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철 교수 “RFS 상향은 업계에 선물돼야, 현재로선 근심만 불러와”
김기은 교수 “중소업체 줄도산 이어진다…기득권 사수 아닌 생존문제”
서동진 박사 “정유사의 시장진입, 가동률 감소 및 업계 생태계 붕괴”

[이투뉴스] 최근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올해 7월부터 경유에 첨가하는 바이오디젤의 혼합의무화비율이 현행 3.0%에서 3.5%로 0.5%p 상향된다. 이 혼합의무화비율은 매년 0.5%p씩 상향조정해 2030년에는 이 비율을 5%까지 높일 예정이다.  이같은 희소식에도 정작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관련업계는 웃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정유사들이 바이오디젤 사업에 뛰어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 일각에서는 바이오디젤 업계가 쌓은 인프라에 거대 정유사들이 올라타 이익만 누리려는 것이란 평까지 나온다. 이에 국내 바이오에너지 전문가인 우희철 부경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김기은 서경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서동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박사)이 한 자리에 모여 정유사가 바이오디젤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점과 바람직한 상생방향에 대해 대담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김진오 기자(이하 ‘김 기자’) = 올해 7월부터 RFS(Renewable Fuel Standard) 비율이 현행 3.0%에서 3.5%로 0.5%p 상향된다. 또 2030년에는 이 비율을 5%까지 높인다. RFS 상향을 위해 우리 바이오디젤 업계가 오랫동안 노력해 온 만큼 향후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하시는 바가 있을 걸로 사료된다.

▲우희철 교수.
▲우희철 교수.

우희철 부경대 교수(이하 ‘우 교수’)  = 아시다시피 바이오디젤 보급사업 초기에 정유업계, 바이오디젤업계, 자동차업계, 자동차부품업계 등 이해당사자가 모여 바이오디젤의 궁극적인 혼합비율 협의가 있었다. 당시 5% 수준의 혼합비율이 적정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현재 유통되는 경유를 BD5라 명명했다. RFS 5%라는 비율은 국내 바이오디젤 산업의 초기단계, 그러니까 바이오디젤 연구개발 초창기에 합의된 것이다. 이번 RFS 의무비율 상향은 시기를 생각하면 한참이나 늦은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기은 서경대 교수(이하 ‘김 교수’) = 1990년대부터 바이오디젤을 생산해 온 독일은 매년 220만톤의 폐유를 포함한 식물성기름이 바이오디젤로 전환해 소비하고 있으며 동물성지방도 바이오디젤로 이용한다. 독일은 바이오디젤 사용이 매우 활발한 나라다. 한국은 이제 BD5를 목표로 달리고 있지만 독일의 혼합룰은 일반적으로 7%까지 혼합되고 주유소에서 B7로 표기돼 자유롭게 주유할 수 있다. 이외에도 B20, B30의 상용화도 논의 중이며 일부 해운회사의 경우 바이오디젤 100%인 B100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됐다.

김 기자 = 독일이 기본 7%에서 최대 100%까지 혼합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뭐였다고 진단하는가?

▲김기은 교수.
▲김기은 교수.

김 교수 = 독일은 농업, 생산, 유통의 연결구조를 통해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고 지역발전 및 활성화라는 과제와 연계시켰다. 예를 들어 유채재배지 인근에 바이오디젤 공장을 건설하고 여러 가지 동반되는 효과를 도출했다. 바이오디젤 사용은 다른 여러 효과와 함께 2030 넷제로를 향한 탄소감축에도 기여하고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우 교수 = 비단 독일뿐만 아니라 한국도 세계최고 수준의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고 있으니 보다 높은 비율을 의무화하는 것이 넷제로가 목표로 하는 저탄소국가를 이룩하는데 중요한 방안일 것이다.

김 교수 = 그런 의미에서 RFS 제도개편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제도개편에 따라 2030년부터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을 5%로 확대하게 된다. 이제야 과거에 설정했던 적정 혼합비율을 따라잡은 셈이다. 이러한 정책은 기존 바이오디젤 업체들이 오랫동안 바라던 숙원이지만 정부 정책을 반겨야 할 업체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는 정부의 중장기 혼합비율 로드맵이 설정되자마자 국내 정유사가 바이오디젤 직접생산을 검토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김 기자 = 이미 모 정유사의 경우 바이오디젤을 직접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서동진 책임연구원.
▲서동진 책임연구원.

서동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이하 ‘서 박사’) = 아시다시피 바이오디젤 중장기 혼합비율 증가는 국내 생산업체의 오랜 숙원이었다. 저 역시 바이오디젤 중장기 혼합비율 상향로드맵은 정부의 넷제로 정책에 부합하는 것이므로 적극 환영한다. 그러나 로드맵이 구축되지마자 우려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바이오디젤 보급 초기단계에서 경제성을 이유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정유사가 바이오디젤 산업에 진출하려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생산규모로도 정부가 2030년부터 시행하는 혼합비율 5%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데 정유사가 시장에 진입할 경우, 설비 중복투자에 따른 가동률 감소와 기존업체 생태계가 붕괴하는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김 교수 = 우리나라 바이오디젤 보급초기에 5%의 혼합비율을 지향했으나 정유업계 반대로 혼합비율 상향이 번번이 무산돼 온 점을 생각하면 정유사가 바이오디젤 직접생산을 검토하는 것은 석연치 않다. 당시 정유업계는 혼합비율 증가를 반대하는 이유로 낮은 국산원료 비중과 식용유의 에너지전환 논리 등을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는 바이오디젤 업계의 기술개발과 투자 등 많은 노력으로 이제는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폐식용유와 동물성유지 등을 활용하고 있다. 폐기물을 바이오디젤로 전환시킴으로서 국산원료 비중을 높였고 PFAD(Palm Fatty Acid Distillate) 등 비식용 원료를 사용해 식용유의 에너지전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결국 정유사가 아닌 중소업체들이 만들고 가꾼 환경인 셈이다.

서 박사 = 개인적으로 평가하건데 바이오디젤 보급활성화를 위한 민간의 움직임은 훌륭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바이오디젤 품질수준은 매우 양호하고 바이오디젤 보급 선도국인 유럽과 미국 등지로 수출 중이다. 그동안 업계의 연구개발을 통해 바이오디젤 생산을 위한 최적의 설비를 갖췄는데 이제와 정유사가 관련사업을 추진한다고 해서 추가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김 기자 = 코로나19에 따른 저유가로 인해 지난해 정유사 순이익은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매출 총액은 85조원을 넘어선다. RFS 혼합률을 상향하더라도 정유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미미할텐데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말씀대로라면 정유사의 바이오디젤 산업 진출은 기정사실인 것 같다. 그럼 이같은 정유사의 진출에 대응해 기존업계가 추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서 박사 = 추가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국 기존 시장의 파이 빼앗기에 들어갈 뿐이다. 정유사가 추진하는 바이오디젤 사업이 제대로 된 경쟁력을 확보할 요량이라면 기존 국내기업의 작은 시장에 참여할 것이 아니라 해외시장을 목표로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바이오디젤 생산설비, 원료수급을 감안하면 정유사의 해당사업 진출은 국가경쟁력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설비 중복투자로 인한 국가적 손실임이 분명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을 통한 동반성장 견지에서도 이는 당연한 일이다.

우 교수 = 현재 정유사들은 바이오디젤 도입 입찰과정에서 공정을 지키고 동반성장하겠다는 입장이긴 한데….

김 기자 = 바이오디젤 산업의 역사가 긴 만큼 독일에서는 이미 대응방안이 나왔을 것 같은데?

김 교수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중요하다. 독일의 예를 들면 바이오디젤 산업은 농업과 생산의 연계성을 통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후 관련회사들의 투자를 통해 생산량 증가로 이어졌다. 이런 환경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통을 이어온 다양한 분야의 중소기업들이 노력과 대책을 내놨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동안 관련산업 종사자들이 일궈놓은 시장이 안정화되려는 상황에서 정유사가 진입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김 기자 = 어떤 식으로 찬물을 끼얹게 될까? 제 의견과 더 자세히 듣고 싶다.

김 교수 = 대기업의 진입으로 얻어질 결과는 명백하다. 기존 바이오디젤 생태계는 완전히 붕괴되고 추락하는 가동률에 따른 치열한 입찰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다. 결국 자금력이 약한 업체의 도산과 폐업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정유사의 바이오디젤 생산계획은 철회돼야 한다. 이는 기존업체의 기득권 사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것이다. 정부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갖고 문제해결을 위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강구해야 한다.

우 교수 = 시기적으로는 늦었고 정유사가 바이오디젤 사업에 뛰어드는 모양새가 됐지만 정부의 바이오연료 확대정책 자체에는 공감한다. 정부는 바이오디젤 혼합비율 증가가 신재생 시장창출 효과, 온실가스 저감 등 국민적 환경편익을 종합고려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얻은 바이오디젤 혼합비율 증가와 함께 바이오에탄올 보급여부도 재논의할 필요성이 있다.

서 박사 =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바이오디젤을 보급한 국가다. 2030년 RFS 5%는 바이오디젤 보급 이후 30년 만에 얻은 결과로서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유럽의 경우 바이오에탄올과 병행해 바이오디젤도 의무사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6% 이상의 혼합비율을 갖고 향후 증가시킬 계획이다. RFS 혼합비율은 앞으로 더 진전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 교수 = RFS 혼합비율 상향으로 이산화탄소 감축과 수입에너지 의존성 저감 및 폐유처리량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바이오디젤 생산확대로 지역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바이오디젤 산업의 성장은 교육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교육받은 인원은 지역에서 일하게 되므로 지역발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사료된다.

김 기자 = 바이오디젤 산업의 발전이 지역에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말씀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소·중견기업이 그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든다.

우 교수 = 전혀 그렇지 않다. 외부에서 보면 바이오디젤 업계가 작아보일지 모르지만 이미 공급망이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그 책임을 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바이오디젤 산업에서 놀란 것은 그동안 하수구로 버려지던 폐식용유를 거의 전량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바이오디젤 보급초기에는 기대하지 못한 커다란 성과다. 매년 16만톤 이상의 폐식용유가 바이오디젤 원료로 재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폐자원 재활용시스템이다. 그리고 발전사로 공급되는 바이오중유의 핵심원료는 바이오디젤 생산공정에서 얻어지는 피치라는 부산물이다. 즉 폐식용유를 이용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고 그 부산물이 바이오중유를 생산하는데 기여하는 세계유일의 폐자원순환 재생시스템으로 혁신적이고 모범적인 사례가 된 것이다. 이는 중소·중견기업의 피, 땀, 눈물이 만들어 낸 결과다.

서 박사 = 방금 얘기가 나온 폐자원순환 재생시스템과 같이 연구개발은 중대한 문제다. 최근 해외유수의 기업과 정유사들은 바이오항공유와 같은 2세대 바이오연료 사업을 집중연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바이오디젤 업체가 생산하는 1세대 바이오디젤 사업은 아예 검토하고 있지 않다. 1세대 바이오디젤의 경우 기존 생산업체의 파이로 두고 고도의 기술과 막대한 설비투자가 요구되는 2세대 바이오연료 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현재의 추세이기 때문에 국내 정유사도 이들과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 교수 = 현재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바이오디젤 업계가 기울인 노력을 감안할 때 정부가 입법예고한 바이오디젤 중장기 혼합비율 상향은 업계에 선물이 돼야 한다. 선물 보따리를 풀기도 전에 기존업체에 근심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정유사의 진출소식은 안타까울 뿐이다. 그동안 정유업계와 바이오디젤 업계가 지속해 온 상생이 지켜지길 바란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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