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가천대학교 교수 (경제학 박사)

▲이창호 가천대학교 교수 (경제학 박사)
이창호
가천대학교 교수
(경제학 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철 전력수급대책이 발표됐다. 금년 들어 세계 곳곳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5월 말 이번 여름에 극심한 더위가 올 것으로 예고하였다. 예고에 따르면 폭염일수가 평년의 두배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근래 들어 더위가 점점 빨라지고 여름도 길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구온난화라는 기후변화로부터 비롯된다는 데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올해 들어 미국 텍사스에서만 두 번의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였다. 2월에는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이 그리고 6월에는 40도가 넘는 폭염이 정전의 원인이었다. 온도가 올라가면 냉방수요로 인해 전력수요는 급격히 증가하며 변동성 또한 커지게 된다. 겨울철 한파, 여름철의 폭염과 같은 급격한 온도변화는 전력수요 변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근래 들어 전력수요 증가가 정체 내지 둔화되고, 재생에너지와 같은 새로운 공급력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수요변동에 따른 불안은 여전히 남아있다. 

‘8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냉방기기의 보급과 더불어 여름철에 피크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최근에는 주택마다 에어컨이 여러대 설치되는 추세며, 건물 또한 히트펌프를 포함하여 전기냉방시스템 보급이 일반화되고 있다. 피크수요 발생시점도 기상이변에 따라 여름과 겨울에 불규칙하게 나타나고 있어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다. 작년말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최대전력 즉, 피크수요는 여름에 90.0GW, 겨울에는 91.2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얼마 전 정부에서 발표한 ’여름철 전력수급전망 및 대책‘에서는 피크수요를 기준전망과 상한전망을 각각 90.9GW, 94.4GW로 발표하였다. 공급능력은 99.2GW로 피크시에도 4∼9%의 예비율 확보가 가능해 여름철 피크수요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아울러 발전소 정비기간 조정, ESS 방전시간 변경, 비상발전기 정비, DR(수요자원) 활용을 통해 추가적인 공급력 확보도 마련할 계획이라 한다. 

기상변화에 따른 수요변동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급과 수요 양방향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수요쪽을 보면 에너지와 피크수요간의 상관관계가 점점 약해지는 현상에 대비하여야 한다. 2018년 이후 지난 3년간 전력수요는 여러 원인으로 소폭 감소하였다. 소비전력량 뿐만 아니라 최대수요도 2018년 92.5GW에서 2020년 89.1GW로 줄었다. 올해 들어 경제 등 여건이 다소 호전되고 있으나, 수요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전력수요의 특성상 폭염과 같은 기상현상에는 무용지물이다. 기온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수요의 변동성은 냉방기기 보급증가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반해 이를 합리적으로 방지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기술적, 경제적 수단을 통한 수요관리가 접근하기 쉬운 방법이다. 냉방수요가 많은 빌딩이나 공장형 건물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에너지를 지금처럼 사용하는 구조에서는 에너지절약이나 피크수요 억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건물면적당 사용량, 냉난방온도 등을 규제하여 에너지 낭비나 과소비를 방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전력소비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피크수요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제도나 기술적 수단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다. 먼저 전기 다소비자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의무를 부담시킬 필요가 있다. 수요의 일부를 자체공급하거나 적절한 대가를 지불토록 하는 것이다. 냉난방 효율기준 강화, 분산형 자가발전 설치, 에너지저장장치 설치를 통해 수요관리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확보하여야 한다. 적정수준을 초과하는 소비에 대해서는 그로 인해 유발되는 추가비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높은 피크요금방식도 도입되어야 한다. 이러한 피크요금제는 가격신호를 통해 전기 과소비를 억지함으로써 피크시 공급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정적인 공급력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요급증시 대응에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설비용량은 2015년 100GW를 넘어선 이후, 2020년에는 133.4GW에 달하고 있다. 이 중 신재생발전이 약 20GW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피크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요의 속성상 폭염이 지속될 경우에는 낙관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는 발전특성상 용량이 늘어나도 피크시에는 공급안정에 큰 기여를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저장기술의 상용화도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원전이나 화력발전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고장정지 등을 감안한다면 당분간은 기존 발전설비를 예비력 자원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공급력이 부족할 때 기여할 수 있는 설비를 무작정 방치하거나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자원낭비이다. 요즘 에너지 신산업, 신기술로 ESS나 수소와 같은 저장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기술확산을 통해 전력산업 패러다임과 에너지산업 생태계가 크게 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원기술의 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신기술로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는 역부족이다. ESS나 수소는 이미 상용화에 도달하였으나, 대규모 공급자원으로 역할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전력수급의 안정은 정부가 담당해야 하는 기능이자 책무로 간주되고 있다. 가용한 자원을 동원하고 계도나 홍보를 통해 수요억제를 유도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그러나 공급안정을 확실히 담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수요접근방식을 통해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전원믹스 설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도 같이 짚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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