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수소충전소에서 전기차까지 충전해…일 70대 예약 가능
안전 최우선 주민수용성 확보 위해 상시 감시 이뤄지고 있어

▲양재 그린카스테이션 전경. 이곳은 현대자동차 수소충전소가 있었지만 자리에서 서울시가 기부채납 방식으로 사업자 지위를 가져왔다.
▲양재 그린카스테이션 전경. 이곳은 현대자동차 수소충전소가 있었지만 자리에서 서울시가 기부채납 방식으로 사업자 지위를 가져오면서 전기차 충전도 가능한 융복합 충전소로 재탄생했다.

[이투뉴스] "이곳 양재 그린카스테이션은 주민설명회 과정에서 나온 우려를 낮추기 위해 안전책임관리자가 상주하고 있고, 서초구민의 수소충전소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편의성도 강화했다. 그 결과 주말에는 40~50대 이상의 차량들이 안전하게 충전소에 오고 있다" 심영보 서울에너지공사 매니저는 주민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도입한 안전·편의시설에 대해 말했다.

양재 그린카스테이션은 2010년 현대자동차가 연구용으로 만든 서울 최초의 수소충전소다. 하지만 노후화로 고장이 거듭되면서 2019년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서울시는 현대차에게 설비와 시설물을 기부채납 받는 방식으로 사업자 지위를 가져오고, 서초구와 협의해 시설개선 공사를 위한 변경허가를 받았다. 이후 충전용량을 하루 120kg에서 350kg로 3배 수준으로 증설해 3월에 다시 개장했다.

양재 그린카스테이션은 하루 최소 70대 이상 수소차와 수소버스가 충전할 수 있도록 최신설비를 완비했으며, 이 과정에서 전기차 충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설비도 갖춰 융복합 충전소 모델로 탈바꿈했다. 재개장 당시에는 당일예약이 안됐지만 시스템이 안정되면서 현재는 수소차 어플리케이션 하이케어(H2Care)와 유선으로 당일예약도 받고 있다. 11일 찾아간 양재 그린카스테이션의 외견은 한산해 보였지만 담당자와 이야기 하는 순간에도 전기차와 수소차가 충전을 위해 계속 들어오는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양재 그린카스테이션 관계자가 수소차량에 수소를 주입하고 있다. 효성에서 개발한 이 디스펜서는 듀얼타입 노즐을 사용해 차량 내부 압력에 따라 고압수소를 주입한다.
▲양재 그린카스테이션 관계자가 수소차량에 연료를 주입하고 있다. 효성에서 개발한 이 디스펜서는 듀얼타입 노즐을 사용해 차량 내부 압력을 읽고 중·고압수소를 주입한다.

◆우선순위 제어판넬로 5분 완충 가능
충전소를 들어가니 오른쪽에는 급속충전기를 갖춘 전기차충전소가 있고, 왼쪽에는 수소충전소가 보였다. 양재 그린카스테이션은 효성에서 신규 제작한 듀얼타입 노즐을 적용한 디스펜서(주유기)를 사용한다. 이날 수소충전을 위해 온 차량을 보니 3.4kg까지 충전이 이뤄지고 있었다. 충전방식은 우선순위 제어판넬을 통해 먼저 630bar의 중압수소를 차량에 채우고 차 내부의 압력을 디스펜서에 장착한 수신기가 읽어 일정 압력 이상에 도달하면 870bar의 고압수소로 변환해 충전하도록 작동한다.

심영보 매니저는 “넥쏘 같은 수소차는 700bar의 고압수소가 필요하지만 수소충전소는 그보다 더 높거나 약간 낮은 압력을 지닌 수소를 저장하고 있다”며 “중압수소로 먼저 빠르게 충전을 한 후 일정 압력이 넘어가면 870bar의 고압수소로 바꾸는 방식으로 5분 내외로 충전을 완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전이 끝난 후 멤버십 카드를 건네받고 계산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는 운전자가 서초구민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서초구민은 멤버십 카드를 통해 양재 스테이션에서 수소차량을 충전하면 1년간 30%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1kg 당 충전금액이 8800원이기 때문에 5kg을 충전하면 할인가를 적용해 3만800원이면 충전이 가능하다.

▲심영보 서울에너지공사 매니저가 수소충전소 운영과정과 수소압축기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영보 서울에너지공사 매니저가 수소충전소 운영과정과 수소압축기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소충전소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충남 당진에서 운송한 SPG의 튜브트레일러가 보였다. 이 튜브트레일러는 당진 안산 등에서 생산한 부생수소를 180~200bar로 압축해 용기에 담고, 양재 스테이션으로 운송해 안전설비를 갖춘 수소충전소 내부에 보관한다. 이후 다이어프램 수소압축기를 거쳐 400bar 이상까지 수소를 추가 압축하고, 나란히 놓인 중·고압용 저장용기에 연결해 디스펜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옮긴다.

심 매니저는 “압축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냉동기를 이용해 냉각수를 넣는 과정을 거치며, 수소저장탱크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질소공급설비를 사용해 수소만 저장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관리 강화 및 편의성 확보해 주민수용성 얻어
양재 스테이션은 주민의 반발과 서초구청의 반대로 시설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시와 환경부는 수소충전소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서초구 주민 대상으로 비대면설명회 등을 열고, 수소충전소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정확한 사실을 설명했다.

공백기 동안 가스안전공사로부터 3단계 안전검사를 받으며 공사과정에서 사전컨설팅도 받았다. 이에 따라 연 2회 이상 안전점검, 자체점검 및 외부점검을 할 예정이며, 충전소에 안전관리책임자가 상주하며 실시간으로 운영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외에도 시설물을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 보안전문기관과 계약을 맺고, 모니터링 연계 비상연락망 등 이상이 생기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도 마련했다.

수소차를 이용하는 서초구민이 양재 스테이션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도 강화했다. 서울시에는 1719대의 수소차가 등록돼 있으며, 서초구는 25개 자치구 중 수소차 등록 대수가 216대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양재 스테이션은 서초구민이 차량등록증을 들고 방문하면 1년 간 수소충전비 30%를 할인하는 멤버십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심영보 매니저가 양재 그린카스테이션 수소충전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영보 매니저가 양재 그린카스테이션 수소충전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소차 보급 맞춰 수소충전소 확충 원활해야
현재 서울에 수소충전소는 양재를 포함해 국회, 상암, 강동상일 등 4곳이 있다. 서울시는 3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서소문청사에 있는 CNG충전소를 철거하고 수소충전소를 올해 하반기까지 신설할 계획이다.

심 매니저는 “일본이나 프랑스처럼 국가중요시설 근처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해 안전성을 알리고 충전소도 확보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기차, 수소차 충전 여건 비교.
▲국내 전기차, 수소차 충전 여건 비교.

수소차 보급에 비해 충전소 구축이 뒤따르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월 기준 수소차 누적 보급대수가 1만2439대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지만 충전기 1대당 차량대수는 180대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충전인프라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가 전체 보급차량 동시 충전시 16.2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수소차는 30시간이 필요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까지 수소충전소 310개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5월 기준 하이케어를 통해 검색되는 수소충전소는 60개 밖에 없다.
 
심 매니저는 “수소충전소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충전소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주변에서 수소차 구입의향을 보이면 충전인프라가 원활하게 보급된 이후 사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섣불리 추천하기 어렵다”며 “수소차 보급 속도에 맞춰 전국 어디에서 수소충전을 쉽게 할 수 있어야 수소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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