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우리나라 원전은 정비 때 핵연료를 교체하고 최장 1년 반가량 쉬지 않고 전출력(100%)으로 운전한다. 핵분열 열(熱)을 이용하는 원전 특성상 그렇게 해야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한번 불을 붙이면 다 탈 때까지 꺼내지 않는 연탄보일러와 흡사하다.

이런 운영방식에 불가피한 변화가 시작된 건 2020년 5월부터다. 전력당국은 당시 연휴기간 신고리 3,4호기의 출력을 300MW씩 낮출 것을 요구했다. 기당 설비용량이 1400MW인 대형원전이 고장으로 정지할 경우 전력망의 주파수 균형을 유지할 수 없어서다.

원전 출력감발은 전속력으로 달리는 KTX를 멈춰 세우는 일과 유사하다. 중성자를 흡수하는 붕산수를 원자로에 투입해 핵분열 속도를 서서히 줄여야 한다. 당시 원전출력 20%를 줄이는데 8시간, 다시 원래 값으로 출력으로 높이는데 같은 시간이 걸렸다.

이들 원전은 그해 추석 명절에도 닷새 간 임의 출력감발에 동원됐다. 원전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제당국의 관련 규정은 무엇인지 아무도 묻거나 답하지 않았다.

원전도 출력 조절이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다. 관건은 속도와 안전이다. 원전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프랑스는 수요가 적은 계절에 미리 인허가를 받은 특정원전의 출력을 20%까지 낮춘다. 아예 멈춰 세웠다 재가동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 이런 고육책을 동원한다.

물론 국내 원전은 프랑스와 사정이 다르다. 애초 출력조절을 감안해 건설하지 않은데다 관련 인허가도 받지 않았다. 안전 측면에서도 “자칫 출력조절을 서두르면 핵연료 등에 영향을 미쳐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박종운 동국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부하추종운전은 애초 설계에 반영돼 있으면 몰라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국내원전은)부하추종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한 배경이다.

문제는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앞으로다. 태양광‧풍력은 원전과 마찬가지로 출력조절이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다. 하지만 연료비가 ‘0’원이이서 전력시장 안에서 원전보다 급전순위가 빠르다. 태양광의 경우 2020년에 4.7GW, 작년에만 4.4GW가 새로 전력망에 진입했다. 부하추종 운전이 어렵고 단위 설비용량까지 큰 원전은 조만간 더 잦은 감발운전을 요구받게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에너지전환계획(전력수급계획)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이상으로 높일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기존 원전조차 가동량을 줄이거나 재생에너지 신규 건설을 중단시켜야 한다.

현실이 이런데도 여·야 대선후보들은 신규원전 건설을 마치 선택사항인 것처럼 거론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시 재개하겠다고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각각 35%로 늘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조차 신규 원전 건설을 공론화 대상으로 부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갈등을 불사하고 건설한 신규 원전이 좌초자산화 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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