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언젠가 외부에 의한 변화를 강요받게 된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대개 큰 고통을 수반한다. 자발적인 금연과 암 선고에 의한 금연을 비교해 보라. 후자에게 선택의 기회는 없다. 당면한 기후변화 앞에 우물쭈물하다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한국의 처지가 그렇다. 각종 경고를 무시하고 제 갈길을 가더니 막다른 길이다. 그런데도 햇수로 5년째 탈원전·탈석탄 논쟁이다. 현실자각이 요원해 보인다.

관대한 어투로 탄소감축을 권하던 시대는 지났다. 국제사회 요구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언제까지 얼마나 온실가스를 줄일지 약속하고, 그 약속을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지키라는 것이다. 이미 분위기는 험악해져 있다. RE100이니 ESG(환경·사회·지배구조)투자니, 탄소국경세니 생소한 용어를 들먹이며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의 숨통을 죄고 있다. 산업부 장관이 읍소한들 제 코가 석자인 그들이 기다려줄리 없다.

수술대 위 타이머 버튼은 눌려졌다. 골든타임 안에 우리가 고도성장의 양분으로 삼아 온 화석에너지기반 공급체계와 비효율 에너지다소비산업, 폐쇄적인 관치정책의 틀 일체를 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무탄소 전원과 에너지신산업, 개방형 프로슈머 시장의 새 DNA를 이식해야 한다. 말이 쉽지 현실은 의지도, 전략도, 정치적 리더십도 부족하다.

외부의 의한 변화가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는 머잖아 적나라한 경제지표들로 드러날 것이다. 당장은 코로나19가 손톱밑 가시다. 하지만 지금 통증이 적다고 암덩어리 같은 탄소집약형 에너지산업과 경제구조를 방치하면 머잖아 목숨을 잃는다.

이렇게 위중한 시절에 정부나 산업계 대응은 안이하다. 이상기후와 신기후체제에 앞에 국가안보와 경제는 위태로운데 정부는 규제나 권한, 자리를 유지하는데 온통 관심이 쏠려있다. 공기업을 위시한 전통에너지 기득권들 역시 염불보다 잿밥이다. 탄소중립이 어떻게 되든 안정적 일자리만 보전되면 된다는 식이다. 민간기업은 차려진 밥상을 놔달라며 연일 피해자 코스프레다. 우리보다 20여년을 앞서 풍랑에 대비한 나라들도 헤매는데, 이제 첫발짝을 뗀 한국은 침몰하는 배 위에서 각자도생의 셈법으로 여념이 없다. 죄 없이 대가만 치러야 할 국민들이 참 딱하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