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지원불구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

[이투뉴스] 유럽과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전기차 충전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향후 15년 이내 내연기관차 퇴출을 계획하고 있으며, 전기차 구매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길가에 주차하는 많은 주민들을 위한 충전 시설이 부족하다고 <로이터>통신이 지적했다.

특히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는 길가 충전 시설보다 다른 사안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어 충전 시설 확충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런던의 거주지 도로에서 충전소를 시험 운영하고 있는 트로잔 에너지의 휴 맥켄지 최고운영자는 “길가 충전소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말 어렵다. 이 시장에 진입한 회사들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전기차 니산 리프로 우버 택시를 운전하는 팀 윈 씨는 런던 북부 브렌트 지역에서 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그는 “하루 종일 운전하고 나면 집에 와서 차를 충전하고 싶었다”며 앞서 인근 EV 고속 충전소를 이용했으나 줄이 길어 1시간 넘게 대기했다고 토로했다.

트로잔이 제공하는 충전 시설은 전력망 연결이 필요하므로 설치에 약 7000 파운드 가량이 든다. 이를 이용하는 전기차 소유주들도 충분하지 않아 수익 환수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회사는 현재 영국 정부로부터 약 75%의 지원금을 받아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에 7000여개 길차 충전소를 설치한 FLO의 트레비스 앨런 부회장은 “길가 충전소를 성공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역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브렌트 지역 위원회의 교통 계획 담당자인 팀 마틴은 가로등 충전소 설치비는 약 2000 파운드이며, 급속 충전기의 경우 약 1만5000 파운드로 정부 보조금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충전소 스타트업 회사인 Char.gy사는 "런던에 약 500만~1000만대의 전기차가 운행 중이며, 이 중 76%가 길가에 주차되고 있다"고 추산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늘어남에 따라 도로변 충전시설에 대한 수요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지만 어느 정도가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Char.gy의 리차드 스토바트 CEO는 영국내 차량 절반 가량이 전기차로 교체될 시기인 2030년까지 50만 개의 길차 충전소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사는 영국에서 1000여개의 가로등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설치에 약 1800파운드를 책정하고 있다.

스토바트 CEO는 (충전시설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있는데도 지역 정부의 협조를 얻어내는게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는 “그들이 머무적거리느라 시간을 아주 오래 끈다”고 말했다.

로얄더치셸의 유비트리시티(Ubitricity)는 영국에서 4000개의 가로등 충전시설을 설치했다. 이 회사의 렉스 하트먼 CEO는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유럽 자동차 소유주의 약 60%가 공공 충전시설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가정집과 일터, 슈퍼마켓에서 전기차 충전소가 필요하다. 어디에서든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전 기반시설이 없다면 사람들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에는 약 9000만 개 이상의 가로등이 있으며 이 중 수백만 개가 전기차 충전소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하트먼 CEO는 추산했다.

유럽위원회는 더 많은 소비자들의 전기차 선택을 독려하기 위해 도시 충전소들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전문가 단체를 만들었으며, 각 도시들이 충전시설 배치에 대한 자문에 응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미국 뉴욕주는 2030년까지 신형 승용차와 소형 트럭의 배출 제로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뉴욕시는 현재 1580개의 충전소만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약 100만 대의 차가 길가 주차를 하고 있다.

전기 모터 공유 회사인 레벨(Revel)의 폴 서헤이 창업주는 “뉴욕과 같은 큰 도시에서 전기차를 소유하는 것은 괴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주가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교통 부문의 전기화에 약 5000만 달러가 필요하다.

미국의 도시 가운데 가장 많은 전기차 충전소를 갖춘 로스앤젤레스에서 블링크 차징(Blink Charging)사는 지난해 전기차 공유 네트워크사인 블루LA를 인수했다. 약 100대의 전기차와 200개 충전소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블링크 차징의 마이클 파커스 CEO는 “지역 당국이 가능한 많은 장소에 충전 시설이 설치되는 것을 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회사들이 전기차 소유비율이 늘어날 때까지 투자를 유지할 형편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이상 아직 성공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말했다.

전기차 확대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노르웨이에서조차 길차 충전시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대규모 공공 충전시설과 급속 충전소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3~6년 내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소유주의 30%가 지정 주차 공간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충전 시설 확보가 주요 해결과제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노르웨이 정부는 경제적 위치에 상관없이 모두가 녹색 전환에 참여하는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라 몇 년 내에 모두가 내연기관차를 팔아야만 하기 때문에 전기차 구매가 불가피하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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