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규칙개정위서 용량요금 차등안 논의
연구용역 통해 하향예비력 기준 신설도 검토

▲수도권 소재 한 가스발전소 전경
▲수도권 소재 한 가스발전소 전경

[이투뉴스] 정부와 전력당국이 설비용량이 작아 기동‧정지가 용이하면서 발전량을 빠르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발전기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전력시장 제도개편을 추진한다. 태양광‧풍력처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증가로 공급여건이 급변할 때, 이들 속응성(速應性) 자원이 제 역할을 하고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원전이나 석탄화력, 일부 대형LNG발전기들은 기당 설비용량이 워낙 큰데다 연료특성상 출력조절이 어렵거나 더뎌 극단적인 재생에너지 발전량 변화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 왔다. 이와 관련 당국은 경부하나 수요급변 때 필요한 최소 감발자원의 용량을 도출해 이를 별도 하향예비력 기준으로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는 내달 개최 예정인 전력시장 규칙개정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용량요금(CP) 개정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원전‧석탄 등에 지급하던 CP 일부를 수력, 양수, 중소형 가스발전기처럼 출력조절이 빠른 발전기 몫으로 얹어주는 방식이다. 용량이나 준공시기, 환경성 등을 따져 차등지급하는 CP에 발전기 응동 특성을 반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국 한 관계자는 “기동시간이 짧은 발전기일수록, 최소‧최대출력 폭이 넓은 발전기일수록 CP를 우대하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면서 “보조서비스시장(AS) 규모가 워낙 적고, 거기서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변동성 대응에 필요한 속응성 자원 확보가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유연성 자원이 계통에 더 많이 진입하도록 시장의 인센티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산업부는 2025년 도매전력시장 전면개편 완료를 목표로 민‧관 합동 위원회를 꾸려 자발적 석탄상한제 도입(2021), 하루전시장 개편(2022)과 실시간시장 도입(2023)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번 규칙개정은 전체 시장개편과 별개로 전원 유연성에 따라 CP를 차등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대해 한전은 전력구입비 증가, 발전자회사는 석탄‧원전 비중을 이유로 각각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한다.

발전설비 공급사 한 관계자는 "변동비시장(CBP) 체제에서는 발전사들이 유연성이 좋다고 작은 발전기를 여러대 넣을 유인이 없어 일단 건설비와 운영비가 적은 큰 발전기를 짓고보는 것"이라며 "기존 제도를 조금 고쳐 자꾸 누더기를 만들기보다 달라진 여건에 맞게 전체 시장제도를 전면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기 대형화와 경직성 전원증가로 전력계통내 출력조절 능력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전력망 운영자가 최소로 확보해야 할 하향예비력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전기연구원 차세대전력망연구센터 측에 의뢰한 연구용역이 연내 완료되는 대로 기존 예비력 규정에 하향예비력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작년 4월부터 적용된 새 예비력 기준에 의하면 전력망운영자는 30분 유지 주파수제어 예비력 700MW, 5분 유지 1차 예비력 1GW, 30분 유지 2차 예비력 1.4GW 등 모두 4.5GW의 운영예비력과 4시간 유지가능한 속응성자원 2.0GW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전력수요가 급증하거나 갑작스런 공급차질에 대비한 상향예비력만을 규정하고 있어 반대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은 취약한 상태다.

연구를 수행하는 이상호 전기연구원 박사는 “지금까지는 공급부족만 고민했지 수요가 적고 공급은 많은 특수경부하처럼 더 이상 발전기 출력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해외는 상향예비력과 하향 양쪽을 모두 고려한다. 국내 실태를 파악하면서 적정 필요 하향예비력을 도출하고 발전기 최적구성에 대해서도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국내 출력과 부하패턴을 분석한 결과 예상과 달리 5분 변동성을 오히려 줄었는데 한번 예측을 벗어나면 굉장히 큰 폭으로 극단적인 수요증가나 감소가 관찰되고 있다"며 "평소 변동이 없다가 갑자기 수요가 급증·급락하면 계통 주파수가 흔들릴 수 있으므로 선제적인 기준마련과 발전기 최적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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