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재생에너지 늘리고 전력시장 정비
기존 화력발전소 비중 높아 탈탄소는 난항

[이투뉴스] 세계 에너지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의 에너지전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침체에도 불구하고 여러 아시아 국가들이 2020년 이후부터 기록적인 재생에너지 증설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자원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에너지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각국은 기후 목표를 달성하고 탄소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구소는 미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 환경연구기관이다.

아시아 최대 경제 신흥국인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잠재력이 큰 5개국의 재생에너지 현황과 과제를 짚어봤다. 이들 5개국은 전 세계 인구의 54%, 에너지소비량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 중국 - 석탄 비중도 1위, 재생에너지도 24% 
2060년까지 탄소 중립국이 되겠다는 중국은 2030년에 탄소배출 정점을 찍고 하강곡선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구체적인 사항을 밝히지 않았지만 해외 석탄사업도 중단한다고 공언했다. 중국은 2020년 72.4GW의 풍력을 설치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태양광은 전년보다 60% 증가한 49.3GW를 설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탄 발전은 전력망에 꾸준히 공급되고 있으며, 전력생산의 49%를 차지하며 주에너지원으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비율을 합치면 24%이다. 배출 저감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중국은 더 세부적인 국가 계획을 통해 전력망 확충과 에너지저장시설 설치 뿐만 아니라 석탄 퇴출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2019년부터 중국은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를 시행했다. 전력회사들과 대형 소비처들이 전력 일정량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거나 받아야하는 제도다. 작년초부터 국가 탄소 거래 사업을 시작했으며, 17개 지역은 녹색 전력거래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탄소 거래 사업은 배출 저감과 청정에너지 규모를 확대하는 긍정적 신호로 감지되고 있으나, 탄소 배출량 보고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인도 -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500GW 확충
작년 11월 인도는 2070년까지 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2050년까지 배출 제로에 도달할 필요가 있다는 전 세계적 합의에서 20년 정도 늦춰 설정했다. 2억6000만 국민의 빈곤 탈출을 위한 경제 개발에 시급하다고 보면서다. 그럼에도 많은 지역에서 장기적인 정전이 빈번하게 발생해 의료와 교육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너지안보가 우선 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에너지수요 증가세가 향후 20년간 20% 이하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는 달리 인도는 가파른 상승을 앞두고 있다. 인도의 에너지 수요는 2040년까지 현재보다 약 7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3위 전력 소비국인 인도에서 배출을 낮추는 동시에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청정에너지 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500GW까지 확대한다는 인도의 목표는 가격에 관계 없이 화석연료 대신 청정에너지를 먼저 배치하거나 송전비용을 면제하는 등 정부의 우호적인 정책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꽤 주목할만한 성적을 냈다. 2017년 이후부터 청정에너지는 지속적으로 신규 석탄을 용량에서 앞질렀다. 인도는 올해까지 175GW의 재생에너지 용량 목표 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비화석 설비용량 50% 설치라는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인도는 세계에서 태양광이 가장 저렴하고 육상용 풍력은 두번째로 가격이 낮다. 인도에서 재생에너지는 대규모 전력발전원 가운데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변동 가능성을 관리할 수 있는 배터리 등 저장기술에 투자하는 일도 집중하고 있다. 향후 10년 내에 배터리와 연계한 태양광과 풍력이 석탄발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석탄은 인도 에너지믹스에서 55%를 점유하면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성공적인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향후 10년간 633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과 전력망 시설, 에너지 효율과 같은 수요 측 장치 등에 대한 투자도 절실하다. 인도의 우호적 정책이 받쳐줄 경우 해외 투자자들의 재정 지원이 몰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인도네시아 - 2040년까지 석탄발전 폐쇄 
인도네시아 에너지수요는 맹렬한 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2040년까지 약 60% 상승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에너지 수요 증가의 중심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COP26에서는 추가적인 국제적 재정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2040년대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기로 약속했다. 2060년까지 배출 제로국이 되겠다는 약속도 강조했다.

그러나 화석연료가 에너지믹스의 87%를 차지하고 있어 현실이 이상과 거리가 너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환태평양 지진대 위에 자리잡고 있어 화산 활동이 빈번하다. 이러한 지리적 특수성을 재생에너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태양광과 풍력은 전체 에너지믹스의 5% 미만을 차지해 뒤처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년말 인도네시아의 전력회사 PLN은 첫번째 재생에너지인증서 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업을 통해 전력 수요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개발사들이 소비자와 직접 거래를 할 수 없는 규제 장벽이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업소비자들은 현장에 있는 태양광발전소 이외의 다른 재생에너지원을 구매하는 것이 어렵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구매 서약에 서명한 나이키나 코카콜라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내에서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생에너지 개발사들은 엄격한 지역 규제 때문에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자국내에서 제조된 제품만을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정책이 있지만 비용과 수급을 맞추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해외 제조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태양광과 풍력의 확대에 방해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재생에너지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집중 육성하길 바란다면 정책 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한다. 

◆베트남 - 세계 3위 재생에너지 성장세 기록
COP26에서 석탄 퇴출 약속에 서명한 베트남은 2050년까지 배출 제로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베트남도 인도네시아와 마찬가지로 국제적 자금 지원을 요구한 상태다. 베트남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청정에너지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 많은 선진국들에서 2020년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급감했으나 베트남에서는 89% 증가세가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3번째로 높은 성장세다.

향후 몇 년간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의 다른 주요 재생에너지 시장 4개국을 합친 것보다 3배 많은 양의 재생에너지를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붕형 태양광은 2019년 0.38GW에서 2020년 9.3GW로 25배 증가했다. 특히 상업시설과 산업체 소비자들의 설치가 급증했다. 만료되는 정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전례 없는 태양광 붐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지붕형 태양광 목표보다 10배 성과를 냈다.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태양광을 설치한 나라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태양광 확대가 급속도로 진행되자 전력망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워 불균형이 발생했다. 전력망 부족과 정부 인센티브 만료 등으로 태양광 산업이 앞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베트남 정부 ‘전력개발 계획’에 따르면, 전력망 내 화석연료 점유율은 앞으로 10년간 60%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수요 증가가 확실시 되면서 2030년까지 석탄 발전량은 두 배로 늘고, 천연가스 발전량을 약 4배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이 에너지전환을 달성하려면 이같은 화석연료 증가세가 꺾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산업 소비자들과 재생에너지 발전사들 사이의 직접 전력거래가 가능하도록 정책적 환경은 마련되고 있다. 섬유와 의류 등 베트남의 중심 산업이자 에너지 집약 산업은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신속한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 세계 에너지소비 3% 차지 소비량 급증

베트남은 에너지전환이 경제대국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수요가 많고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도상국들이 에너지 전환에 집중해야 한다는 국제적 요구를 받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세계 경제의 0.3%만을 차지하지만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3%를 쓰고 있다. 수요 증가세도 전 세계 평균보다 약 5배 빠르다.

그러나 이웃국가들과 달리 방글라데시는 에너지전환에서 뒤로 물러나 있다. 지난 몇 십년에 걸쳐 사회경제적 진전을 만들어야 했던 방글라데시는 여전히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인구의 20% 이상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으며, 빠른 도시화로 많은 도시 거주자들이 극심한 가난에서 살아가고 있다.

부분적으로 거주자형 태양광 보급 덕분에 전기 공급률은 대폭 향상됐으나 재생에너지는 에너지믹스의 3%만을 차지하며 기존 2020년 목표였던 10%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또 토지 부족과 사업 승인 지연, 높은 수입산 장비 의존도 등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막는 장애물이다. 석탄과 가스에 지원되는 정부의 주요 보조금이 유지되고 있어 시장가격을 왜곡하고, 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제성을 낮추고 있다.

그러나 화석연료 보조금 삭감과 재생에너지 구매를 위한 새로운 제도 등 합법적인 조치들이 마련될 경우 방글라데시도 에너지 전환의 문을 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방글라데시는 작년 11월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후변화의 파괴적인 영향을 피하기 위한 방글라데시의 시급한 정책적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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