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노동석] 기저수요는 전력수요가 일년 내내, 하루 24시간 동안 유지되는 수요다. 기저발전기는 기저수요를 담당하는 발전기다. 그래서 기저발전기는 출력변동 없이 일정하게 안정적으로 발전한다. 기저발전기의 조건은 계속적인 운전이 가능(높은 이용률)해야 하고 계속적인 운전 조건에서 다른 발전원에 비해 경제적이어야 한다. 예전에는 원자력과 석탄발전이, 원자력이 없는 시스템에서는 석탄발전이 기저발전기로서 역할을 해 왔다. 전력시스템에서 공급비용은 변동비가 싼 순서로 발전을 해야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력시스템에 재생에너지 발전(태양광과 풍력)이 급증하면서 기존의 전력시스템 운용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정의가 그렇듯이 재생에너지는 변동비가 ‘0’이므로 가장 우선하여 발전하는 것이 경제적인 것이 맞다. 그러나 무조건 맞는 것은 아니다. 재생에너지는 계속적인 운전이 가능하지도 않고, 저장장치와 결합될 경우 경제적인 전원도 아니다. 

포문은 탈원전 측에서 먼저 열었다. “원자력이 기저발전기라는 오해”다. 논지의 핵심은 원전은 자동부하추종이 안되고 단위기 용량이 너무 커서 전력계통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재생에너지가 증가할 경우 원자력은 기저발전기일 수 없고 중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세월호에 빗대거나 영화 판도라를 보고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탈원전을 해야 한다는 논지와 달라졌다. 발끈한 원전 측은 “원자력이 경직성 전원이라는 오해”를 통해 부하추종운전의 원리와 해외사례를 제시하고 원전도 부하추종운전이 가능하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자 “원자력은 경직성 전원이고, 국내 원전은 부하추종이 어렵다”는 재반박과 “원전이 경직성 전원이라고 주장하는 오만”의 재재반박으로 이어졌다. 지면을 통한 토론이 점차 격화되는 양상이다. 전문분야도 아닌데 굳이 참전해야 할 이유가 없지만 불필요한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에서 몇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이상한 점은 원전이 기저발전기냐 아니냐 에서 경직성 전원이냐 아니냐로 논점이 옮겨간 점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출력변동성은 기저발전기의 필요조건이 아니다. 재생에너지가 급전순위를 밀어 올려 출력변동이 요구된다고 해서 원자력이 기저발전기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반면에 변동비가 ‘0’이므로 태양광이나 풍력이 기저발전기가 될 수는 없다. 기저발전기의 조건인 일정한 출력을 항상 유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는 출력조절이 불가능한 전원일 뿐만 아니라 전력수요 보다 발전량이 많아질 경우 배터리에 저장하거나 아니면 출력제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제주도의 풍력은 자주 출력제어될 뿐 아니라(작년 77회), 육지에서도 수요가 낮은 시기에(작년 5월의 휴일), 그리고 추석명절에 원전도 출력을 줄여서 운전한 바가 있다.   

둘째,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발전량의 7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면 시간대별로 과잉발전은 수시로 발생한다. 과잉발전량은 저장장치에 저장했다가 발전이 안 되는 시간(저녁부터 아침까지)에는 저장된 전기로 수요를 공급을 해야 한다. 배터리와 수소가 거론되는 이유다. 이렇게 보면 태양광 또는 풍력발전은 기저발전기도 첨두발전기라고도 하기 어렵다. 만일 배터리를 이용하여 전기공급도 주파수 조절도 다 된다면 원자력을 많이 지어서 배터리와 연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태양광과 풍력을 대규모로 짓는 이유가 특정 이익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탄소중립을 위한 것이라면 발전 중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도 당연히 대안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이 그렇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 전력시스템 운영에 문제가 생기면 배터리나 수소로 해결 가능하다고 했던 것을 잊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셋째, 한수원 사장은 국감장에서 “부하추종운전은 애초 설계에 반영돼 있으면 몰라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국내원전은 부하추종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원전을 직접 설계한 전문가의 얘기는 약간 다르다. 신규로 건설된 APR1400은 부하추종 운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고, 신고리3호기와 동일로형으로서 UAE에 수출한 원전도 시운전시 부하추종 테스트를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주파수 조정은 몰라도 일일 부하추종운전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원전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부하추종운전을 함으로써 불필요하게 고장발생이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자초할 이유가 없고, 짧은 시간동안의 감발이라도 전기 판매량을 줄여 매출이 감소하기 때문에(감발에 따른 보상도 별도로 없다) 무엇 하나 좋은 점이 없는데 굳이 자청해서 출력을 조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원전운영자로서 한수원 사장의 답변은 맞다. 원전의 출력조절은 연습은 해 봤지만 실전 경험은 전무한 상태라고 봐야 한다. 

넷째, 재생에너지의 변동비가 ‘0’이므로 무조건 다른 전원의 출력을 줄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재생에너지가 많은 국가에서 일시적으로 전력시장가격이 ‘0’이 되어도 일반발전기를 가동하고 재생에너지를 차단하고 보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일반발전기를 완전히 세웠다가 다시 가동하는 비용이 더 크거나 아니면 열병합발전과 같이 열공급 우선 가동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재생에너지의 출력을 제어하게 된다. 어떤 것을 줄일 것인가는 출력변동의 용이성, 각각을 줄였을 때 발생하는 비용, 위험도 등을 평가하여 결정하는 것이 맞다. 

기저발전기를 구글링해 보면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 이런 논의가 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기다. 탄소중립이 태양광에만 의존해서 가능할 것인지, 원자력과 태양광을 합한 비중이 늘어날 때 전력시스템 운용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배터리, 수소 기술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제약감발이 발생하는 경우 보상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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