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김승완] 기업PPA를 가능케 하는 전기사업법의 개정은 완료됐지만 아직 더 중요한 논의들이 남았다. 이 법에 근거하여 실현할 수 있는 실제적인 전력거래의 형태와 세부적인 규칙들을 규정하는 작업들이 법의 공식 시행일 전에 모두 마무리 되어야 한다. 필자는 여러 번의 공개 토론회에서 해당 전기사업법 개정안의 궁극적인 취지를 밝힌 바 있지만, 다시 이렇게 칼럼을 통해 관련된 쟁점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기업PPA 법안은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라는 전기신사업자를 신설하고 이 사업자는 현재의 전력시장 강제주의에서 벗어나 전력시장 외에서 자유로운 형태의 전력거래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규정하는 법이다. 특히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증명할 수만 있으면 다양한 유형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조항을 설계하였으며, 기술적인 내용들은 시행령에 위임하도록 하여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재량껏 창의적인 내용들을 덧붙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해당 법안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로 등록하여 단일 전기사용자에게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하는 기본적인 사례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이 법안은 애초에 4가지 유형의 거래를 모두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즉 발전 1명-소비 1명, 발전 1명-소비 N명, 발전 N명-소비 1명, 발전 N명-소비 N명의 조합을 모두 고려한 것이다. 대형 태양광과 대규모 제조업체와의 RE100 계약은 첫 번째 유형에 속하겠지만, RE100 산단 등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N명 대 N명의 직접계약도 가능해야 한다. 이런 다양한 유형의 거래를 모두 고려하다보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가 동일인이 아닌 경우까지도 법안에서 포괄할 수 있어야 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가 동일인이 아닌 경우에는 하나의 ICT 플랫폼사업자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공급하는 사람과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을 매칭시키는 사업모델도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꼭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사업자에게 생산된 전기만을 장외거래의 대상으로 제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택에 태양광을 설치한 사람이 생산한 재생에너지 역송전력을 플랫폼을 통해 이웃에게 판매하는 것도 이론 상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는 시행령에서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의 자격과 유형에 대해서 제한하지 않아야만 가능하다. 또한, 같은 원리로 태양광과 건물 군집간의 거래, 에너지플러스 빌딩과 인접 빌딩 간의 거래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매개로 한다면 모두 가능하다. 기존에 소규모전력중개사업자로 등록한 에너지ICT 기업들은 이런 다양한 사례들을 고민해보면서 신사업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서 조금 더 생각할 것들이 많이 존재한다. 특히, 출력특성 상 태양광으로 산업용 부하에게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은 24시간 부하의 30~40%에 불과해 부족전력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추가적으로 규정해줘야 하며, 발전‧부하의 변동으로 인해 발전 측이 생산한 전력이 부하의 수요를 초과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이를 전력 도매시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가 소규모전력중개사업자를 겸업하는 사업자라면 초과발전량을 모아서 전력시장에 참여할 수 도 있다. 향후 예비력 시장이 개설되어 소규모전력중개사업자들에게도 개방이 된다면,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와 소규모전력중개사업자를 겸하면서 전기사용자에게는 장기계약을 통해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하며 남는 전력으로는 예비력 시장에서의 추가 수익을 올리는 모델도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이어가다보니 결국 독일의 유명한 VPP 사업자인 Next Kraftwerke의 사업모델과 동일한 모델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시장에선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업모델이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 전향적이고 창의적인 논의를 통해 기업PPA 법안이 우리나라의 Next Kraftwerke 출현을 앞당길 수 있게 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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