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석원 국제암반공학회 회장(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자원업계 암반공학은 필수, 민간 자원개발 한계…광업공단 역할 기대

▲최근 국제암반공학회 회장에 선출된 전석원 서울대 교수.
▲최근 국제암반공학회 회장에 선출된 전석원 서울대 교수.

[이투뉴스] 국제암반공학회(ISRM)는 1966년 시작돼 60년 동안 전세계 암반공학 연구원들을 선도해왔다. 회원은 40개국 814명으로 모두 각국의 저명한 학자들이다. 최근 국제암반공학회는 2027년까지 학회를 이끌 회장으로 한국인 학자를 선출했다. 전석원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다.

전석원 교수는 “광물자원업계에서 암반공학이라는 학문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암반과 관련한 공학적인 문제를 다루는 학문인 암반공학은 석탄이나 광물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다. 암반은 지역마다 물리적·역학적·화학적 특성이 모두 달라 암반공학을 통해 이를 배우고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석유, 가스 등을 생산하는 시추와도 통하는 바가 있지만 터널을 직접적으로 파쇄하는 기계식 굴착 장비와의 연관성이 더 크다.

암반공학은 특히 우리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이 많아 터널도 많은 편이다. 산을 관통해 터널을 만들기 위해서는 암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등 지하 암반에 조성하는 구조물 설계에도 이용된다.

전 교수는 “암반공학은 파면 팔수록 무궁무진한 학문”이라며 “최근에는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부응해 탄소포집 및 저장(CCS) 기술에도 쓰이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혁신TF 당사자에게 듣는 자원공기업
전 교수는 향후 국내자원개발 공기업의 처우를 결정하기 위해 정부가 구성한 해외자원개발 혁신TF에도 참여한 바 있는 만큼 각 공기업에 대한 평가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석유공사의 경우 현재 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에 우량자산을 중심으로 매각을 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만든 바 있다”며 “유가가 오를수록 석유공사 적자는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무엇보다 국민세금으로 빚을 갚아나간다는 현실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나온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석유공사 부채가 해소된다면 새로운 자원개발 모델을 구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현재의 광해광업공단과 같이 해외석유개발은 전부 민간으로 넘기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유가하락에 대한 피해가 석유공사보다 적었던 가스공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광해광업공단에 대해서는 “아픈 손가락이라고 할 수 있다”며 “광물자원공사가 광해광업공단으로 통폐합된 것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평했다. 그는 “광해광업공단이 가진 해외자산 중에는 시간이 지나면 반등할 수 있는 것들도 존재한다”며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국민의 세금으로 부채의 이자분을 충당한다는 사실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당시 TF의 판단”이라고 부연했다.

전 교수는 “에너지가격은 국제시장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기 때문에 전망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민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운영하기 위해선 불확실한 기대보다는 장기적이고 사실에 근접한 전망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나오는 광해광업공단 무용론에 대해서는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 교수는 “광해광업공단이 해외자원개발을 그만두고 서포트에 전념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긴 했지만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역할이 축소되진 않을 것”이라며 “민간은 자주개발보다는 자원 트레이딩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유가나 자원가격이 급등할 때는 정부 자본력과 기술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향후 광해광업공단의 역할을 기대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부터 계속된 해외자원개발 인력양성사업에 대한 평가도 곁들였다. 당시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에 따른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원개발특성화대학을 지정하고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공을 들인 바 있다. 전 교수는 “지금은 무리한 해외자원개발로 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지만, 그렇게 길러진 인력의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며 “이렇게 배출된 전문인력들을 흡수하고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광해광업공단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암반공학이 적용된 석유공사 비축시설.
▲암반공학이 적용된 석유공사 비축시설.

◆에너지전환 시대, 신·구 기술의 만남 기대
전 교수가 현재 몰입하고 있는 분야는 암반공학과 에너지전환의 접목이다. 그는 “이제까지 암반공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대부분 지질자원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철도기술연구원, 원자력연구원 등 연구소로 많이 갔다”며 “에너지전환과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가 되면서 석유, 석탄 같은 컨벤셔널 에너지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기존기술과 미래기술을 접목하는 방향을 찾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대중에게 에너지라는 화두를 던지면 대부분 신재생에너지를 떠올린다. 정부가 탈원전이나 탈화석연료 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신재생만큼 학생에게 가르치기 어려운 분야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신재생에 대해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를 “풍력 한 가지만 놓고 보더라도 기초는 토목에서 배워야 하고, 터빈은 기계공학에서, 블레이드는 재료공학으로 나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업이 고도화 될수록 배워야하는 전문지식은 파편화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석원 교수는 “최근 제가 각 분야의 전문지식을 융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의 에너지신산업 혁신공유대학사업단 단장을 맡게 됐다”며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국제암반공학회 회장임기가 끝나기 전에 사업단 융합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모델을 완성하는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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