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버려진 유·가스정 200만개…지열발전 활용 제언
해상풍력으로 그린수소 생산, ‘바다 위 유전’ 될까

▲원유 시추기.
▲원유 시추기.

[이투뉴스] 세계각국이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유휴 유정 및 가스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인프라를 혁신하기 위해 낡은 유정과 가스정을 막고 버려진 폐광산을 청소하는데 160억달러(18조원)를 지출하기로 했다. 폐정활동(P&A)는 미국 서부 및 농촌 국회의원들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정책이다. 미국 환경보호국(EPA)는 미국의 유휴 유정이 200만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매년 자동차 200만대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맞먹는 양의 메탄이 나올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의 친환경정책이 부각되는 가운데 애틀란타주 지하엔지니어링 및 굴착장비 전문기업인 페트로런(Petrolern)은 일부 유정을 재활용해 지열에너지를 생산하자고 제언했다. 저온퇴적층의 지질, 저류층, 시추공, 발전소 현황 등을 파악해 지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추공을 찾아내자는 것이다.

지열개발에는 고비용이 소요되며 이 중 전체 개발비의 절반이 시추비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트로런의 제언이 빛을 발한다면 지열에너지 산업계는 많은 양의 개발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페트로런의 기술책임자인 앨런 J. 코헨은 “지열에너지는 지금까지 일부 고온 화산지대에서 주로 개발됐기 때문에 미국 에너지 기여도가 낮았다”며 “새 지열정을 시추하는 것은 매우 비싸지만 저온 유정의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지열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100~150℃의 높은 온도가 필요했지만, 지열히트펌프시스템 개발로 낮은 지열에너지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또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은 지표면에 가까운 곳에 설치되기 때문에 지리적 제약이 적으며, 연중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헨은 지열 전력비용이 kWh당 2~4센트(22.5~44.1원) 미만이며 내부수익률(IRR)이 10%를 초과하고 최대 2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지열정은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페트로런의 CEO인 하메드 소루쉬는 “첫 프로젝트는 100kW의 모듈식 전력시스템이 될 것”이라며 “이후 프로젝트에는 5MW 이상의 대형발전소가 포함된다”고 청사진을 그렸다. .

유럽연합도 지열에너지 확산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인 MEET(Multi sites EGS)를 지원하고 있다. 화강암, 화산암, 퇴적암 등 다양한 지질에서 전기 및 열 발전가능성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프로젝트는 유휴 유정을 재활용한 지열에너지로 연간 1억톤의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캐나다 유휴유정 정리에 242조원, 규제개선 필요
캐나다 역시 방치된 유정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캐나다 웨스트재단(Canada West Foundation)과 에너지미래연구소(Energy Futures Lab)는 방치된 유휴 유정이 지열, 태양광 같은 에너지설비나 리튬 등 광물의 회수, 탄소 포획 및 저장(CCS) 장소 등의 좋은 후보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도로와 기반시설 덕분에 대부분의 유정이 태양광사업으로 개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앨버타주 전역에는 2600개의 방치된 석유·가스 기반시설과 3400개의 방치된 파이프라인이 존재한다. 또 9만5000개 이상의 유휴 유정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치된 유정은 수년간 산업계를 괴롭혔고 환경운동가들은 지역사회나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체를 요구했다.

연방정부는 이처럼 방치된 기반시설을 정리하는데 올해 10억캐나다달러(9309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방치된 석유·가스 기반시설을 정리하는데 2600억캐나다달러(242조원)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처리비용이 정부에서 민간기업으로 전가될 경우 주민에게 부담이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웨스트재단과 미래에너지연구소는 유휴 유정 및 기반시설 재활용을 위해 캐나다 정부의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너지회사가 기존 인프라를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더라도 콘크리트패드나 도로철거 등 현장을 완전히 정리할 것을 당국이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활용을 위해서는 시설을 철거해야 한다는 모순이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울산을 2030년까지 세계최대 수소도시로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전략보고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전략보고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제공=청와대)

유휴 유정을 재활용 문제에서는 우리나라도 빠져나갈 수 없다. 동해가스전을 보유한 산유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최근 동해 부유식해상풍력발전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끝냈다 동해 부유식해상풍력발전사업은 올 6월 생산이 종료하는 가스전에 2026년 전력생산을 목표로 200MW 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인근은 특히 해상풍력발전을 위한 입지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풍속이 초속 6m 이상이면 풍력발전이 가능한데 동해가스전 인근은 월 평균 초속 7m의 풍속이 나오기 때문. 사업을 위해 석유공사는 2018년부터 동해가스전 해상플랫폼에 풍황계측기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수집했다.

기존 가스전 플랫폼은 해상변전소, 해저배관은 전력케이블 보호관 등으로 활용해 시설물 철거비용을 아끼고 해양오염을 줄일 전망이다. 또 2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20만세대(4인 기준)가 사용할 수 있는 75MW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완성되면 전력의 20%는 그린수소를 만드는데 쓰일 계획이다. 단순한 전력생산에서 그치지 않고 수소경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국내 최대 부생수소 생산지인 울산을 2030년까지 세계최대의 수소도시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

또 풍력발전 설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철강에 해양플랜트, 해저송전케이블, 발전설비 운영·보수서비스 등 연관산업을 육성한다. 이에 더해 하부구조물을 활용한 인공어초와 바다목장을 조성해 수산업과 해상풍력을 상생시키기로 했다. 아울러 울산의 조선·해양, 부산의 기자재, 경남의 풍력터빈과 블레이드를 통해 해상풍력발전을 초광역권 협력사업으로 확대해 부울경이 함께 발전하도록 한다.

석유공사의 안범희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은 “탄소에너지 시대에서 미래 청정에너지 시대로의 대전환을 위한 의미있는 출발점”이라며 “성공적 사업수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전략보고 행사에서 “울산 앞바다 동해가스전은 우리 기술로 해저 2000미터의 천연가스를 끌어올렸다”며 “동해가스전의 불꽃이 사그라드는 그 자리에 세계 최대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단지가 건설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화석연료 시대의 산업수도에서 청정에너지 시대의 산업수도로 울산은 힘차게 도약할 것”이라며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단지는 바다 위의 유전이 돼 에너지 강국의 미래를 열어 줄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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