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 양춘승] 한국의 유통업체인 쿠팡이 지난 3월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여 하루아침에 시가총액 100조원에 달하는 기업이 되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2위인 102조원의 SK하이닉스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상장 당일에만 3391만달러(약 383억원) 어치를 순매수하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대박이 난 경우라고 하겠다.

국내기업이 이룩한 이번 성공을 과소평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ESG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축하할 일은 아닌 것 같다.

ESG투자란 재무적 성과만이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감안하여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투자 전략으로서, 투자 대상기업의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다는 의미에서 사회책임투자(SRI)라고도 한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이러한 ESG투자 규모는 30.7조 달러에 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ESG투자 규모는 12조 달러로 미국 총 운용자산의 1/4에 해당된다. 이런 ESG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기업의 환경적 사회적 성과와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따지고, 필요한 경우 기업에 대한 관여 활동(engagement)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여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입장이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단기적으로는 약간 귀찮은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건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ESG투자를 지속가능투자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이들 ESG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  쿠팡은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장으로 확보한 5조 원 자금은 물류센터 증설, 배달시장 점유율 확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대, 자체 브랜드(PB) 상품 강화, 산지 직송 등 신선식품(쿠팡프레시) 취급 확대 등 재무적 성과를 높이는 데 주로 사용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5만 개를 만든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빼고는 쿠팡의 사회적 환경적 투자는 기대 이하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년 사이 노동자 7명이 사망하였으나 여전히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은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보도 매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기사 삭제 요구 같은 대응을 하고 있다고 한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100%이용계획(RE100)이나, 전체 물류차량 전기차 이용계획(EV100) 같은 물류업계 선진기업들이 취하고 있는 정책은 쿠팡 웹사이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점들에 대한 분명한 전략이 없다면 ESG투자자들은 쿠팡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것이고, 앞으로 쿠팡 주가가 계속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인지는 상당히 불투명하게 보인다. 물론 쿠팡의 대주주가 5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기부하겠다는 서약을 하여 이미지 쇄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ESG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이는 개인적 결단이지 쿠팡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환경적 성과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일이다.

쿠팡이 이번 성과를 성공으로 만드는 길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뛰어넘어 어떻게 하면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영향을 창출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지난 2010년 멕시코 만에서 발생한 해상 기름 유출 사고로 원유 67억 톤을 유출한 영국 비피(BP)는 사고 뒤 석 달 만에 주가가 48.3%나 하락했고, 1996년 소년 노동을 이용한 축구화 제조 사실이 밝혀진 나이키(Nike)는 자신들의 잘못을 부인하다가 대규모 불매운동을 당해 결국 1997년 말 주가가 반토막이 되고 영업이익도 지난해 대비 37%나 줄어들었던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상승을 추구하는 ESG 투자자들은 일시적 행운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탈을 기반으로 한 장기적 가치 상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성공은 반가운 일이나, 사회적 환경적 도전에 대한 전향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쿠팡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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