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하이 잦은 고장·정지 하계수급 복병
'전력저장고' 양수발전소는 1.3GW 중단

▲고성그린파워 고성하이 화력발전소
▲고성그린파워 고성하이 화력발전소

[이투뉴스] 본격적인 장마철과 폭염을 앞두고 평일 전력수요가 8000만kW(80GW)를 상회하며 연중 최고치로 다가서고 있는 가운데 올해 들어 상업운전을 시작한 일부 석탄화력발전소가 크고 작은 설비 문제를 일으키며 안정적 전력수급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소재 고성하이화력(고성그린파워, 기당 1040MW)은 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에서 1호기는 정상가동 설비로, 2호기는 시운전 전력을 공급해 예비력을 보조하는 설비로 각각 분류돼 있다.

정부는 산업체와 냉방용 전력소비 증가에 의해 이달 마지막주는 9320만kW, 내달 두번째주는 9440만kW까지 수요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고성하이 2호기 등을 추가 예비력 자원으로 확보해 발전소 고장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고성하이는 6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돼 건설된 민자 석탄화력발전소로, 1호기는 지난 5월 14일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2호기는 11월 준공을 목표로 한창 시운전을 벌이고 있다.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초초임계압(USC) 설비로, 전체 공사비는 5조196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발전기당 설비용량이 1040MW 달하는 이 새 발전소가 준공 전부터 잦은 고장·사고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전력피크기간 설비가 말썽을 일으킬 경우 대용량 공급력 공백을 불러와 되레 수급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발전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고성하이 1호기는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불과 열흘 만에 고장으로 멈춰서 전력생산을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이 발전기는 앞서 6개월여의 시운전 때도 한 차례의 화재와 보일러 튜브 파손사고 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헤더라인 쪽에 연결된 보일러 튜브가 용접과정의 찌꺼기가 막히면서 터졌는데, 새 보일러가 이런 유형의 고장을 일으킨 건 매우 드문 경우”라면서 “시간에 쫓긴 시운전과 검증되지 않은 시공, 안이한 O&M(운영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7~8월 전력피크 때 이런 고장이 발생해 순간적으로 1GW 전력공백이 발생했다면 어쩔 뻔 했냐”면서 “아차사고로 보고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성하이 관계자는 “첫 운전이다 보니 문제가 없을 순 없다. 지금은 정상가동 중”이라고 해명했다.

전력수요를 감당하는 석탄화력 뿐만 아니라 부하 변동성을 상쇄시켜주는 양수발전기 사정도 녹록하지 않다.

전력당국과 한국수력원자력에 의하면 이번 여름에 고장‧정비로 가동이 불가능한 양수발전소는 청송양수 2호기 300MW, 예천양수 1,2호기 800MW, 양양양수 250MW 등 모두 1350MW이다.

이중 청송양수는 비파괴검사 과정에 취수구 밸브에서 크랙이 발견돼 예방차원에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고, 예천양수는 지난해 침수사고 복구가 아직 끝나지 않아 내년 6월까지 가동불능 상태다. 양양양수는 오는 10월까지 계획된 정기예방정비를 받아야 한다.

양수발전소는 전력계통 주파수 유지와 부하추종에 쓰이는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ESS)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증가로 양수발전기들이 하루에 두세번씩 기동과 정지를 반복하다보니 요즘은 항상 과도상태”라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급전지시가 더 늘었다. 향후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를 고려하면 미리 양수설비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말 최저 예비력(4GW)에 발생 전망에 대비해 전력당국은 태양광ESS 충·방전시간 조정과 전력수요자원(DR) 사전점검에 나서는 등 만반의 준비에 나선 상태다. 

전력거래소는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였던 기존 태양광ESS 충전시간을 오전 6시~오후 3시까지로 3시간 추가하는 한편 방전시간은 태양광 발전량이 감소하기 시작해 중단되는 오후 3시~오후 9시까지로 조정해 약 420MW를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금주 중 수요관리사업자를 상대로 전력수급 대책기간 DR자원이 효과적으로 부하감축지시에 응동할 수 있도록 당부할 계획이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4GW 이상의 DR이 제대로만 역할을 한다면, 수급경보 발령없이 올여름 피크에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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