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스 산업 온실가스 감축 압박 
탄소세 대신 환경 법안 철회 꼼수도

[이투뉴스] 기후변화 관련 법적 규제에 저항해 왔던 미국 석유협회가 입장을 바꿔 연방정부의 탄소세 부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정책 발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돌연 태세전환에 나섰다.

엑손모빌과 BP,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미국 석유협회 등 산업계 대표들은 최근 백악관 고위 관계자와 화상 면담을 갖고 시장 기반 탄소세 지지 입장을 밝혔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석연료 사업자들을 돕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 시절 규제를 제거하는데 힘을 쏟아 왔으나 정권이 바뀌자 기후변화 문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달라진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원유와 가스 생산을 위한 연방 정부 토지 임대를 중단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원유가스 생산업자들과 공화당 지지 지역들로부터 많은 저항을 일으켰던 결단이었다.

<CNBC뉴스>는 이번 석유협회의 탄소세 지지와 관련, 기업들은 현재 집행되고 있는 많은 환경 규제보다 기후관련 세금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석유협회는 탄소세가 다양하고 각기 다른 규제들 보다 더 청정하고 더 투명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배출권 거래제든 세금 형태든 탄소세는 경제 산업 전역에 걸쳐 적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석유 산업계는 기술 개발과 배출량 경감, 청정 연료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ESG 보고와 이용을 확대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10년 전 협회는 의회가 탄소세 부과에 대해 논의하자 이를 강하게 반대했었다. 마이크 섬너스 석유협회장은 “의회가 이 이슈를 꺼낸 이후 세상은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석유가스 산업은 투자자들로부터 기후 변화에 대응 조치하라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2050년까지 미국을 배출 제로 국가로 만들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민주당은 인프라 재구축 법안의 세부 사안을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법안을 집행하기 위한 자금 규모는 약 2조~3조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청정에너지와 혁신에 4000억 달러의 지원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 가스 업계로부터 탄소세를 거둘경우 인프라 재구축을 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 조세재단은 탄소세가 톤당 5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 5%씩 증세해 10년간 약 1조8700억 달러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 석유협회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없는 사업에 자금이 지원되는 세금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섬너스 회장은 산업계가 탄소세 이후 현존 규제에 대한 변화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환경 단체들은 이를 두고 석유산업의 꼼수라고 비난했다.

천연자원보호협회의 데이비드 도니거 기후청정에너지 디렉터는 “논의 주체에서 제외되는 대신 협상 테이블에 직접 앉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들이 진짜 지지하려고 제안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천연자원보호협회는 탄소세 부과를 대신해 오염 배출 규제를 없애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의회에서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은 탄소세를 갑자기 석유협회가 꺼낸 것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이 여전히 탄소세 관련 법안을 주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에너지의 전환을 중심 사안으로 추구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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