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매립지 공모에 한 곳도 신청 안 해 …험난한 길 예고
인천 “연장은 없다” vs 서울·경기 “현실적인 대안 찾아야”

대체매립지 조성에는 찬성, 실천의지는 지자체별 제각각

[이투뉴스] 서울의 한강변에는 억새가 아름답게 피고, 해질녁 노을이 아주 멋진 생태공원인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있다. 하늘·노을 공원은 원래 27년 전까지 난지도매립장이었다. 하지만 수용한계에 다다르자 안정화를 거쳐 지금은 아름다운 생태공원으로 변신, 서울시민의 나들이 장소로 쓰이고 있다.

난지도매립장을 폐쇄한 후 서울지역 쓰레기가 가는 곳이 수도권쓰레기매립장이다. 예전 김포매립지라고 부르기도 했으나, 지금 행정구역은 인천시 서구다. 1992년 조성된 수도권매립지는 서울과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3개 시도의 각종 폐기물을 지금까지 매립해 왔다.

쓰레기매립장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수도권매립지의 미래는 밝지 않다. 조성 이후 1, 2매립장을 거쳐 지금은 3-1매립장까지 계속 확대됐으나, 언제 수명을 종료시킬 것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방향은 사실상 결정된 상태다. 3-1 사용이 종료되는 2025년까지만 사용한 후 대체매립지를 조성해 옮겨 가기로 환경부를 비롯해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가 이미 합의를 마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논란이 될 이유가 없지만 실제 분위기는 묘하다. 대체매립지 조성이 언제, 어느 곳에 조성될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8년 준공해 현재 사용 중인 수도권매립지 제3-1 매립장 전경.
▲2018년 준공해 현재 사용 중인 수도권매립지 제3-1 매립장 전경.

◆대체매립지 공모 무산, 갈 길 험난 예고
수도권매립지의 수명종료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다. 모두 인천시와 지역주민의 강력한 항의에 따라 발생했다. 말썽이 커지자 2015년 환경부와 3개 시·도는 잔여 매립부지 중 3-1공구(103만㎡)를 향후 10년만(2025년) 사용하는 한편 추진단을 구성해 대체매립지를 조성키로 합의했다. 또 매립지 주변지역 환경개선방안과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에도 의견을 모았다.

▲1994년 정연만 당시 환경부 차관(왼쪽 첫번째)을 비롯해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부단체장들이 모여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을 둘러싸고 회의를 하는 모습.
▲1994년 정연만 당시 환경부 차관(왼쪽 첫번째)을 비롯해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부단체장들이 모여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을 둘러싸고 회의를 하는 모습.

이러한 4자 합의에도 불구 지난해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대체매립지를 찾기 위한 연구용역 등을 일부 진행했으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등 실행을 위한 의지가 약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합의서에 “대체매립지 조성을 못할 경우 매립지 잔여부지의 최대 15%(106만㎡) 범위에서 추가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어 시간을 끌면 연장도 가능할 것이라는 ‘고의적 방치’ 의혹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인천시가 옹진군 영흥면 외리에 2024년까지 1400억원을 투입해 자체 매립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당초 합의대로 2025년 이후에는 서울·경기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는 독립선언을 한 것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우리부터 발생지 처리원칙에 입각한 환경정의를 바로 세워야 수도권 2500만명의 쓰레기를 떠안는 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수도권매립지 종료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인천시의 이러한 쓰레기 독립선언이 나오자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마지못해 나섰다. 2500억원의 특별지원금을 미끼로 대체매립지 후보지 공모에 나선 것이다. 대상은 전체 부지면적이 220만㎡(실매립면적은 최소 170만㎡) 이상으로, 후보지 경계 2km 이내의 지역주민 50%(토지소유자 70%)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조건을 붙였다.

하지만 대체매립지 공모는 수포로 돌아갔다. 단 한 곳의 지자체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모는 했지만 처음부터 크게 기대한 것 같지는 않다. 해당 지자체 전체가 들썩일 것이 뻔하고 주민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엄청난 사안을 3개월 만에 해치운 후 신청서를 내라는 것부터가 무리한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대체매립지 공모관련 실무를 맡은 수도권매립지공사 등에 따르면 신청은 없었지만 문의는 적지 않게 있었다고 한다. 2500억원의 특별지원금을 비롯한 엄청난 재정지원이 이끌려서다. 실제 일부 지자체 실무자는 물론 지역주민 등이 나서 지원수준 및 동향 등에 대해 궁금해 하면서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느 단체장이 나설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는 전언이다.

이후 환경부와 3개 시도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대체매립지 확보추진단은 회의를 통해 ▶공모요건을 완화해 재공모 실시 ▶4자간 대표자 회동 및 국장급 정례회의 ▶종량제 쓰레기 반입 금지 및 건설폐기물 제한 등의 5개 항목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특히 수도권 폐기물처리시설 확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3개 시도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연장론 스멀스멀, 인천시가 칼자루
그동안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수면아래에서만 움직이던 수도권매립지 연장론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서울시 수장이 된 오세훈 시장이 먼저 총대를 맸다. ‘수도권매립지 계속 사용’이라는 표현을 쓰며 협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매립지 향방과 관련 아직까지는 말을 아끼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보토론회에서 “인천시가 난색을 표하면서 수도권매립지 상황이 매우 급박해졌다"며 "서울시에는 쓰레기를 매립할 장소가 없는 만큼 인천에 있는 매립지를 계속 쓸 수 있도록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연장필요성을 공식화했다. 여기에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청와대의 협조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오 시장이 움직이자 환경부도 나섰다. 한정애 환경부장관이 오세훈 시장을 만나 중재의지를 밝히면서 “수도권 단체장과 만나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시도 간 입장 차이를 줄이고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조정 역할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2025년까지만 수도권매립지를 사용하자는 4자 합의에도 불구 중재·조정 역할을 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연장논의에 동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뽁)과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도권매립지 해법 마련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뽁)과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도권매립지 해법 마련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반면 인천시 입장은 강경하다. 수도권매립지 연장 여부는 논의대상 자체가 아니라며 독자노선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체매립지로 지목한 옹진군 영흥도 외리의 인천에코랜드 예정부지(89만486㎡)를 617억원에 매입하는 등 ‘쓰레기 독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간법인으로 사들인 이 땅의 매입가는 공시지가(736억원)보다 119억원 적은 금액으로, 인천시는 토지주와의 협상을 통해 금액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인천은 여기에 광역소각장 입지도 이달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광역소각장은 직매립 금지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시는 송도·청라 소각장 확장을 비롯해 북부권(서구·강화군)과 서부권(부평·계양구), 남부권(중구·미추홀구·남동구)를 묶어 광역소각장을 신설다는 계획이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박남춘 인천시장의 불도저 행보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자원순환이 먼저, 현실적인 대안도 찾아야
인천시의 현 행보는 서울과 경기에 대체 또는 자체 매립지를 반드시 찾으라는 메시지다. “시간이 지나다보면 뭔가 수단이 나오겠지”라는 생각은 버리라며 서울과 경기를 압박하고 있다. 허송세월을 보내며 '어떻게 되겠지'란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사실 이전에는 경제적 보상(수도권매립지 소유권 이관, 반입수수료 인상, 주변지역 지원 강화 등)도 자락을 깔고 갔으나, 어느 순간 보상얘기가 쑥 들어갔다.

하지만 2025년까지 대체매립지 조성을 마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입지 자체가 불가능한 서울을 빼고, 발생지 원칙을 주장하는 인천을 제외하면 경기 밖에 남지 않는 상황을 감안할 때 물리적·정서적으로 적합지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번 공모에서 알 수 있듯이 내부적으로 관심이 있는 지자체라 할지라도 이를 공론화하는 순간 엄청난 찬반여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는 것도 부담이다.

쓰레기는 발생한 지자체에서 스스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립이 이미 시작된 지역, 내륙의 경우 인근 지자체의 해안가 등을 활용해 처리해왔다. 매립 자체도 많았다. 갈수록 쓰레기가 늘어나는데다 개발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건설폐기물 등을 상당수 매립을 통해 해결했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 등 선진국은 발생폐기물 중 많게는 10% 이내, 적게는 2% 안팎을 매립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15∼20%로 매립비중이 높은 실정이다.

폐기물 관련 전문가들은 매립지 포화는 근본적으로 자원순환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발생최소화-재사용·재활용-에너지화(소각)-매립’이라는 순환고리 중 매립 전 단계를 늘려야만 매립최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발생최소화와 재사용·재활용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여기에 민원으로 인한 SRF(폐기물 고형연료) 정책실패에서 보듯이 소각 및 에너지화는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

일부에서는 대체매립지 조성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기존 수도권매립지 대신 다른 곳에 매립지를 만들 경우 비용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인 만큼 사용연장 논의자체를 터부시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선진국에서는 매립지를 40∼50년을 주기로 돌려쓰는(순환형) 사례도 흔하다. 물론 극단적인 수준까지 매립최소화(직매립 금지 및 전체 폐기물 중 1% 미만 매립), 친환경 처리 및 관리라는 대전제가 따라 붙는다. 여기에 광역지자체 간 긴밀한 협의, 해당 지역과 주민에 대한 충분한 보상, 자원순환사업화를 통한 지역발전 및 고용창출도 풀어가야 할 숙제다.

서용칠 폐자원에너지 정책-기술포럼 위원장은 “유럽은 유기성이나 가연성은 아예 매립지에 못 들여온다. 독일 등은 폐기물 중 1∼2% 수준만 직매립을 한다. 결국 폐기물 발생최소화 및 재사용·재활용 확대, 에너지화가 필수적으로 따라와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로 만들려면 실질적인 비용은 물론 찬반을 둘러싼 주민들간 분쟁 등 엄청난 사회적 비용도 유발한다. 지자체가 중장기적 측면에서의 자원순환 로드맵과 보상책을 제시하는 조건으로 연장을 논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심스런 의견을 피력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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