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바야흐로 탄소중립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한 이후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거의 광풍 수준이다. 정부는 이에 따른 정책 목표 및 전략을 짜내느라 여념이 없고, 공기업들 역시 정부입맛에 맞는 사업 및 투자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사실 익숙한 풍경이다. 수소경제가 그랬고, 그린뉴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지금도 진행형이다. 단지 탄소중립으로 이름만 살짝 바뀌었을 뿐이다. 조금 오래된 레퍼토리인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도 우리 모두의 귀에 익숙한 어젠다가 된 지 오래다. 후속문구도 정해져 있다. 글로벌 환경변화에 따른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한다거나 ‘위기가 곧 기회다’는 내용이 뒤따른다.

이전 정부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해외자원개발을 통한 에너지 확보)’와 박근혜 정부의 ‘에너지신산업’도 사실 결만 살짝 다를 뿐 그 당시 글로벌 흐름에 맞춰 만들어 낸 위장된 어젠다일 뿐이다. 결국 정부는 이름과 구호만 바꿔 새로운 기후·에너지정책인 것처럼 포장했고, 뒤따를 수밖에 없는 공기업들이 여기에 끌려 다니면서 유행을 만들어냈다. 

인류의 유일한 터전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선 기후변화를 막아야 하고, 기후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탄소중립이 먼저다. 탄소중립을 하려다보니 에너지전환이 나오고, 후속으로 수소경제와 신재생에너지가 따라왔다. 에너지신산업이니 그린뉴딜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기왕 에너지전환을 하면서 경제위기 극복 및 미래먹거리도 만들면 좋겠다는 것이 신산업과 그린뉴딜이다. 다들 작명(作名) 센스만 넘칠 뿐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추진전략이 나오면 산업계를 중심으로 너무 가혹하고 급진적인 계획으로, 국가경쟁력을 헤칠 것이라고 반대의견이 쏟아질 것이 자명하다. 뒤이어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순서도 미리 정해져 있다. 에너지전환과 신재생에너지 보급전략, 배출권거래제 시행당시 거쳤던 길을 다시 되짚어 가는 만큼 예상을 못하는 이가 바보다.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러한 어젠다들이 쓸데없다는 의미도 아니다. 에너지전환, 그린뉴딜, 탄소중립, 수소경제를 왜 해야만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왜 그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가 먼저 나와야 한다. 모두 지구 전체 또는 국가별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토대를 만들기 위한 수단 내지 과정일 뿐이다.

탄소중립,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칙이 먼저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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