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때 시작된 미니태양광 보급사업을 놓고 “이 정도면 사기 아니냐”(자신의 유튜브)며 법적 대처를 시사했다. 2014~2020년까지 이 사업에 참여한 업체 68개사 중 14개사가 3년내 폐업했고, 일부는 지난해 사업에 참여한 뒤 문을 닫아 벌써부터 사후관리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법률 대응팀을 꾸려 이들 기업을 사기나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형사고발하고 필요 시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시민대표인 시장이 주요정책의 예산집행 효과와 문제를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오 시장 말대로 보조금만 받고 문을 닫아 시민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게해야 한다. 다만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미니태양광 보급사업의 주체는 기업이 아니라 서울시다.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면서 관리‧감독할 책임이 시에 있다. 향후 그에 대한 조사와 책임은 누가질지 미리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전임시장의 역점사업을 흠집 내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이미 많은 시민들의 뇌리에 이 사업은 ‘사기’, 또는 ‘먹튀’, ‘운동권 수익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원인과 대책, 공과(功過)를 제대로 가려 시민들에게 소상히 알려야 한다.

미니태양광 보급사업은 박 전 시장의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대표하는 재생에너지 확산사업이자 시민참여형 운동이었다. 대도시의 얄팍한 아파트 베란다 난간 한 공간을 내어주는 대신 시민이 직접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를 생산‧소비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300와트(W) 태양광 전지판 한 장은 냉장고 한 대를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전기를 생산한다. 기가와트(GW)규모 원전과 석탄화력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무려 30여만 가구가 햇빛이 만든 ‘1kW의 가치’를 되새겼다. 그렇게 십시일반 모으고 아낀 에너지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원전 3.2기분에 달한다.(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사업누적성과, 652만TOE) 지금은 전국 30여개 지자체로 확산돼 호응을 얻고 있다.

물론 아파트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전지판 설치를 불허하는 단지도 있고, 전기요금이 얼마나 된다고 귀찮은 일을 벌이느냐 반응도 여전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경기도에 이어 가장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지자체이자 전력자급률 최하위 지자체다. 지금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고 설치의무를 강화할 때이지 어렵게 착근한 미니태양광의 근간을 흔들 때가 아니다.

사실 이 사업의 경착륙은 수년전부터 예견돼 왔다. 서울시는 영세업체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감안하지 않고 마치 플랫폼기업처럼 저가출혈경쟁을 부추겼다. 100만 태양의 도시선언이 나온 이후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더 심화돼 비정상적 행태로 영업하는 몇몇기업만 살아남는 구도가 됐다. 당시에도 보급실적보다 건강한 시장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줄기차게 나왔지만, 시 공무원들이 귀를 닫았다. 되레 시는 에너지공사를 만들어 직접 태양광사업을 챙기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기왕 칼을 빼들었다니 미니태양광이 문제인지, 서울시 행정의 문제인지 명명백백 가려줄 것을 주문한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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