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지속가능성 높이며 온실가스 줄이는 최적 대안

에너지 전환의 브릿지 기술로 천연가스 친환경성 증대
전세계 26개 프로젝트 상업운영, 추가 프로젝트도 37개

▲발전소나 산업체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CO₂를 포집·저장·활용하는 CCUS 기술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화석연료의 친환경성을 배가시키며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발전소나 산업체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CO₂를 포집·저장·활용하는 CCUS 기술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화석연료의 친환경성을 배가시키며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투뉴스] 국내외를 막론하고 ‘탄소중립(Net Zero)’이 에너지업계의 화두다. 태양광·풍력으로 대변되는 재생에너지와 오염물질을 내뿜지 않는 수소가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이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천연가스(LNG)를 비롯한 화석연료를 보다 친환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재생에너지, 수소 등 탄소를 내뿜지 않는 대체 에너지들이 주력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기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갑자기 줄이지 못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은 줄여야 하는 딜레마를 해결해줄 최적의 수단이라는 평가다.

CCUS는 말 그대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Capture)·저장(Storage)·활용(Utilization)하는 기술이다. 발전 및 산업체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CO₂를 포집한 후 압축·수송 과정을 거쳐 육상 또는 해양 지중에 저장하거나 화학소재 등 유용한 물질로 활용하는 기술로 아직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글로벌 주요 국가들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활용되어 오고 있다.

◆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의 CCUS의 역할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전 세계의 공통과제에서 CCUS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자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화석연료 기반의 고탄소 에너지 경제 구조를 재생에너지 기반 저탄소 경제로 완전히 전환하기까지는 상당 수준의 시간과 재원이 소요되는 만큼 CCUS 기술이 온실가스 감축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US 기술 없이는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에 도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속가능한 개발 시나리오(SDS)'를 통해 2070 글로벌 탄소중립 과정에서의 CCUS 기술 기여도를 총 감축량의 15% 수준인 연간 100억톤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도 파리협정 준수를 위해 2030년 BAU(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배출이 예상되는 온실가스의 총량) 대비 37%(3억150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놓고 있다. CCS(CO₂포집 및 저장)를 통해 400만톤, CCU(CO₂포집 및 활용)를 통해 630만톤을 줄이는 등 CCUS로 총 1030만톤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CCUS는 에너지 전환의 브릿지 기술로서 탄소 감축과정의 과도기에서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나온 CO₂가 대기로 확산되기 전에 포집해 친환경성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억제함으로써 기존 화석연료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에너지 전원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천연가스 발전 수요의 증가 추세 또한 이어질 전망이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간헐성 문제로 전력 수급 불균형과 계통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 빠른 확대가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즉시 출력이 가능해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으면서도 석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이 적어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천연가스가 ‘파트너 에너지’로서 에너지 믹스에서 일정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글로벌 친환경 수소시대로의 이행 과정에서도 CCUS는 필수적인 핵심기술로 꼽힌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드는 그린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오염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아 친환경적이지만, 재생에너지로 만든 대량의 전기가 필요한 데다 생산단가가 매우 높아 기술 성숙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수소 생태계의 빠른 구축을 추진해야 하는 현 단계에서 LNG를 개질해 만들어내는 블루수소가 대세로 떠오르는 이유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한 뒤 CCUS 기술을 활용해 CO₂를 포집·저장하는 방식으로 충분한 양의 청정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그린수소에 비해 경제성도 뛰어나다.

◆ 검증·상업화된 범용 기술로 국내도 실증단계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CCS 기술을 활용해왔다. CCS 기술 중 하나로 CO₂를 석유·가스전에 주입해 석유·가스의 회수율을 높이는 방식인 EOR은 1972년부터 미국에서 활용됐다. CO₂를 지층에 저장하여 대기와 격리하는 방식으로 주목받는 지중저장 방식도 1996년 노르웨이에서 최초로 상업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6개의 순수 지중저장 프로젝트가 운영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상업운영 중인 CCS 프로젝트는 26개로 총 CO₂ 처리용량은 연 4000만톤에 이른다. 개발이 진행되는 프로젝트도 37개로, 해당 프로젝트가 상업운영에 들어가면 연간 약 7500만톤의 CO₂를 추가로 제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역별로는 북미, 유럽이 활발하다. 북미 지역은 지난해 말 기준 18개의 CCS 프로젝트가 상업운영 중으로 CO₂ 처리용량은 연간 약 2600만톤 규모다. 오는 2030년까지 19개 프로젝트가 추가로 개발될 예정이며, 처리 규모는 연간 약 4000만톤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옥수수 에탄올 생산설비 시설에서 약 1MTPA의 CO₂를 포집하는 세계 최초의 대규모 바이오-CCS 프로젝트로 2017년부터 가동된 일리노이스 CCS 프로젝트는 포집한 CO₂를 2km 깊이 지층에 저장한 미국 최초의 지중저장 전용 프로젝트다.

유럽은 지난해 말 기준 노르웨이 2개 지역에서 지중저장 프로젝트가 상업운영 되고 있으며, 오는 2030년까지 노르웨이와 영국, 아일랜드 등 모두 11개의 프로젝트가 개발 예정이다. 이들 프로젝트가 상업운영에 들어갈 경우 CO₂ 처리용량은 연간 2700만톤 규모다. 2008년부터 가동에 나선 노르웨이 스노빗 프로젝트는 천연가스 공정과정에서 배출되는 CO₂를 포집·저장하는 프로젝트로 연간 약 70만톤의 CO₂를 저장하고 있으며, 최대 용량은 4000만톤 규모다. 

국내 CC(CO₂포집) 기술도 이미 실증단계다. 보령화력의 탄소포집 실증플랜트에서는 하루 180톤 정도의 CO₂ 포집기술을 실증했으며, 하동화력의 10㎿급 실증플랜트에서는 하루 약 150톤의 실증을 완료했다.

CCS(CO₂포집 및 저장)는 동해가스전을 활용해 2025년부터 연간 40만톤씩 총 1200만톤의 CO₂를 지중 저장하고, 서해 군산분지 대염수층에도 대규모 저장을 목표로 범정부적인 실증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석유공사와 SK이노베이션, 한국조선해양,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포함한 다수 기업들이 참여했다. 또한 포항에서 해상 CO₂ 지중저장 실증에 성공해 세계에서 3번째로 해상실증 완료라는 기록을 남겼다.

◆ 국내 민간기업의 CCUS 동향 및 전략
국내 민간기업의 CCUS 행보도 분주하다. SK E&S는 지난 3월 호주 바로사-깔디따 해상가스전을 저탄소 친환경 LNG로 개발하겠다는 최종투자결정을 선언함으로써 SK그룹 차원의 ESG 경영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채굴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인근 폐가스전에 저장하고, LNG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여 CO₂ 또한 탄소배출권 확보 등으로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 대부분을 제거·상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2025년부터 호주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국내로 도입, 개질과정을 거쳐 블루수소를 생산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CO₂ 역시 CCS를 통해 거의 대부분을 포집·제거한 친환경 청정수소로 생산하게 된다. 아울러 SK E&S는 CO₂ 포집기술 고도화를 위해 최근 에너지기술연구원, 씨이텍과 함께 ‘CO₂ 포집기술 고도화 및 실증·상용화 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아시아 철강기업으로는 최초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다. CCUS나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개발로 생산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그린스틸’ 생산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2030 수소 성장 로드맵’을 통해 2030년까지 60만톤 규모의 청정수소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롯데케미칼은 CCU 설비를 여수 1공장에 설치해 연 6만톤의 이산화탄소 포집을 위한 실증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6월 미국의 에너지 기술 기업인 베이커 휴즈와 CCUS 및 수소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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