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탄소중립위원회의 시나리오가 발표됐다.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에너지기술의 미래를 너무 낙관적으로 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직 제대로 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수소와 암모니아와 같은 무탄소 신전원의 비중(14.1∼21.4%)을 원자력(6.1∼7.2%)과 LNG(0∼8.0%)보다 높게 잡았고,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가 76∼97% 이상 보급될 것으로 본 것 등이다. 또한 아직 입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CCUS 기술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5790만∼9500만톤 줄인다고 가정하였다는 점도 문제시된다. 

에너지기술 진보에 대한 비전은 낙관을 넘어 착시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에너지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발전부문에서 지금까지 입증된 기술은 네 가지이다. 수력발전, 화력발전, 원자력발전 그리고 가스터빈발전이다. 화력발전의 연료로는 석탄, 석유 등 다양한 화석연료가 쓰이지만 본질적으로 열에너지를 회전운동인 기계에너지로 바꾸어 전력을 생산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기계공학적 원리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20세기에 만들어진 내연기관 자동차나 지금의 내연기관 자동차나 사실 기술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 약간의 개조와 재질 및 기술적 개선이 있긴 하였지만 본질적으로 큰 변화는 아니다. 제트엔진도 그렇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로켓 기술도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재질을 안전하고 튼튼하게 만들었고, 발사와 착륙, 대기권 진입 시의 안전도를 높이고 발달된 통신과 제어기술 등을 활용하며 로켓을 재활용한다는 점 등에서 개선은 되었다. 그러나 로켓의 본질적 효율이 엄청 높아진 것은 아니다. 로켓은 여전히 로켓이다. 아직 스타워즈나 스타트랙에서 보듯이 빛의 속도로 우주를 항해할 수 있는 기술은 꿈도 꿀 수 없다. 

교통이 좋아지기는 하였다. 지하철과 고속철도가 생기고 고속도로망과 도로가 개선되어 현저히 모빌리티가 개선되었다. 그러나 아직 비행기 여행의 시간이 대폭 줄어든 것은 아니다. 철도와 자동차의 경우 엔진에서 큰 차이가 생겼다기보다 길이 좋아진 것뿐이다.

올여름처럼 무덥고 곳곳에서 산불, 홍수, 태풍 등 이상기후가 난리치는 세상에서 탄소를 줄이고 싶은 마음이 누구는 없겠는가? 그렇지만 아직 이런 무탄소에너지의 경제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는 조절이 불가능해서 결국 전력계통에 연결하여 통제된 전력을 소비하지만 이에 따른 간헐성 문제와 전력저장의 문제는 아직 해결된 것이 아니다.

태양광과 풍력은 이런 점에서 백업 발전원과 전력저장이 필요하며 필요시 다른 발전원의 출력과 병입 여부까지도 통제하게 되어 전체적인 계통운영의 효율에 큰 희생을 요구한다. 대형 풍력발전기의 경우 반경이 100m에 달하는 날개에 대한 유지보수 및 물류비용까지 모두 고려할 때 장기적 경제성을 살피기에는 아직 이르다. 에너지기술의 경제성이 입증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해당 기술의 라이프 사이클을 지내보고 평가해야 한다. 수소라는 발전원의 생성도 우리 머릿속에 있지 실증을 통해 입증된 것은 아니다. 

기계적 발전기술은 이미 100년 이상 되었고 가스터빈 기술도 오랜 세월을 통해 그 효율성이 입증되었다. 기계적 발전기술은 전력계통과 함께 가동된다면 지리적 위치나 기후와 관계없이 세계 어느 곳에도 설치될 수 있고 또 적절한 전원믹스와 계통운영을 통해 전력생산량을 매 순간 수요량과 거의 근접하게 일치시킬 수 있게 되었다. 

분명 컴퓨터, AI, 인터넷, 반도체 등의 IT분야의 기술은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기술진보가 18개월 아니 12개월만에 두배씩 이뤄진다는 ‘무어의 법칙’과 ‘황의 법칙’은 엄청난 질량, 중력, 화학적 변화를 모두 다뤄야 하는 고전적 물리법칙이 적용되는 에너지세계에서는 아직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스타워즈는 여전히 영화 속의 세계일뿐이다. 혹시 우리는 TV, 컴퓨터, 스마트폰을 하다가 에너지에 대해서도 착시현상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또 그런 이유로 누구를 비난하고 음모론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일단 바꾸고 보자는 것은 너무 위험한 생각이다.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진보를 응원하고 기대하지만 착시현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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