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완료연도로 수의계약 정산기준 변경 추진
산업계 "번갯불 콩 구워 먹는 개정 시도" 반발

[이투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계와의 충분한 소통없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정산제도 개편을 골자로 한 재생에너지 비용정산 세부규정 개정을 추진하면서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최초고정가격 적용시점을 기존 계약체결연도에서 발전설비 준공완료연도로 변경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인데, 산업계 현실을 도외시 한 조치인데다 명분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재생에너지 비용평가와 정산기준 변경 방향을 담은 재생에너지 비용정산 세부규정 개정안 공청회를 가졌다.

개정안은 태양광만 참여할 수 있었던 선정입찰제도에 풍력발전도 참여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시장참여 기준일로부터 1년내 착공 가능한 풍력사업은 선정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수의계약 시 최초고정가격 적용시점을 계약체결연도에서 준공완공연도로 변경하되, 공급의무자가 예외신청을 할 경우 계약체결연도를 최초고정가격으로 적용하도록 예외조항도 포함시켰다. 

예외신청을 하는 공급의무자는 준공예정일을 전력거래소에 제출하면 되고, 발전사업 추진 불가 사유를 명시해 이의신청을 하면 12개월 유예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정산기준가격 산정 시 별도가격으로 보전되고 있는 고정가격계약분을 제외하고 외부구매와 자체건설을 통합 산정하도록 했다. 정산기준가격도 직전 이행연도 정산기준가격의 ±20%까지 상·하한을 설정해 과거실적으로 기준가격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업계는 최초고정가격 산정방식 개편 방향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대로 준공완공연도를 기준으로 최초고정가격을 적용하면 사업 불확실성이 증가해 금융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이 어려워지고, 재생에너지 신규투자도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다. 

산업부가 속전속결로 개정안을 강행하려던 이유자체가 업계의 이같은 반발이 예상됐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재생에너지 사업의 최초고정가격 기준을 계약체결연도가 아닌 준공완공연도로 책정하면 불확실성으로 인한 리스크가 커져 사업에 먹구름이 낄 것”이라며 “이런 중요한 개정안을 업계 의견수렴 없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처리하려는 전력시장과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전력시장과가 작년에 논의했다가 보류한 고정가격계약 정산기준 개정안에 전기연구원의 맞춤형 용역을 추가한 것이 이번 개정안”이라며 “이미 사업자 반발로 물러섰던 일을 산업부가 막무가내로 일방적 추진으로 시도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금융권 역시 이번 개정안 방향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PF에 관여하고 있는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PF 협의를 하고 있는데, 이번 개정안을 통해 최초고정가격 기준을 준공연도로 삼게 되면 예측 불확실성이 크게 늘어나 PF를 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설정한 기준가를 기준으로 비용평가를 하는 것이 아닌 균등화발전비용(LCOE)를 기준으로 정확한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은 중소규모 사업은 사업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준공완료연도를 기준으로 해도 큰 문제가 없고, 대규모 사업은 예외조항을 적용해 계약체결연도를 고정가격계약을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급의무자 신청에 따라 조건부로 계약체결연도 기준으로 최초고정가격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부 재생에너지보급과 관계자는 “예외신청을 적용하면 고정가격의 평균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에 풍력 같은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사업에서 예외신청을 하지 않는 공급의무자가 없을 것”이라며 “일부 에너지원이 과소정산을 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이 나온 것이라 업계에서 우려하는 일은 다소 오해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번 개정안과 관련, 18일 비용평가 실무위원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업계 반발을 수용해 이를 취소하고 23일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당장 올해부터 적용하는 세부규정을 연말이 되어서야 갑작스럽게 꺼내든 뒤 이를 강행처리하려는 정부 행정에 대해 발전사업자는 물론 산업계 전반이 반발하고 있어 쉽게 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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