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화 및 재생에너지·수소 확대로 가스 소비 감소
전력수요 대응 발전부문의 천연가스 역할은 지속

[이투뉴스] 호주가 재생에너지를 주축으로 한 에너지전환으로 장기적인 측면에서 천연가스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에너지시장기구(AEMO)는 최근 발표한 동·남동부지역의 천연가스 시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전력화, 재생에너지 및 수소 확대 등으로 2040년까지 가스 소비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중단기적으로는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함에도 에너지효율, 연료전환 및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가스발전량 감소 등으로 가스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으며, 수소 생산과 수소혼합 확대로 산업공정에서 가스에서 수소로의 연료전환이 가장 먼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Central 시나리오 ▶Slow Change 시나리오 ▶Hydrogen 시나리오 ▶Low Gas Price 시나리오 등 4개 시나리오별로 에너지 시장 변화를 추정했다. 

우선 Central 시나리오에서는 2040년 LNG수출을 제외한 자국의 총 가스 소비는 549PJ로 2020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100PJ는 190만 LNG톤이다. 2040년까지 LNG 부문에서의 가스 소비는 2020년(1338PJ)보다 79PJ 증가에 그치며, 산업과 가정?상업부문의 가스 소비는 각각 256PJ과 195PJ로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2040년 발전부문에서의 가스 소비는 2020년(127PJ) 대비 70~90PJ(30~4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저성장을 가정한 Slow Change 시나리오에서는 2040년 가스 소비가 Central 시나리오보다 21% 낮은 431PJ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전력망 인프라 구축 지연 및 낮은 경제성장과 이로 인한 산업부문 폐업 위기가 주요인이다.

또한 Hydrogen 시나리오의 경우 높은 경제성장에도 빠른 연료전환으로 2040년 가스 소비는 Central 시나리오보다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소로의 연료전환과 전해조 확충 등 전력 수요에 대한 유연성 향상으로 발전부문에서의 가스 의존도가 낮아진데 따른 결과다.

또 Low Gas Price 시나리오에서는 2040년까지 가스 소비가 Central 시나리오보다 소폭 높은 수준을 보이며 2020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낮은 가스가격으로 가정·상업, 발전부문에서 가스 소비가 소폭 증가하지만 산업부문에서는 가스 소비 증가의 유인책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생에너지, 저장설비 및 송·배전 인프라 확충 등으로 발전부문에서의 가스 소비는 단기적으로는 급격히 감소할 것이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동절기 피크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가스발전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변동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발전부문에서의 가스 소비는 127PJ로 2019년보다 23% 줄었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다.

호주 동·남동부지역에서 향후 2년간 4GW 규모의 신규 재생에너지설비가 추가될 예정이며, 석탄화력 발전설비 폐쇄에 따른 가스 소비 증가에도 신규 에너지저장 설비와 전력망 인프라 확충 등이 가스 소비 증가분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Hydrogen 시나리오에서는 점차 수소 생산이 확대됨에 따라 2040년에는 직접 사용을 위한 가스 소비가 20% 감소하고, 이후 2050년까지 가스 소비 감소세가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동절기와 하절기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발전부문에서 가스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신규 발전설비와 송전망 확충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석탄화력설비를 조기 폐쇄할 경우에는 발전부문에서의 연간 가스 소비가 증가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모리슨 정부의 ‘가스 기반 에너지전환’ 정책 비판
보고서는 호주 동·남동부지역에서의 가스 매장량과 생산량은 감소 추세로, 장기적으로 피크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돼 가스 생산 및 인프라 프로젝트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지역에서 2021~2025년 운영·승인된 가스전에서의 연간 가스 생산량은 기존 전망치보다 소폭 증가했으나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2023년 기준으로 운영·승인·예정된 남부지역 가스 프로젝트의 일간 최대 가스 생산능력은 기존 예상치보다 20% 하향 조정되어 하루 1400TJ에 그치며, 빅토리아 주에서는 당초 예상치보다 25%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빅토리아 주 롱포드에 위치한 가스전에서의 가스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어 기존 전망치 보다 1년 앞당겨진 2023년 동절기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됐다. 롱포드 가스전은 호주 동·남동부지역에서의 유연한 가스 공급이 가능해 계절적 수요를 충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AEMO의 보고서에서 제시된 것처럼 중장기적으로 가스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호주 모리슨 정부의 ‘가스 기반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잘못된 전제 하에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호주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위기 타개를 위해 지난해 9월 에너지안보 강화와 가스 공급 확대를 통한 가격 안정화를 골자로 한 ‘The Gas Fired Recovery’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정부의 가스 확대 정책이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뿐 아니라 풍력과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설비 비용 하락으로 경쟁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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