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 어떻게 추진되나
재생에너지 접속량 증대 위해 제도정비 추진
8차 HVDC 검토안은 철회 슈퍼그리드 여지

▲9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감안한 전국계통 예상도
▲9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감안한 전국계통 예상도

[이투뉴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이 2020년부터 2034년까지 15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제9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수립해 최근 전기위원회 심의‧확정 절차를 마쳤다. 송변전계획은 앞서 작년말 수립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맞춰 언제, 어디에, 얼마나 송전선로와 변전설비를 신설 및 보강할지 그 계획을 담고 있다. 전기사업법 제25조와 제27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번 9차 송변전계획을 통해 당국은 2034년까지 29조3170억원을 투자해 송선전로 1만173c-km(서킷 킬로미터=회선수×길이)와 변전설비 12만352MVA(메가볼트암페어=전압×전류)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약 12조3000억원이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라는 설명이다. 3년전 수립된 8차 송변전계획과 비교하면 2031년 기준 송전망은 2670c-km 더 늘어났고, 변전설비는 154kV 송전선로 확대로 소폭(4040MVA) 감소했다. 목표연도(2034년) 기준 전체 송전선로 길이는 4만8075c-km, 변전소수는 1154개로 2019년과 견줘 각각 1.39배, 1.34배 증가할 전망이다.

송전선로 1만173c-km·변전설비 12만352MVA 늘려
이번 계획을 수립하면서 한전은 전국을 수도권, 영동권, 중부권, 호남권, 영남권, 제주 등 6개 권역, 42개 지역으로 나눠 2034년 지역별 수요를 전망했다. 그 결과 연평균 전국 수요증가율은 지속 하락하는 가운데 수도권, 중부권, 제주는 인구유입과 산업단지 개발로 전력사용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4년 하계피크 기준 권역별 예상수요는 수도권 43.08GW, 영남권 26.04GW, 중부권 17.85GW, 호남권 10.36GW, 영동권 2.66GW, 제주권 1.15GW 순이며, 전체 수요는 101.17GW이다. 이는 8차 계획의 전망치(98.0GW)보다 3.2GW 많은 값이다.

전체 수요증가율은 감소하지만 주요산업단지와 택지지구는 개발수요로 국지적 전력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한전은 신규사업으로 345kV 변전소는 신장수 등 4곳을, 154kV는 평내 등 28곳을 반영했다. 제주권은 빠르게 늘어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출력제한 없이 최대한 수용하는데 초점을 뒀다. 89km 길이 완도~동제주간 제3HVDC 건설을 2023년까지 완료키로 했다. 제주지역 설비용량은 작년말 1366MW에서 2034년 1800MW로 연평균 2.5%씩 늘어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처럼 연중 다량의 전력을 소비하는 시설을 지방 공급지로 분산 유도해 송전망 부하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전은 온라인경제 확대로 2026년까지 8.7GW의 데이터센터 신규수요가 발생하고, 이중 92%에 해당하는 8GW가 수도권에 집중될 경우 절반가량은 제때 전력을 조달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다소비시설이 공급력에 여유가 있는 곳에 들어서도록 변전소 정보를 공개하고, 향후 전력계통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해 계통여유지역에 수요가 분산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전체수요 101GW 전망, 데이터센터 지방유도
이전 8차 송변전계획의 목표가 ‘에너지전환기 전력계통의 신뢰도 유지와 효율성 제고’였다면, 이번 9차 계획은 ‘재생에너지 수용능력 제고를 위한 적기 송전망 확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원전·석탄화력처럼 대규모 발전설비 건설에 대응해 765·345kV 송전선로를 확충하는데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무수히 많은 태양광·풍력설비가 154kV나 22.9kV로 적기 접속할 수 있도록 연계능력을 제고하는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역별 2034년 재생에너지 계통접속 예상량(22.9kV~154·일부345kV)은 호남권 33.1GW, 영남권 9.7GW, 충청권 5.4GW, 강원권과 제주권 각 3.9GW, 수도권 2.6GW 등 모두 58.6GW이다. 이중 새만금 태양광과 서남해 해상풍력, 신안해상풍력처럼 대규모 사업은 345kV로 직접 접속해 효율을 높인다. 이 과정에 한전은 국토 난개발 방지를 위해 지자체와 사업자가 대규모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를 개발해 사업자를 선정한 뒤 공동접속설비를 구축해 접속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계통 이용신청이 접수된 물량을 기반으로 설비계획을 수립하던 기존 방식을 의향조사와 잠재량, 발전사업허가 물량까지 두루 고려하는 방식으로 바꿔 공용송전망이 제때 확충되도록 개선키로 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특성에 맞지 않는 기존 계통접속 용량기준도 현실화 한다. 한전은 재생에너지설비 전출력 운전을 기준으로 하던 접속허가를 지역별·시간대별 실제출력으로 바꿔 기설설비의 이용률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선진국들은 이미 이런 기준을 정비해 재생에너지 수용력을 높이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에 의하면 태양광의 경우 설비용량의 80% 미만으로 운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생각보다 계통접속 여유량이 많다. 또 접속 설비용량을 직류(DC) 기준으로 책정하다보니 실제 계통에 걸릴 부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접속허가를 내주는 경향이 있다. 지금이라도 교류(AC)로 기준을 바꿔 비효율을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8차 송배전계획 당시 잠정설비로 반영된 일부 육상 HVDC는 이번 계획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한전은 2024년 이후 신강진~고령 200km, 신강진~신옥천 200km, 신영양~선산 150km 등 3개 내륙 HVDC 사업추진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육상 HVDC의 경우 길이가 짧을 경우 비싼 건설비 대비 효용성이 극히 낮다. 대신 한전은 한-중 330km, 한-러시아 1000km, 한-일 340km 길이 3개 국가간 전력망 연계(일명 슈퍼그리드)사업을 미래검토사업으로 분류해 대형 해저 HVDC의 불씨를 살려놨다.

이와 함께 2023년까지 육상에 1400MW(PCS) 1280MWh규모 대형 ESS를 설치해 고장 시 최저주파수 하락완화와 동·서해안지역 발전제약을 줄이고, 2025년까지 신안지역에 송전선로 과부하 해소용 ESS 100MW/500MWh를 시범 설치해 계통보강 지연을 상쇄할 예정이다. 전압별 누적투자액은 각각 345kV 1조6347억원, 154kV 12조702억원, HVDC(ESS포함) 7조6292억원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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