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관리협회 "해외사례 단순 적용"
전력시장 적용 시 4.5GW DR시장 '반토막'

[이투뉴스] 한전이 전력 수요자원거래시장(DR) 자원들의 참여기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관련 산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전 주장대로라면 4.5GW규모 전체 참여자원의 절반 이상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대거 물량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29일 전력수요관리사업자들에 따르면 최근 한전 전력수급처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의무감축 대기시간 축소와 DR 참여고객의 전기소비형태 검증 기준(RRMSE)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DR시장 개선안을 제출했다.

전력시장 규칙개정위원회 등에 정식 부의하기 전 정부를 상대로 자사 주장의 당위성을 설득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RRMSE(Relative Root Mean Squared Error)는 DR에 참여하려는 고객사 기준 전력사용량과 실제 사용량의 평균 오차를 말한다. 현행 기준은 검증결과가 30% 이하여야만 DR거래가 가능하다.

한전은 DR 신뢰도와 미국시장 사례를 이번 개선안의 근거로 든다. 반면 국내 DR시장 신뢰도는 100%이상을 기록 중인데다 한전이 주장하는 허용기준도 미국 PJM 사례를 단순 반영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DR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전력수요관리협회 관계자는 “전력거래소 통계자료를 보면 2019년 이후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신뢰도는 10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면서 "갑자기 한전이 왜 DR의 신뢰도를 문제 삼는 것인지 이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RRMSE가 수요자원의 신뢰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도 무리라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산업이나 전력시장 구조 등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은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선진사례라며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력당국 한 관계자도 "한전이 RRMSE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했었다.

그럼에도 업계는 한전 주장이 전력시장에서 그대로 수용될 경우 어렵게 성장한 수요자원 거래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협회 분석에 의하면 RRMSE가 20%로 상향될 경우 DR자원의 46%이상이 탈락한다. 이는 전체 4.5GW의 2.5GW에 해당하는 양이다.

DR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현재 전력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DR용량 4.3GW에도 크게 부족해 수급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전의 이번 움직임은 전력구입비 절감 차원으로 풀이된다. 참여기준이 강화돼 물량이 대거 이탈되면 DR시장에 참여하는 자원들에 지급되는 각종 정산금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업계는 수급 비상 시나 경제성DR로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DR 용량만큼 DR보다 더 비싼 발전기가 가동될 경우 한전 구입비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전력거래소에 의하면 DR 용량이 2GW 감소할 경우 전력시장 용량정산금은 753억원 증가한다.

경제성DR 참여에 따른 연간 SMP 하락 및 전력구입비 절감 효과도 6차년도 기준 28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감축 이행률 ⓒ전력거래소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감축 이행률 ⓒ전력거래소

DR 의무 대기시간을 축소해야 한다는 견해도 에너지전환에 따른 미래 계통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란 비판이 나온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전력시장 참여가 지속 늘고 있어 이를 흡수할 수요측면의 DR역할은 오히려 점증할 것이란 관측이다.

전력수요관리협회 관계자는 “내용을 보면 황당한 주장이지만 한전이라는 거대사업자가 하는 이야기라 마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면서 "현재 DR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사업자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수차례 한전 담당자와 면담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9년말 DR제도가 대대적으로 개편돼 기본정산금이 참여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고 감축시험 통과기준도 상향되는 등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가 완료됐다”며 “불합리한 개편 시도에 대해서는 5000여개 참여사업장들과 함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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