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이정윤 대표
▲이정윤 대표

[이투뉴스/이정윤]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배출하겠다면서 주변국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친(親)원전 야당 대선후보는 해양배출은 반대한다면서 안전성을 입증해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상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지구적으로 장기적인 환경피해를 야기하는 원전에 대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으로 원자력의 미래와 지속가능성을 엿볼 필요가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시 방사능이 일시에 대량 배출된 이후 지금까지 누적 배출된 총량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방사능과 맞먹는 것으로 추정된다. 방사능은 환경으로 배출되면 희석될 수는 있지만 오염이 확산되면서 어딘가에 쌓여있기 때문에 단지 경제성을 이유로 배출을 추가하는 것은 결국 배출된 총량을 증가시킨다.

희석해 배출하더라도 이 행위는 지구적 오염을 증가시키므로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인위적인 핵분열로 발생된 방사능은 세상과 격리하든지 없애든지 해야 하지만 지난 70년간 유지된 '기술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은 무의미해졌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중대사고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2019년 11월 프란체스코 교황이 일본을 방문하면서 “원자력 발전은 안전이 완전히 보증될 때까지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한 말씀은 불완전한 인간 한계를 초월하는 원전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조건을 달아 원전을 EU 텍소노미 초안에 포함시키자 일부회원국이 반발하며 유럽 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한다. 포함된 조건은 2045년까지 건설될 신규원전의 사고저항성핵연료 사용과 2050까지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처분 등이다.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근본문제에 대해 EU 텍소노미의 조건으로 해결요구와 일정을 제시한 최초의 일이다. 이러한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청정에너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실을 바로 보자. 700조~800조원에 달한다는 후쿠시마원전사고 비용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투자된 130조원은 시작에 불과하다. 원전지역 인구밀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사고피해가 훨씬 클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준비된 한국수력원자력의 사고보험 비용은 겨우 1조5000억원이니, 나머지는 피해주민들이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안전을 볼모로 소수를 희생시키며 다수의 이익을 위한 전기생산은 민주적이지도 않다. 월성원전 지하누설에 따른 근본 조치 없이 결과 없는 생계형 연구비로 2조7000억을 투자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것이다.

사고는 연구실에서 나지 않는다. 막대한 규모의 연구비 투자에도 이러한 현장 안전문제는 여전히 수두룩하다. 지난해 10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의결한 한수원 과징금 대상 위반 27건도 그렇다. 약 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한 원안위 회의참석 요청에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3개월 째 불참하고 있다. '원안위가 벌금을 물리려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오만방자하게까지 비친다. 역대 최대의 과징금은 원전운영에 있어 안전을 최우선으로 경영하여야 함에도 독점지위를 이용한 사업만 몰두하고 제대로 된 최고경영자의 안전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논란이 된 사용후핵연료 소내 저장 문제도 지역 동의를 받는 민주적 절차를 고려하면 안전문화가 결여된 독점적인 원전산업 지배구조는 너무 취약하다. 이처럼 잘 구축된 안전문화 없이 환경(E)과 사회적 책임(S), 지배구조(G)가 취약한 원전이 지속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 막연한 희망을 갖고 진흥중심으로 무모하게 추진할 것이 아니고 원자력계 스스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안전중심 정책으로 전환하고 지속가능한 원자력산업의 미래 출구전략을 마련해 미래 에너지산업 변화에 적극 대응하여야 한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immjy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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