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만 15억원 적자…이사회서 유야무야
석유업계 "가짜석유 주는데 명분 있나"

[이투뉴스] 한국석유관리원이 최근 이사회에서 석유 검사수수료 인상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2년째 1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석유관리원은 자동차용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부생연료유, LPG, 용제 및 아스팔트 등을 대상으로 의무적인 품질검사를 하고 있다. 검사수수료는 연료유는 리터당 0.469원, 윤활유는 3.33원이다.

이렇게 거둔 검사수수료는 석유유통과 품질관리사업을 맡은 석유관리원을 운영하는데 사용된다. 검사수수료 규모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코로나19로 침체된 정유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수수료 납부유예를 거론한 것으로 미뤄볼 때 그 규모가 적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작년 석유관리원 정부지원예산은 128억원 규모다.

검사수수료 인상논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례로 2000년대에는 세녹스를 비롯한 유사휘발유 판매가 늘자 석유품질관리원 단속인원 및 장비를 충원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2006년 검사수수료를 0.296원에서 0.430원으로 인상했다. 또 2009년에는 석유품질관리원을 석유관리원으로 법정기관화하면서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0.469원으로 인상했다.

12년간 동결됐던 검사수수료 얘기가 갑자기 불거져 나온 것은 석유관리원이 지난해 14억7500만원 적자를 봤기 때문이다. 석유관리원은 2015년 20억3500만원, 2016년은 33억6300만원, 2017년 42억8900만원의 흑자를 기록한 바 있으나 2018년 26억9000만원 흑자로 돌아선 이래 2019년에는 16억99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검사수수료 인상은 관련고시 등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연내 인상은 어렵다는 논의로 이사회가 유야무야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에너지전환에 따라 전기·수소차가 늘어나고 석유제품 소비가 줄어드는데 검사수수료까지 인상하면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관리원이 석유제품 검사수수료 인상을 검토한다면 업계로서는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전에 있었던 인상은 가짜휘발유 단속이라는 명분이 있어서 가능했지만 가짜 석유제품 단속건수가 줄어드는 시점에 석유관리원이 새 명분을 발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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