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대담] 2050 탄소중립 & 에너지전환 길을 묻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홍익대 전영환 교수 한목소리

▲이필렬 방송대 교수(왼쪽)와 전영환 홍익대 교수(오른쪽)가 23일 서울 종로에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화두로 긴급대담을 하고 있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왼쪽)와 전영환 홍익대 교수(오른쪽)가 23일 서울 종로에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화두로 긴급대담을 하고 있다.

[이투뉴스] 국가 탄소중립 시한(2050년) 발표에 이어 개략적인 이행방안(시나리오)도 나왔다. 에너지를 비롯한 사회·경제 전 분야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만큼, 갑론을박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고,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2050 목표를 향한 경로와 수단을 논하는 건 자유지만, 전 지구적인 탄소감축 대오에서의 이탈은 허락되지 않는다.

망망대해서 등대를 찾는 심정으로 이필렬(65)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와 전영환(61)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의 긴급대담을 마련했다. 이 교수는 초대 탈핵에너지학회장으로, 전 교수는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로 각각 에너지전환 분야 담론을 이끌고 있다. 가급적 전면에 나서지 않고 필요할 때만 최소한의 어른 역할만 맡는 것도 닮았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화두로 시작된 이번 대담은 자연스럽게 전력시장개방 등 차기정부 현안과제로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이필렬 교수는 "에너지전환을 획기적으로 하겠다면 전력시장 민영화가 아니라 자유화와 전면개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전영환 교수는 "재생에너지, 송전선로, 운영시스템 모두 중요하지만 시장제도를 건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필렬 -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놓고 대단히 무리하다는 시각과 탄소중립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완전 상반된 시각이 있다. 우리나라 특수성을 놓고 보면 난 전자에 가깝다. 1990년대부터 에너지소비나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가 별로 없는 영국이나 독일과 수직상승한 우리나라의 선언은 천지차이다. 30년도 남지 않은 시간에 (배출량을) 수직하강 시켜야 한다. 실현하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 엄청난 갈등과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거다. 과연 우리가 감당할 수 있겠나 하는 우려가 있다. 탄소중립을 포기했다고 비판하는 분들은 그걸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전영환 - “기본적으로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은 사실 다 비슷할 거다. 우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이 다른 나라보다 힘들다. 그렇다고 우리가 천천히 늦게 가도 되냐, 그래도 아무 문제없이 갈 수 있겠나. 유럽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은 2024년부터 적용한다고 법안을 상정해 놨다. 우린 3020(2030년 재생에너지 20%) 달성도 어렵다고 하는데, 경제·산업적으로 아무런 충격이 없을지 의문이다. 아마 더 큰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 여기서 선택을 잘못하면 치명적이다. 어렵게라도 갔을 때 발생할 문제와 가지 않았을 때 문제를 비교해 위험을 줄이는 선택을 해야 한다.”

이필렬 - “어려운 과제를 너무 늦게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부터 했어야 했다. 당시에도 재생가능에너지 로드맵을 만들긴 했다. 석탄가스화(IGCC) 등을 신에너지로 포함시켜 2011년까지 전력의 11%, 1차 에너지의 7%를 목표를 세웠다. 지금은 2000년대 목표에도 크게 못 미치는 4~5% 수준이다. 이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여기에 국민인식을 따져볼 때 과연 탄소중립이 가능하겠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정부, 정치권, 기업, 국민까지 굉장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30년 안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필요하다.”

전영환 - “사실 탄소중립 이전에도 스마트그리드부터 녹색성장까지 많은 정책을 펴왔다. 그런데 지켜보면 실행을 하지 않았고, 실행할 시스템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얘기하면 정부가 받아서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우린 전력산업의 시장화가 안 돼 있어 국가가 나서 의지를 갖고 구체적으로 뭔가 하지 않으면 실행되지 않는 구조다. 게다가 그건 제도와 조직을 바꾸고 사회전반도 바꾸는 엄청나게 큰일이다. 그런 체제가 안 돼 있다 보니 50년 넘게 안 바뀌고 있다. 우리 전력산업을 보면 1차 석유파동 때부터 에너지위기라고 해서 대체에너지 연구를 시작했으나 전력망을 갖고 있는 유틸리티들이 모두 장악하고 있어 작은발전기들이 진입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온 게 송전망 개방이야기다. 1990년대 구조개편 얘기가 그렇게 나오다가 2000년대 중단됐다. 해외의 경우 2000년대 초반에 다 시장체제로 바뀌었다. 영국은 2003년 탄소중립 산업체제로의 개편계획을 세운다. 일련의 과정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하다가 중단했는데, 녹색성장한다 스마트그리드한다 말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시장가격이 변하니 세탁기를 전기료가 싼 밤에 돌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시장가격체계를 만들지 않았다. 바뀔까 기대했지만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정치권에서 한다고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을거다. 사실 구조개편을 완성해야 하는 문제인데, '어? 그것까지 해야 해' 하면서 안한 거다.”

이필렬 -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말 추진한 부안핵폐기장 문제로 엄청난 저항과 타격을 입었다. 강행하다가 포기하고, 경주에 중저준위 처분장을 건설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일체의 거론도 없었다. 엄청 중요한 현안이 싹 무시됐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 정부는 정직했지만 어떤 면에선 굉장히 나이브했다. 김대중 정부에선 IMF가 터지자 한전을 민영화 하라는 요구가 있었고, 그래서 어쩔 수없이 이면합의를 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때 노조가 크게 반발해서 결국 자회사로 잘라놓고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노조 측에서 연구팀을 꾸렸고, 나도 참여했으나 노조의견과 정반대되는 연구결과를 내놓아 보고서에 실리지 않았다. 당시 연구에서 난 전력산업을 자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원자력이 서서히 퇴출 될 것이며, 민영화해야 한다면 원자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 유럽에선 노르웨이나 스웨덴 같은 국가가 전력산업을 완전 개방했고, 독일도 굉장히 강한 지역독점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말 천천히가 아니라 일시에 전면 개방했다. 그때도 REW나 E.ON같은 조직이 다 흡수해 수백 개 소규모 지방 마을단위 공사가 다 망가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창의적 아이디어로 많이 살아남았다. 이후 녹색전기만 판매하는 소규모 전력판매사들도 다수 등장한다. 그래서 7~8년 뒤 초기의 큰 우려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시장으로 개편된다. 그런데 한국에선 '전기는 공공재다', 공기와 같아 국민들이 숨 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전력시장의 민영화가 아니라 자유화, 전면개방이 필요하다. 스웨덴은 바텐판이란 국영기업을 그대로 두고 다른 기업들이 다 들어와 전기장사를 한다. 우리나라도 당시 방향을 잘 잡아 한전은 공기업으로 두고 전력시장을 개방했다면 창의적인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을 거다. 지금 프로슈머나 중개사업자들을 보면 전부 한전이 독점한 틀 속에서 조금씩만 해보는 수준이다. 스타트업들이 뭔가 해낼 수 있도록 열린 마음과 생각을 갖고 시도해야지, 2000년대 초반의 공공재란 생각만 갖고 그 틀 안에서 조정하려면 결국 시대에 뒤떨어지게 된다.”

전영환 - “그런 스타트업들이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제도가 안 되니 못하고 있을 분이다. 중개사업자들도 재생에너지를 모아 한전에만 팔 게 돼 있다. 무슨 비즈니스 모델이 되겠나. 장사가 안 되니 예측을 하면 인센티브를 더 준다고 하는데, 사실 그런 스타트업들의 기술을 통해서 비용을 낮춰야 하는데, 우린 만들어놓고 독점체제서 비즈니스가 안 되니 계속 돈을 더 주는 고비용구조로 가고 있다. 말 그대로 전시행정이다. 이렇게 해선 안 된다. 우린 IT기술이 엄청 발전해 있어 시장을 개방만 해주면 투자여건도 생기고 엄청 잘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작은 용량의 수많은 발전원들이 흩어져 들어오니, 이걸 모아 모니터링하고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기반은 대한민국이 가장 우수하다. 그런데 그런 여건에도 불구하고 제도하나 때문이 계속 한전 독점으로 가고 못가고 있다. 에너지전환이 에너지위기 때부터 50년째인데, 급하게 간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다른 나라가 50년간 투자개발한 결과를 활용만하면 되는데, 그것도 못하겠다고 하면 어쩌나. 그걸 반대하는 분들이 주장하는 바를 모르겠다.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크고, 우리나라 여건도 좋지 않고, 돈이 많이 든다고 하는데, 다 맞는 말이다. 누가 모르나. 그렇지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떻게 가자는 얘기는 없고 계속 반대만 한다.”

이필렬 - “일전에 모 교수가 재생에너지 변동성 때문에 늘릴수록 LNG발전도 똑같이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더라. 그런데 그런 얘기는 19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초나 할 수 있는 얘기지 지금은 시대에 뒤떨어진 얘기다. IT기술이 발달해 소프트웨어로 조정할 수 있다. 독일은 태양광이 엄청나게 보급돼 여름철 해가 좋은날은 태양광만으로 거의 100%의 전력을 공급한 적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제주의 경우 (재생에너지가)16%가 넘어갔다고 태양광 풍력을 멈춘다. 독일은 전체 전력의 46%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한다. 그게 전부 전력시장 구조 탓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독일은 재생가능에너지를 최우선으로 구매하고, 다른 발전원이 멈춘다. 2014년인가 독일 동부 바텐팔 갈탄화력 발전소를 간 적이 있는데, 필요하면 분 단위로 출력을 조절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한국은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계통 불안해지고 다운될 수 있느니 재생에너지를 멈추라고 한다.”

전영환 - “사실 그 부분은 기술적 요인에 있어 우리와 다른 측면이 있다. 독일은 유럽대륙 39개국이 연계돼 있고, 이제 발트해 3국도 연결을 준비한다. 독일이 100% 재생에너지를 하는 건 계통을 안정화시키는 다른 발전기들이 돌고 있어 가능한 거다. 우리 사정은 계통규모나 특성에서 영국이나 텍사스주와 비슷하다. 그런데도 영국은 작년에 40%를 무탄소 전원으로 달성했다. 3년 뒤인 2025년에는 무탄소전원 100%를 간다고 한다. 자신있다는 거다. 쉽지 않은 일임에도 20여년간 기술적으로 많은 준비를 한거다. 우린 시간도 얼마 없는데 급격히 비중을 올려야 해서 여러 부분의 어려움이 있을 거다. 기술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제도적 부분이 더 크다. 난 한전 독점체제로는 가기 어렵다고 본다. 이 부분을 정치권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기고 돌파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건설도 힘들고, 그걸 접속할 송전망을 건설하기 어렵고, 그걸 운영할 기술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우린 가장 중요한 시장체제가 없다. 지금 영국에서 대두되는 문제와 해결책은 모두 시장기반이다. 2030년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조정에 있어 재생에너지 건설 여부, 송전망 건설 여부, 제도개선 여부 세 가지가 관건이다. 우리국민은 현명하다. 석유파동도 다 견뎌냈고, 계속 발전시켰다. 지금은 그때와 유사한 위기다. 거기에 기후위기까지 겹쳐서 더더욱 어렵다. 그걸 풀 생각부터 해야 하는데, 네거티브한 측면만 자꾸 부각시킨다."

▲신고리 3,4호기 원전
▲신고리 3,4호기 원전

이필렬 - “기득권의 엄청난 반발로 전환 자체가 어려울 수 있으니 후방에서 전력시장을 개방하고 재생에너지 생산과 판매단계의 부조리한 점들을 개선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원자력 쪽을 오히려 키워주는 측면이 있다. SMR(소형모듈원자로)이나 기득권을 다 인정해주고 있다. 전력시장 개편과 재생가능에너지를 적극 키워나가야 한다. 섣부른 발표는 최재형, 윤석열 식의 반격을 부를 수 있다.”

전영환 - “원자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면서 원전 전문가 얘기만 듣는다. 그 전문가들은 원자핵반응을 이용해 열을 안정적으로 컨트롤하는 기술자들이지 전력에 있어 전문성이 없다. 그런데도 원자력발전기 전문가들이 전기공학자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 원자력발전은 너무 크고 출력을 쉽게 변동하지 못해 경직적이다. SMR이란 새 개념을 들여와야 한다고 하는데, 그 얘긴 지금 원자력을 다 퇴출해야 한다는 얘기와 같다. SMR도 개념적 설계단계일 뿐이다. 미국에선 해외 군 기지나 우주개발에 쓴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분산전원으로 도대체 어디에 설치하겠다는 건가.”

이필렬 - “해외에 수출한다고 하더라.(웃음) 덧붙이자면 원자력발전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이나 글을 살펴보면, 2021년 세상이 IT기반으로 완전히 바뀌어 가고 있는데 1990년대 20세기에 아날로그에 기반해 사고하고 아날로그에 기반을 둬 접근하는 것 같다.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옛날의 영화로웠던 시대를 끝까지 붙들고, 그걸 어떻게든 지켜내려는 모습이 보인다. 어떤 면에선 안타깝다는 느낌이 든다.”

전영환 - “1990년대 일본에서 머물며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세계 최고였던 소니가 브라운관 TV로 HDTV를 만들어 전시해 놓고 화질을 비교해 보여주더라. 브라운관 TV로 HD를 구현하기 위해 엄청나게 투자했는데, 시대변화를 못 읽고 그걸 버리지 못해 가져가다가 삼성에게 완전 뒤쳐졌다. 많은 걸 설명하는 일화다. 사고의 경직성이란 게 그렇게 무섭다.”

이필렬 - “적절한 비유다. 지금 원자력이 그렇다. 워낙 빠르게 바뀌고 IT기반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니 아날로그 쪽에 머물러 있으면 시간이 갈수록 퇴출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세력이 워낙 크다보니 강한 저항이 있다.”

전영환 - “그런 측면에서 에너지전환을 더 빨리해야 할 것 같지 않나?”(웃음)

이필렬 - “빨리 해야한다. 그런데 빨리 하려면 개혁적 정권이 지속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처음 탈원전 선언했을 때 개혁적인, 진보적인 정권이 20년은 집권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했었다.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을 차기정부가 이어받아 끊임없이 밀고 나가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야만 2050년 목표의 60~70%라도 다가갈 수 있다. 탄소중립 선언은 잘한 일이다. 그리고 시나리오 1,2안은 탄소중립을 포기한 것이란 비판도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그것이라도 달성한다면 대성공이다. 1,2,3안이든 또는 4안이든 시나리오를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야 어느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진보정권아래 아주 정교한 연구와 시나리오, 로드맵이 계속 만들어지고 시행돼야 한다. 영국과 독일을 비교해보면, 독일은 산업구조가 우리와 비슷하고 영국은 거의 서비스다. 그런데 영국은 에너지전환을 독일보다 훨씬 늦게 시작했으나 지금 거의 같은 단계다. 독일이 46%, 영국은 40%이다. 영국은 해상풍력을 밀어붙여 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높였다. 그건 산업구조의 차이 때문이다. 독일은 워낙 제조업이 크고 전기소비량도 많다. 우리도 빨리 시작했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 그래서 독일의 속도로 늘려도 2050 탄소중립이나 에너지전환 달성이 굉장히 어렵다. 이런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 산업구조를 바꾸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국제 밸류체인에서 한국만의 독특한 위치가 있다. 결국은 에너지전환은 운동성을 가져야 한다. 다시 독일로 돌아가면 에너지전환 가장 큰 동력은 시민운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을 반대하고 에너지전환 시민운동에 참여해 정치권을 바꿨다. 그래서 사민당이 정권을 잡고 정책을 밀어붙였다. 시민부터 시작했다. 물론 기업도 운동성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운동성이 별로 없다. 창조적인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나 그게 하나의 운동성을 갖고 발전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무리 에너지전환이 급하고, 위에서 쏟아 붓는다 해도 밑에서 받쳐주지 못하면 쉽지 않다.”

전영환 - “우리국민은 현명하다. 탄소국경세나 RE100을 달성하지 못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면 고용이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그러는 순간 국민들의 의식변화는 한순간에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바꿔야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위기가 와야 바뀌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러 위기 정황이 있음에도 애써 무시하는 분들이 많다. 당장 RE100을 선언한 기업들은 2030년까지 약 6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해야 한다. 현재 상태론 어렵다. 망하지 않으려면 해외로 가야할거다.”

이필렬 - “RE100이 활성화되려면 전력시장개방은 필수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전력산업 시스템에선 그게 어렵다. 시장이 폐쇄돼 있으나 한전을 통한 중개사업만 겨우겨우 일어나고 있다.”

전영환 - “지금 당장해야 할 일은 첫째가 재생에너지 건설, 두 번째가 송전선로 건설, 세 번째가 운영시스템 확보, 네 번째가 시장제도다. 이 네가지 없이는 가기 어렵다. 차기 정부가 딱 하나만 해야 한다면, 시장제도를 건드려야 한다. 이건 정치권에서 풀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이게 어렵다고 피하면, 결국 아무것도 못한다. 야당 쪽에선 이 부분에 대해 아무런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원전을 하겠다는 거다.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오히려 악화될 거다. 여당은 기존 에너지전환정책을 계승해 가겠지만, 가장 어려운 제도에 대해서 진짜 필요성 인식 못한다면 3020도 달성하기 어렵다.”

이필렬 - “정부 정책차원에 재생가능에너지를 어떻게 하겠다보다는 전력시장을 자유화, 개방하는 게 더 급하다. 획기적으로 에너지전환을 하겠다면 그렇게 가야한다. 물론 노조도 반발하고 어려울 거다. 강하게 시장을 개편해야 한다는 분들은 민영화라고 얘기하지만, 전 민영화는 필요 없고 한전을 공기업 형태로 얼마든지 남겨두더라도 시장만은 완전 개방해야 한다고 본다.”  

전영환 - “조금 부연하자면 시장 시그널을 만들어줘야 한다. 바로 가격신호다. 그 신호가 있어야 수요도 반응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사실 그게 수요조정 역할이다. ESS는 설비라서 계속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지만, 시장시그널은 수요가 반응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시스템만 만들어주면 된다. 특히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시대엔 시장의 가격신호가 굉장히 중요하다. 한전을 어떻게 하자가 아니라 그대로 두고 판매시장을 개방하고 가격신호를 주면 된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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