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디젤로 뛰어드는 정유사, 호재 or 악재
바이오디젤로 뛰어드는 정유사, 호재 or 악재
  • 김진오 기자
  • 승인 2021.05.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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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생산 요구 외면해 온 정유사, 시장 정착되자 입장 바꿔
연료혼합 의무비율 상향 따른 추가비용, 소비자 전가 우려

[이투뉴스] 오랫동안 낮은 혼합비율로 부진했던 바이오디젤 산업이 정부의 신재생 연료혼합 의무화(RFS) 비율 상향에 따라 활기를 띌 전망이다. 산업부는 RFS비율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7월부터 경유에 포함되는 바이오디젤 비율이 현재 3.0%에서 3.5%로 상향된다. 또 3년 단위로 비율을 0.5%p 늘려 2030년에는 5.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가 바이오디젤 사용으로 얻는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편익을 고려해 바이오디젤이 국민편익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중요한 에너지원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바이오에너지 사용확대는 이미 세계적 추세다. EU의 RFS비율은 7%, 미국은 2~10%, 캐나다는 2~4%, 브라질은 10%, 인도는 20%, 태국은 7% 등 이미 많은 국가가 석유제품에 바이오연료를 혼합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바이오디젤 시장 규모는 하루 90만배럴로 글로벌 석유수요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도로 수송용으로만 사용된다. 그러나 석유화학제품을 제외한다면 그 어떤 석유제품보다 빠른 수요증가가 기대된다. 우드맥킨지는 바이오디젤 시장규모가 2030년 하루 150만~300만배럴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IEA는 2030년 바이오항공유가 전체 항공유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바이오에너지 대세론이 계속되면서 정유업계는 이제까지 불편한 사이로 지내왔던 바이오디젤 산업과 새로운 관계구축에 들어갔다.

◆해외 정유사의 바이오디젤 전략
최근 해외에서는 정유업계의 생산과잉과 낮은 가동률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정유공장이 속출하자 정유공장에서 바이오디젤을 생산해 에너지전환의 역군으로 이용하자는 논의가 속속 나오고 있다.

우드맥킨지에서 바이오에너지를 담당하는 테오 지시스 애널리스트는 “정유공장을 폐쇄하는 것은 기업은 물론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있는 지역사회에도 매우 어려운 결정”이라며 “에너지전환은 정유공장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기회일 수 있지만 개별 공장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정유공장에서 원유를 이용해 중유를 만드는 공정에서 원유를 식물성기름으로 대체해 바이오오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식물성기름에 수소를 첨가하거나 에스테르화해 만들어낸 바이오디젤은 이미 100년 전에 개발된 기술인 만큼 정유업계의 바이오에너지 산업 진출도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테오 에널리스트는 "엑손모빌, 쉘, BP가 정유공장에서 바이오연료를 같이 생산하고 있지만 ENI와 토탈만이 바이오연료 제조목적으로 정유공장을 용도변경했다"며 “토탈은 2024년부터 프랑스 카르카손 정유공장에서 바이오디젤과 바이오플라스틱을 생산하게 될 것이며 용도변경을 원하는 다른 정유공장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바이오연료는 그린수소나 CCS와 같이 기술적으로는 증명됐으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제로탄소 기술의 초기형태”라며 “경제성이 생기려면 투자와 비용절감, 규모가 있어야 할뿐만 아니라 탄소비용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리스크를 짊어지는 리터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토탈은 2024년부터 카르카손 정유공장에서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기로 했다.
▲토탈은 2024년부터 카르카손 정유공장에서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기로 했다.

◆RFS 상향에 바이오에너지 산업 뛰어드는 정유사
그렇담 국내 정유사는 바이오에너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최근 국내 바이오에너지 업계에서 일어난 큰 이슈를 들자면 SK케미칼의 바이오에너지 사업 매각 건이다. 지난해 5월 SK케미칼은 바이오에너지 사업 일체를 국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SK케미칼의 결정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SK케미칼은 2008년부터 바이오디젤·바이오중유를 생산하면서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해왔기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꾸준히 돈이 벌리는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SK케미칼은 국내 바이오디젤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각 사가 바이오디젤 생산량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SK케미칼의 1년 바이오디젤 생산은 14만톤으로 SK이노베이션과 S-OIL 등에 납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바이오디젤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이었던 점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RFS비율을 2030년 5.0%까지 올리는 내용의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은 올해 1월 통과됐지만, 바이오디젤 사용확대 필요성은 그 전부터 제기돼왔다. 영업이익 증가가 반쯤 예정됐음에도 발로 차버린 셈이다.

업계의 의문에 SK케미칼은 “폴리머 위주 화학제품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며 “다변화돼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친환경 소재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SK케미칼의 바이오에너지 사업을 매각한 이유가 정유사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돈다. RFS비율이 높아져 정유사들이 바이오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기 전에 사업을 매각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는 4월 블루수소, 화이트바이오, 친환경화학·소재 사업을 3대 친환경 미래먹거리로 선정했다. 화이트바이오 사업은 환경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미생물, 효소 등을 활용해 기존 화학산업의 소재를 바이오기반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물론 바이오디젤도 화이트바이오 사업에 포함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바이오디젤 생산을 제고해달라는 산업부의 권고에도 불구, 바이오디젤 생산플랜트 시공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는 2010년 100% 자회사인 GS바이오를 설립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고 있다. GS칼텍스는 “공정한 입찰경쟁을 통해 바이오디젤 공급사를 선정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여수공장 부지 내에 GS바이오를 설립하면서 내부 파이프라인을 공유해 유틸리티 비용과 운반비를 낮춰 타 업체의 판매단가를 낮추는 견제수단으로까지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들은 바이오디젤 혼합이 의무화됐을 당시 바이오디젤을 직접 생산하라는 정부의 권유를 외면해왔다. 시장이 안정적으로 정착되자 바이오디젤 생산에 나서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GS칼텍스 여수공장 내 GS바이오 생산시설.
▲GS칼텍스 여수공장 내 GS바이오 생산시설.

◆석유가격 상승·차량 성능저하 등 우려
반면 일각에서는 RFS비율 상향이 기름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유사에게 바이오디젤 산업이 마냥 호재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바이오디젤 함량이 0.5%p 상승하면 경유의 공급가격은 3원 가량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는 RFS비율이 5%에 도달하는 2030년, 정유업계가 물어야할 추가비용 부담은 25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경비용을 신기술을 개발해 보전하거나 정유사가 부담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전가해버릴 수 있다는 우려다.

걱정되는 점은 또 있다.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을 늘릴 경우 영하의 온도에서 차량 성능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정유사가 겨울에는 바이오디젤을 2% 가량만 혼합하고, 부족분은 여름철 혼합량을 4%로 증량해 차량 성능저하를 예방하는 것은 업계에서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일이다.

산업부는 연구용역 결과 RFS혼합비율을 5%까지 상향해도 영하 18도 이하라는 법적기준 내에서는 자동차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바이오디젤을 혼합하는 당사자인 정유사로서는 신경 쓰이는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겨울철 강원도 등지에서 영하 20도를 기록할 정도로 강추위가 불어닥치는 만큼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유업계는 산업부에 혼합의무량 초과분을 예치하거나 부족분을 유예하는 ‘의무이행 유연제도’ 도입을 건의하기도 했다.

김기은 서경대학교 교수는 바이오디젤 업계의 현 상태를 두고 “정유사의 신규참여는 바이오디젤 산업의 육성을 위해 십여년 간 각고의 노력으로 사업을 키운 기존 생산업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유사는 바이오디젤이 아닌, 바이오항공유와 같은 보다 높은 수준의 에너지원을 연구·개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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