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2050년 탄소중립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정책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정작 재생에너지로 나온 전력을 소비자에 전달하는 송배전망 확충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쉽게 말하면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의 구축은 생각하지 않고 주택이 부족하다고 해서 특정지역에 아파트만 건설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앞서 확정된 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오는 6월을 시한으로 2024년까지의 송변전 설비 신설 및 보강계획을 담은 15년 단위 제 9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을 짜고 있다. 앞으로의 중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은 과거와는 다른 형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의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는 전력 생산이 바닷가를 중심으로 한 원자력발전소나 석탄화력과 같은 대규모 설비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소비지에 송전하는 것이 주된 형태였으나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이 점차 늘어나면서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를테면 전국에서 검토되고 있는 해상풍력사업은 수십 GW에 이르지만 구체적인 송전망 보강계획은 전혀 그림이 없는 상태.

특히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은 대규모 발전소에서 나온 전력과 달리 24시간 송전망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이럴 경우 송배전을 독점하고 있는 한전으로서는 설비 확충은 물론 건설 원가나 효율 등 측면에서 고려해야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때문에 시장형 공기업인 한전으로서는 투자에 상당한 고민이 따른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일반 발전소의 전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24시간 물 흐르듯 생산되고 있지만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간헐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선로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평균이용률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아울러 송배전망은 밀양 사태 등에서도 경험한 바와 같이 주민수용성을 확보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어떤 측면에서는 대규모 송전망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지도 모른다.

여기에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탄소중립에 따라 석탄화력은 거의 사라지는 형태를 취할 것으로 보이는데 반해 그에 따른 전력의 흐름은 어떻게 달라질지, 비상수급이나 재생에너지 변동성은 문제가 없는 것인지에 대해 백지상태나 다름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생산전력의 송전을 해결하지 못하면 재생에너지 확대는 운반수단이 없는 기형적인 형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곧 재생에너지 확대로 시작되는 탄소중립도 실현가능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송변전 중장기 계획은 다른 어떤 정책과 마찬가지로 먼 미래를 보고 바탕부터 확실하게 다져나가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우선 먹기식으로 접근하면 국가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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