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5社 수익편차 부작용 해소 제도개선 지지부진
조정계수→별도재원→개선된 조정계수…행정 의지가 관건

▲서울시가 도시가스 요금체계 개편을 공표한 후 해를 넘겨서도 진척이 없자 정책적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도시가스 요금체계 개편을 공표한 후 해를 넘겨서도 진척이 없자 정책적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투뉴스] 전국 지자체의 도시가스공급비용 조정시즌이 다가오면서 서울시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다가 겨우 가닥을 잡은 듯 했던 서울시의 도시가스 요금체계 개편이 해를 넘겨 또 다시 원점에서 지지부진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권역 5개 도시가스회사의 공급비용을 총평균하는 단일요금체제로 인해 공급비용이 높은 회사의 비용으로 공급비용이 적은 회사가 적정원가 이상의 수익을 얻는 교차보조 문제는 십수년 동안 논쟁이 이어져온 사안이다.

도시가스사별 원가회수 차이에 따른 초과이익 또는 손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총괄원가평균방식의 변경과 함께 용도별 판매마진 조정이 이뤄져야 하나, 현행 용도별 요금체계에서 이를 통해 만족할만한 수준의 수익편차 해소는 기대하기 어렵다.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2019년 8월 요금)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2019년 8월 요금)

총괄원가 평균방식의 단일요금 적용으로 도시가스회사의 평균 소매마진과 인정공급비용 간 차이가 발생하다보니 어떤 회사는 원가를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반면, 다른 회사는 경영적인 성과와는 무관하게 초과이윤을 얻는 수익편차가 연간 1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투자를 적게 해도 오히려 상대적으로 이득이 발생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같은 수익편차가 안전관리나 서비스 측면의 신규투자를 외면하는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교차보조에 따른 도시가스회사 간 수익편차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해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여기서 추가 수익분에 대한 ‘기금조성’, 회사별 공급환경을 고려한 ‘조정계수’ 도입, 추가 수익분의 ‘별도재원’ 조성을 통한 적정 배분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는 과정에서 법적 근거, 소비자 저항 등 현실적인 우려를 감안한 끝에 최종 해결책은 기금조성에서 조정계수로, 다시 조정계수에서 별도재원으로 비중이 옮겨졌다.  

별도재원 방식은 교차보조에 따른 초과 수익분을 투명하고 객관적인 시스템 아래 적정한 수준으로 배분해 손실규모를 일정 수준 보완하는 방안이다. 소비자에게 부담이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자체로서는 부담이 적다. 서울시가 ‘별도 재원’이라는 새로운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시가스 5사에 해당 제도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보다 효율적인 집행방안에 대한 의견을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서울시내 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실효성도 입증됐다. 서울시내 60개가 넘는 버스운송회사마다 노선에 따라 손익·손실 격차가 발생하는데 일정 기준 이상의 초과 수익을 운송협의체를 통해 별도재원을 조성, 적정하게 배분하고 있다.

이 같은 별도재원 방식은 서울시가 지난해 7월 1일 도시가스요금을 조정하면서 ‘도시가스 소매공급비용 개선방안’으로 시행하겠다고 공표하며 확정 지어졌다. 개선방안은 5개 도시가스회사가 별도의 용역을 통해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한 후 9월 1일부터 시행하며, 경영효율화로 비용 절감이 가능한 비용은 현재의 총평균방식을 유지하고 비용절감이 어려운 배관투자비, 제세공과금 등에 대해서 적정원가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첫해에는 교차수익의 30%를 재원으로 마련한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됐다.

◆서울시, 공표 후 7개월 지나도록 답보…“직무유기” 비난
하지만 시행은커녕 7개월이 지나 해를 넘기도록 아무런 진척도 없이 시간만 흐르면서 제도개선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서울시가 공표한 별도재원 방식의 요금제도 개선에 제동이 걸린 것은 법적 타당성 때문이다. 대형로펌에 자문을 구한 결과 ‘비용절감을 통해 낸 이익을 경쟁회사와 공유할 경우 업무상 배임죄,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서울시의회에서도 사업 환경의 차이로 인해 비용절감이 어려운 고정비와 선제적인 투자비는 시민의 안전확보를 위해 지원해야 하나 그렇지 않은데다, 도시가스회사가 원가절감 대신 비용 부풀리기에 나서 오히려 도시가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특혜를 주장하고 나섰다. 
 
원가회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검토되는 조정계수도 걸림돌이 없지 않다. 조정계수는 도로점용료와 배관 재산세 등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스마트계량기 및 노후 인프라 투자 등 선제적 투자를 촉진하거나 서비스 향상에 대한 비용을 반영해 결정된다.

이렇게 되면 같은 서울시권역에서 요금 인상요인이 없어도 회사별로 요금이 달라지 게 된다. 단일 자치구에 2개 도시가스회사 권역 내 소비자 간 요금차 등 같은 서울시에 거주하는데 동 단위로 각각 다른 요금이 부과되는 것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뻔하다.

공공요금은 일물일가 인식으로 동일 생활권 내의 요금차이가 민감한 사안이다. 요금 승인권자인 지자체로서는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도시가스회사별로 노후시설물 교체투자 의무를 부여하는 등 요금 안정성 및 소비자 안전을 함께 고려한 점진적 제도개선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시 내부 조직의 변화도 새로운 제도개선 시행의 변수다. 요금책정 시스템 개선방안 용역을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뢰하며 수술대에 올린 것은 서울시 관련부서의 국장·과장·팀장 라인이 그 시급성을 공감하고 정책 집행에 대한 의지를 가져 가능했다. 하지만 당시 이를 추진한 라인 중에 김호성 녹색에너지과장만 자리에 남아 있을 뿐 국장, 팀장, 주무관 모두 교육, 전보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추진동력에 틈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오는 4월 7일 재보궐선거를 통해 새롭게 선출될 서울시 시장이 누가 되든 임기가 1년에 불과한 입장에서 자칫 소비자 민원의 불씨가 우려되는 새로운 요금제도 도입을 승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별도재원이 아닌 개선된 조정계수 도입이 해결책으로 떠올라 시행여부가 주목된다. 현재 요금책정 시스템에서는 도시가스회사의 안전관리 투자와 서비스 수준에 따라 요금을 덜 내도되는 소비자가 총괄원가평균 방식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요금을 더 내는 구조라는 점에서 요금 인상 없이 수익편차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소비자요금 인상 우려를 불식시키면서도 조정계수를 통해 수익편차 규모를 줄이는 방식이다.   

수익편차 부작용 해소를 위한 요금체계 개선 필요성에는 서울시와 도시가스 5사 모두 공감한다. 그러나 각사별 셈법이 다르다보니 해결책이 쉽지 않다.

결국 서울시의 정책 의지가 관건인 셈이다. 현재의 총괄원가평균 방식의 요금책정 시스템은 안전관리나 서비스 측면의 신규투자를 외면하게 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도시가스 요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인지한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제도개편 방안을 발표해놓고도 첫발을 떼지 못하는 데 대해 “사실상 직무유기”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센 이유다. 서울시가 어떤 선택지를 집어 들고, 행정력 집행 의지를 보일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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