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박종배] 2022년 2월 현재, 설날 연휴가 끝나자마자 도매전력시장 가격(SMP)은 전례 없이 급등하고 있다. 육지 가격은 kWh당 200원, 제주는 무려 30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육지에서는 kWh당 222원, 제주는 무려 376원까지도 오른 시간대도 있다. 이는 2001년 도매시장을 개설한 이래 최고치이며, 당분간 계속 갱신되어질 것이다. 순환 정전을 경험한 2011년에는 연평균 SMP가 kWh당 127원, 공급력이 부족했던 2012년에는 161원 정도에 불과했다. 현재의 전력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올해 4월과 10월에나 기준연료비를 반영하여 kWh당 4.9원, 기후환경요금은 4월부터 2.0원 인상이 예정되어 있을 뿐이다. 현재의 판매단가는 kWh당 110원 정도에 불과하니, 한전은 전기를 많이 판매하면 할수록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올해 들어 산업체 가동률 증가와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한 전력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 올해 1분기는 전무후무한 보릿고개 시절로 기록될 것이다. 높은 예비력으로 대규모 정전 가능성이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현재의 가격 위기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원인을 꼽자면 천연가스의 가격 상승과 우리나라 전력산업 및 가스산업의 후진성을 들 수 있겠다. 최근의 유가 상승으로 인한 장기계약의 도입가격이 올랐고, 액화천연가스(LNG)의 현물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해 1월, 동북아 LNG 현물가격은 mmbtu 당 35.17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4.3배나 치솟았고, LNG 발전의 연료비 단가는 kWh당 203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증가한 가스공사의 현물 도입분이 여과장치 없이 대부분 발전사업자에게 전가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지금으로부터 1년 4개월 전인 2020년 10월에는 LNG 발전의 연료비 단가가 kWh당 50원에 불과하였고 석탄 발전과도 치열한 경쟁을 할 수 있었다. 일 년 만에 천연가스 시장이 구입자 시장에서 판매자 시장으로 급전환되었다. 요즘의 천연가스 대란은 유럽발 에너지 위기, 석탄 발전 대체에 따른 수요 증가, 세계 경기 회복과 같은 다양한 요인에 더불어 탄소중립과 같은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소위 그린 인플레이션에 기인한다. 이 모든 현상이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같이 보여지지만, 사실은 우리나라의 전력산업 및 가스산업의 후진성에 기인한다. 

현재의 전력시장 위기에 따른 문제점과 대처 방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기요금 정상화와 수요 관리의 활성화를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이는 전기요금의 인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쟁과 시장 원칙에 바탕을 둔 전력산업의 환경 구축과 전기요금을 정치로부터 독립시켜 정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어야만, 가격 신호에 반응하는 에너지 효율도, 수요 관리도, 고효율 기술 개발도 가능해진다. 엄청난 에너지 가격 위기가 닥쳐오고 있음에도 정부, 에너지공단, 한전, 전력거래소, 시민단체, 소비자 그 누구도 에너지 효율과 수요 관리로의 대전환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신재생 중심의 공급 전환을 에너지전환의 모든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에너지 가격의 급상승에 따른 한전과 전력기업의 적자를 국민의 세금으로 방어하고 있을 뿐이다.

둘째, 에너지믹스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의 발전량 믹스의 변화를 살펴보면, 석탄 감축(43%에서 34%), LNG 증가(23%에서 29%), 신재생 증가(6%에서 8%), 원전 유지(27%)로 압축된다. 극단적으로 높은 현재의 SMP가 전력산업에 보내는 신호는 에너지 효율의 활성화를 통하여 수요를 줄일 것, 신재생과 원자력과 같은 연료비가 거의 없는 공급원을 늘일 것,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일 것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시장 신호와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과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에너지 안보를 고려하여 최적의 에너지믹스를 다시 찾아야 하며, 이는 차기 정부의 숙제이다.

셋째, 에너지전환의 브릿지 연료인 LNG의 경우, 가스 망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 여기에는 망 개방과 관련된 기술적 사항의 공개와 더불어 용도별 가스요금의 투명성 확보도 포함되어야 한다. 전력과 마찬가지로 가스 요금의 적정성과 망 개방을 보장하고 가스 시장을 감시하는 독립적인 위원회나 감독 기관의 설립으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 

이제 이 모든 과제는 차기 정부로 넘어갈 것이다. 시장에 개입하려는 정치적 유혹을 뿌리치는 것으로부터 에너지 정책의 첫 걸음을 떼기를 바란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향후 5년 내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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