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가 점령한 에너지정책
[기자수첩] 정치가 점령한 에너지정책
  • 채덕종 기자
  • 승인 2021.1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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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대규모 중앙집중형 에너지에서 벗어나 분산에너지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데 모두 공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빠른 처리를 할 수 있다고 판단, 분산에너지법을 포함한 세 개 정도의 법률을 챙겼는데 시기가 시기인지라 법안심사소위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국회 여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에너지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비롯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여야 간사가 논의를 벌였으나 좌절된 데 따른 것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이들 법안에 대해 소위 상정을 거부하고, 대신 공청회 개최만을 받아들였다. 법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먼저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들어보자는 주장이다.

표면적으로는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선 이전에 이들 법안에 대한 협의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의중이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 결과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에 대한 정책방향, 추진속도 및 세부정책 등이 바뀔 수 있는 만큼 대선 이후에나 논의하자는 속내다.

반대할 만한 명분이나 쟁점이 별로 없는 분산에너지법이 여기에 낀 것은 법안 내용에 재생에너지 관련 조항이 많아서다. 재생에너지 역시 대표적인 분산에너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포함될 수밖에 없다. 결국 야당의 실질적인 반대이유는 이 법도 에너지전환을 위한 법률이라는 의심이 바닥에 깔려 있는 셈이다. 

중앙집중형 전원에서 분산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 대부분 공감하는 과제다. 산업위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법안 검토보고서도 “탄소중립 시대에 분산에너지가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산업부 역시 6월 발표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의 주요 정책과제를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내용이라며 찬성했다.

입법기관인 국회의 법안심사는 헌법이 정한 고유기능인 만큼 당연하고 꼼꼼해야 한다. 하지만 법안 자체에 대한 평가와 심사가 아닌 정쟁이 끼어들면서 항상 말썽이 생긴다. 여당이 밀고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야당의 다른 법률안 하나를 함께 챙겨야 한다. 여야가 바뀌어도 철저한 나눠먹기는 계속된다. 깊이 있는 법안 검토와 심사가 아닌 정치싸움의 일부분이라는 인식이 문제다.

국내 에너지정책이 누더기가 된 것은 행정부 책임이 훨씬 크지만, 국회 역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정치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공무원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안을 이해관계 및 정치쟁점으로 보는 자세에서 벗어나 국회 본연의 입법 및 심사 기능이 살아나야만 제대로 된 에너지정책도 가능하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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