에 '쓰레기 산'을 이룰 정도로 방치해 국가가 나서 치우고 있을 정도다.

폐비닐 및 폐플라스틱에 대한 친환경 처리 및 에너지화의 높은 수요에도 불구 국내 시장에 맞는 기술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이 중심이 돼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규모가 작은데다 로터리 킬른형 반응기술을 적용,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정한 반응온도에서 장기간 운전을 통해 낮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오일 생산수율을 60% 이상 유지하는 연속식 열분해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연속생산이 가능하고 에너지 효율 또한 우수해 경제성이 이전에 비해 대폭 개선됐다.

기존 회분식 반응기는 하나의 반응기에 5∼10톤의 원료를 투입해 장시간 가열, 오일을 생산한다. 원료의 신속한 투입이 불가능하고 반응 후 남는 잔재물 배출에 불편이 크다. 더불어 생산 이후 장시간 냉각하는 시스템으로 1일 1회만 운전이 가능해 생산성이 낮다.

이처럼 장시간 가열과 냉각을 반복하는 열분해 방식은 에너지 손실이 크며 설비 수명도 단축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생성된 오일의 질 또한 낮고 수율도 30∼40% 밖에 되지 않으며, 작업환경과 안정성이 열약하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폐비닐을 열분해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원료투입부터 생성물 정제, 잔사물 처리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통합시스템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단계기술의 완성도와 운영 안전성 확보, 기술개발, 환경기준 충족 등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폐비닐 연속식 열분해 플랜트.
▲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폐비닐 연속식 열분해 플랜트.

에기硏 연구진은 지속적으로 투입이 가능한 전처리된 플러프(Fluff, 작은 비닐조각) 형태의 폐비닐을 반응기 원료로 활용했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위험을 막기 위해 산소가 주입되지 않는 밀폐구조인 동시에 자동 차단할 수 있는 밸브를 갖췄다.

또 원료를 반응기까지 전달하는 스크류를 반응기에 가까울수록 밀도를 높게 구성해 산소 유입 가능성을 낮췄다. 이에 더해 질소 퍼징에 의해 일정한 산소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안정성을 확보했다.

▲폐기물 열분해를 통해 생산된 석유제품
▲폐기물 열분해를 통해 생산된 석유제품

연구진은 일정한 온도에서 최대의 오일 수율과 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반응기 내부의 온도분포를 달리하고, 반응기에 투입되는 원료가 온전히 활용되도록 투입되는 양을 조절하는 공정을 최적화했다. 이런 최적 공정화 조건을 갖춰 동일 설치공간에 기존 회분식 반응기에 비해 원료 처리량이 3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열분해 반응기에서 생산된 증기상 생성물의 고급화를 위해 염소제거 공정을 통해 가솔린, 등유, 경유, 중질유 등의 최종제품을 얻고 있다. 또 왁스 등을 포함한 미반응 잔사물을 없애 흙과 같은 무기물과 고형 탄소성분만 나올 수 있게 2차 공정을 적용, 고온의 잔사물을 안전하게 밀폐시켜 배출하는 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폐비닐 원료 투입과 생성 오일 포집, 그리고 반응 후 잔사물 배출이 안전하게 이뤄져 연속운전이 가능해진 것은 물론 처리 규모 확대가 용이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기존 회분식 문제점인 장시간 가열과 냉각의 반복이 아닌 일정한 반응온도에서 연속 반응과 낮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장점도 갖췄다.

에기연은 새로 개발한 열분해 플랜트가 안정적 운전으로 62%의 오일 수율을 기록했으며 향상된 오일 품질, 설비 가동효율 및 에너지 이용효율도 우수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생산된 오일 제품은 4대 중금속(납, 카드뮴, 수은, 크롬) 등의 환경 규제치 이내라 판매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새로 개발한 폐비닐 및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 상용화를 위해 에기연은 올해 하루 2톤 규모의 플랜트로 확대 제작, 공정 최적화를 위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또 2022년부터는 사업화에 근접한 실증 규모인 하루 10톤 처리 규모로 사이즈를 키울 예정이다.

연구책임자인 이경환 에기연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운전 중인 열분해 기술은 회분식이거나 반연속식의 소규모 저급 열분해 공정으로 기술적 한계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연속식인 동시에 고급 오일을 생산할 수 있는 열분해 기술로 선진국들이 앞다퉈 개발하고 있는 방향과 수준을 도달하기 위한 기술의 서막을 열게 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