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 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장

▲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 원장.
▲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 원장.

[이투뉴스] 지난달 15일 북미 전역에 불어닥친 겨울폭풍으로 미국 남부지방의 온도가 영하 20도를 육박하면서 따뜻한 지방인 텍사스주에 난리가 났다. 텍사스의 전력피크는 여름에만 대비하면 끝이란 공식이 무너지고 만 것이다. 당연히 겨울철 전력소비량 폭증에 대처하지 못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이 간다. 평소 겨울폭풍에 대비한 비상훈련이 안된 상태에서 발전소를 즉시 가동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그것마저도 동파되거나 얼어붙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텍사스에만 정전이 생긴 것일까? 텍사스의 전력망은 다른 주들과 연계되어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자신들의 전력망을 별도로 독립시켰고, 고의적으로 다른 주들과 전력망 연결을 회피했다. 텍사스에 풍부한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어서 이를 이용해 언제든지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의 발로였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는 우리의 속담이 있듯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것을 쓸모있게 다듬고 정리해야 가치 있는 법이다. 그대로 묻어 둔다면 정말 필요한 시기에는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텍사스는 2011년 2월에도 주 일부에서 기록적인 한파를 겪으면서 천연가스설비의 작동이 중단되어 순환정전과 난방연료차단 등 문제가 발생했었다. 그 때 당국의 관리감독과 시정권고를 소홀히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그때가 텍사스의 시스템을 수정할 수 있는 적기였는데 그 시기를 놓치고 만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동일한 사건이 재발했다. 일각에서는 몇몇 풍력발전기가 얼어붙어 발전량이 감소한 것을 놓고 재생에너지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측에서는 텍사스보다 훨씬 추운 캐나다나 북유럽의 여러 나라처럼 영하 30도급 혹한에도 제대로 작동 될 수 있도록 설계가 되면 큰 문제는 없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텍사스가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이상기후에 대응하지 않고 안일한 설비공사를 했으며, 혹한에 대한 대비책을 소홀히 했던 것이 화근이 됐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텍사스는 다른 주와 연계되지 않는 독자적인 전력망을 구축하고 있어 비상시 서로 전기를 끌어다 쓰는 연결이 불가능한 것이 더 큰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결과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몇백배씩 뛰는 사례도 벌어졌고,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자동차로 피신해 히터를 가동하고 연통으로 연결해 집안 난방을 하는 기이한 현상도 벌어지게 된 것으로 소식통들이 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공장이나 반도체공장 등 대부분 공장이 가동을 정지해야 하는 산업적 여파도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정전사태는 겨울폭풍이나 폭설만이 있는 게 아니다. 캘리포니아주의 폭염사태에서도 정전사태를 여러 번 경험한 바 있다. 

이런 경우를 보면서 텍사스 정전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인식하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면 어떻게 대처 했을까? 아찔하기만 하다. 작년 우리나라에도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토사유출을 비롯한 각종 태양광 피해가 속출했다. 풍력발전기가 강풍에 쓰러지는 사고도 경험한 바 있다. 자연재앙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마는 나약한 모습은 개발도상국만의 특허는 아니고 선진국이라고 결코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이룩하기 위해 더 많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자연의 힘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재생에너지가 자연재해 앞에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음을 주변에서 시사점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정말 다행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매 5년마다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하면서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에너지분권에 입각한 에너지자치와 에너지독립을 부르짖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하자원이 절대 부족한 우리나라에 자연형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독립을 이루겠다는 명제는 언제 어디서나 옳은 판단이다. 그러나 텍사스처럼 가진 자의 지나친 에너지독립이 자기생존만을 추구할 경우 오히려 화를 자초하게 된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전력망 구축과 상호연결이 비상시에는 자기를 살리는 생명선이 될 수 있다는 교훈 하나는 배워야 하겠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한전 전력망이 전국적으로 구축돼 텍사스와는 경우와 다르다. 하지만 산불, 산사태, 폭설, 폭풍, 폭염 같은 자연재해나 기타 안전사고 등으로 전력망이나 가스망 등에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는 항상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제4차산업혁명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안전사고 위험이나 정전사고 같은 비상사태를 사전에 탐지하고 미리 대처하는 기술과 방법을 찾아가야 할 때이다. 에너지기술분야에 IoT, IoE, AI 등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방역(K-방역)과 같은 정전사태 극복(K- 정전극복)의 선두주자로 나서는 것도 에너지 분야에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이자 시대적 사명이다.

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장 jokim@besico.co.kr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