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2 배출 100% 절감 목표…전기·수소충전기 설치 의무화도
“7위 탄소배출국인 우리나라도 유럽 맞춰 경착륙 대비해야”

[이투뉴스] 유럽연합(EU)이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하기 위해 2035년까지 내연기관 시대를 종식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자동차 전문가는 EU의 이번 조치로 인해 국내 친환경차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부품사 등까지 미칠 영향을 고려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U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순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이상 줄이기 위한 에너지 정책을 15일 채택했다. 위원회는 향후 1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유럽 그린딜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내다봤다.

집행위원회는 도로운송에서 증가하는 온실가스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채택된 자동차 배출기준에 따라 신차는 CO2 배출량을 2030년에는 55%, 2035년에는 100%까지 낮춰야 한다. 또 운전자가 유럽 전역에서 안정적으로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주요 고속도로에 전기충전기는 60km, 수소충전기는 150km 간격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EU 관계자는 “사람과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 행동하는 것의 이점은 분명하다”며 “더 깨끗한 공기, 더 시원하고 푸른 도시, 더 건강한 시민, 더 낮은 에너지 사용과 청구서, 일자리, 기술 및 산업, 자연을 위한 공간, 더 건강한 지구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U의 내연기관차 종식 선언에 국내산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환경규제가 자동차 연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유럽 환경규제는 내연기관차 퇴출과 같은 더욱 강력한 카드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EU의 에너지 정책이 내연기관차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도 큰 반향을 가져오리라 예상했다. 특히 사실상 경유차 뒷배 역할을 하던 유럽이 내연기관차 퇴출로 방향을 잡으면서 디젤의 몰락이 더 가팔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현재도 빠른 전개를 보이는 전기차·수소차로의 전환 역시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를 ‘전기차 전환 원년’으로 선언하고 2025년까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 글로벌 친환경차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5 출시를 시작으로 아이오닉 6, 7 등 전기차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아 역시 올해 출시된 EV6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1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존 부품사를 비롯한 전후방 산업구조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 위주로 전환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이라며 “EU의 내연기관차 퇴출로 인해 세계 7위의 탄소배출국인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이 경착륙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완성차 기업 뿐만 아니라 변속기 등을 만드는 부품사에도 영향이 갈 것”이라며 “내연기관차 완전 퇴출까지 유럽 환경기준을 바탕으로 충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규옥 한국교통연구원 미래차교통연구센터장은 “서울시가 노후경유차 진입을 막는 등 내연기관차의 부분적인 퇴출은 우리나라에도 낯선 얘기가 아니다”라며 “친환경차 전환 역시 큰 불협화음 없이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항공유 및 선박유의 경우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배출권 거래를 보완하기 위한 전담조치가 필요하다는데도 의견을 모았다. 집행위원회는 항공유에 해조류, 우지, 폐유 등을 재료로 한 바이오항공유(SAF) 혼합을 요구했다. 마찬가지로 유럽 항구에 기항하는 선박에 대해서도 온실가스 함량 상한을 설정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선박용 대체연료와 배출가스 제로기술 보급을 촉진하기로 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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