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회사들 '꼼수' 온실가스 감축 빈축
글로벌 석유회사들 '꼼수' 온실가스 감축 빈축
  • 조민영 기자
  • 승인 2021.06.04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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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배출시설 서둘러 매각 감축압박 탈출
2030년까지 1천억 달러 자산 처분할 듯

[이투뉴스] 글로벌 석유회사들을 향한 정부와 투자자들의 온실가스 감축 압박에 한층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기업들이 고농도 배출시설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이나 투자사에 매각하는 '꼼수감축'을 추진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들기업은 골칫덩이 시설을 매각해 감축의무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겠지만, 멋모르고 자산을 인수한 소규모 회사들은 졸지에 온실가스 최대 배출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발표한 최근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자료에 따르면, 석유산업 메탄 배출량 상위 10개사 가운데 5개사가 과거에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소규모 기업이다.

이들기업은 코노코필립스와 BP등 세계 최대 석유가스 회사들로부터 직접 고오염 자산을 사들였다. <뉴욕타임스>는 사모펀드 회사들이 오염도가 높은 석유와 가스자산을 인수한 뒤 개발하고 빠르게 팔아 넘기는 사례도 포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대 메탄 배출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 힐콥에너지는 엑손모빌보다 석유가스 생산량이 훨씬 적지만 50%나 더 많은 메탄을 배출했다.

이밖에 테라에너지 파트너스, 플라이휠 에너지, 블랙버드 오퍼레이션, 스카우트 에너지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 석유대기업보다 배출량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정부의 공식 조사 대상에서 대부분 빠졌다. 

비영리단체 세레스의 앤드류 로건 상임 이사는 “이들기업은 배출량 저감 압박을 받지 않고 있다”면서 “청정사업은 그들의 비즈니스에서 우선 순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힐콥 에너지의 대변인은 “새로 인수한 시설에서 노후화 된 장비를 교체하고 재정비하는데 투자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로 자산의 수명을 연장하는 동시에 배출량을 상당히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연가스의 주요 성분인 메탄은 이산화탄소 대비 온실가스 효과가 80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UN은 석유가스 산업을 메탄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최대 잠재 산업으로 지목하고 배출삭감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완화했던 메탄 배출 규제를 회복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9년부터 집계된 EPA 데이터가 시추와 프랙킹(파쇄) 현장까지의 배출량을 포함하고 있으나 해상용 시추 배출량을 제외시켰으며, 석유가스 공급망인 송유관과 처리시설의 일부도 제외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석유가스 생산 과정에서 실제 배출량이 축소 집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시사했다. 상당한 배출원이 될 수 있는 시설의 누출량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리가 미흡하고 오래된 시설의 온실가스 누출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EPA 대변인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적하고 감시하는 방안을 향상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누출 탐지와 감시 기술력이 최근 더 정확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조만간 위성을 이용해 메탄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EPA가 발표한 이번 보고서는 석유 대기업들이 화석연료 퇴출을 시작하면서 온실가스 고배출 자산을 다른 회사에 어떻게 넘겼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생산시설에 대한 설명이 투명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코노코필립스는 2017년 뉴멕시코에 있는 오래된 가스정을 힐콥 에너지에 팔아 넘기면서 배출량이 많은 자산을 없앨 수 있었다. 그해 코노코필립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20%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이듬해 회사는 탄소세 부과를 요청하는 기업 연합체인 ‘기후 리더십 위원회’의 설립 멤버로 동참했다. 그러나 시설을 그대로 이어 받은 힐콥 에너지가 최대 메탄 배출사로 등극해 배출량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EPA는 지적했다.

힐콥 에너지는 지난해 알래스카에 있는 BP의 석유와 가스 사업지를 사들였다. 힐콥 에너지는 가스 생산량 규모로 13번째 회사이지만 힐콥 에너지의 메탄 배출 집약도는 상위 30개 생산사의 평균치보다 6배가 높았다.

로건 이사는 “코노코필립스가 더 나아 보이지만, 사실 기후 변화의 관점에서 바뀐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코노코필립스 측은 이번 분석의 정확도에 대해 언급할 수 없으나, 파리 기후 협약의 목표에 맞추기 위한 배출 저감 계획을 갖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석유가스 대기업들의 고오염 자산 매각이 향후에 더 많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에너지 컨설턴트사인 리스태드 에너지는 2030년 말까지 석유가스 대기업들이 에너지전환을 위해 10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처분할 것으로 추산했다.

리스태드 에너지는 “세계 에너지 시장은 더 청정한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며 “석유 대기업들은 사업 구성을 상당히 간소화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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