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최대 12GW·ESS 420MW ↓
변동성 매년 증가 발전량은 '깜깜이'

[이투뉴스]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전환정책으로 전력수급이 빠듯해졌다는 일부 언론보도와 달리 태양광은 일사량이 좋은 날 한낮 기준으로 원전 10기 이상(최대 12GW 이상)의 발전력을 공급하며 전력피크를 크게 억누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에 설치된 태양광연계용 ESS(에너지저장장치)의 3분의 1 가량만 충‧방전 시간을 조정해도 석탄화력 1기 수준의 예비력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가 올해 5월 16일과 같은달 30일 양일의 전력수급 상황을 비교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두 날은 주중 전기수요가 가장 적은 일요일로 누적보급량 17GW(설비용량 기준)규모 태양광이 전력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에 좋은 날이다. 기상청 기록을 보면 16일은 전국적으로 흐린 가운데 많은 비가 내렸고, 30일은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대체로 맑았다.

5월은 쾌청한 날씨로 태양광발전량이 연중 높은 달에 속한다. 양일 순수요(Net-Load) 곡선을 비교해보면 기상에 따른 주간시간대 순기여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올해 5월 기준 전력당국이 실시간으로 발전량을 취득하는 태양광은 MW급 이상 대형발전소 2GW이다. 한전과 직거래하는 중소형 PPA설비(10.9GW)나 자급자족형 BTM(behind-the-meter, 4.1GW)은 아직 실시간 발전량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양일 전력 순수요를 비교하면, 날이 흐렸던 16일은 오전 6시께 49GW로 출발해 오후 1시 56GW를 기록한 뒤 일몰시간대 58GW로 그날 최대부하 찍은 반면 30일은 오전 6시 48GW로 시작해 오후 1시 44GW로 최저값을 기록한 뒤 일몰시간에 가파르게 수요가 상승해 오후 6시 56GW를 넘어섰다. 두 날 오후 1시 기준 최대수요 격차가 12GW나 벌어졌다.

비나 내리거나 먹구름이 낀 날에도 태양광이 일부 전력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해당시간의 태양광 순기여도는 최소 12GW이상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30일 정오 최저 순수요와 오후 8시 최대수요간 격차는 무려 13GW에 달했다. 매년 태양광이 늘어나면서 최저-최대수요간 격차도 매년 벌어지고 있다. 오후 1시~오후 9시 사이 평균 편차는 2018년 4.7GW에서 지난해 7.4GW, 올해 9.8GW로 증가하고 있다.

태양광의 주간기여도가 그만큼씩 늘어 피크수요를 상쇄시켜 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점점 커지는 변동성을 상쇄할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되레 수급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홍석 전력거래소 수급운영팀장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5개월 사이 증가한 태양광BTM만 1.3GW에 달할 정도로 계량되지 않는 발전자원들이 늘고 있고, 구름의 영향으로 1시간 만에 순수요가 3.5GW나 늘어난 사례도 있다”면서 “태양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관련 이용규정을 정비하고 미계량 기설분에 대한 발전량 취득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화재사고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던 ESS자원들도 올해는 최대부하를 이동시켜 수급안정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게될 예정이다. 에너지공단과 전력거래소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이달 네번째주 19일부터 내달 세번째 주 20일까지 PCS(전력변환장치)용량으로 1MW이상인 ESS사업자 465개사(1.2GW)를 대상으로 충‧방전 시간을 일부 조정한다.

충전시간은 기존 오전 10~오후 4시 6시간에서 오전 6시~오후 3시 9시간으로 앞당기고 늘려 최대전력이 나타나는 오후 3시~오후7시 이전에 충전이 끝나도록 하고, 충전시간 이외 모두 허용했던 방전시간은 오후 3시~오후 9시까지 6시간으로 한정해 태양광발전량이 줄어드는 시간의 피크전력을 보충하도록 했다. 앞서 전력당국은 작년 8~9월에 일부 태양광ESS를 상대로 충·방전시간을 조정해 효과를 분석했다.

올해 전력수급 대책기간 태양광ESS 1.2GW가 피크시간에 35%이상 방전할 경우 표준석탄화력 1기에 맞먹는 420MW 이상의 예비력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자체 분석에 의하면 태양광연계형 ESS가 충전을 시작하는 10시 전후엔 계통주파수가 0.1Hz(헤르츠) 이상 급변할 정도로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태양광ESS는 배터리량 기준 4.6GWh이며, 순간 동시충전량도 800MW에 안팎에 달한다.  

한 태양광ESS 사업자는 "ESS 충·방전 시간 조정의 안전성과 전력수급 기여효과가 검증됐다고 정부가 인정할 정도로 에너지전환시대에 ESS의 효용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홀대받고 있어 속상하다"면서 "ESS 친화적인 시장제도와 상응한 보상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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