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말도 탈도 많던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인수위원회 활동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승만 대통령 당시부터 사용하던 종로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옮길 태세다. 광화문 청사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도 주변의 우려에 못이겨 결국 그 뜻을 접었던 점을 생각하면 수타니파타의 여서각독보행(如犀角獨步行. 무소의 뿔처럼 혼자 걸어가라)이란 말이 떠오르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우직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우려가 많다. 한 가지 꼽으라면 최저임금 문제다. 대통령과 자영업자에게 같은 점이 있다면 최저임금으로 욕을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대통령은 조금 낫다. 5년만 시달리면 된다. 

윤 당선인은 지금까지 문 정부 동안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에 대해 날선 태도를 견지해 왔다. 시장주의자라면 그럴만도 하다. 범인들도 2018년 최저임금이 16.4%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다소 놀랐다. 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임기 2년째부터 계속 낮아졌지만 임기 첫해에 워낙 많이 올라 연평균 인상률이 7.7%에 달했다.

윤 당선인의 “최저임금을 200만원으로 잡으면 150만원, 170만원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못해야 합니까?”라며 마치 그가 최저임금 후퇴를 바란다는 듯한 오해를 낳기도 했다.

주유소업종은 가뜩이나 최저임금 문제에 민감하다. 아직 전국적으로 10~20%의 주유소는 최저임금을 맞춰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도 대부분 식대나 4대보험, 퇴직연금까지 챙겨준다니 과거에 비해 사업자들 지갑이 가벼워 진 것은 맞다. 최저임금이 무서워 셀프주유소로 전환한다는 사업자가 늘어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대선기간 동안 주유소 사업자들은 윤 당선인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고 싶어서 특히나 몸이 달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지지선언을 하기에는 '그래도 150만원은 너무 적지'하며 망설였을 것이다. 지난 대선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체면과 실익의 갈림길을 나눈 투표였다. 누가 1번과 2번 중에 정답이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그저 이득이란 측면이 약간 우세했을 뿐이다.

이제 당면한 일은 다음달 열릴 최저임금위원회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현행 최저임금제도가 경직됐다고 한 만큼 올해 위원회가 업종·지역별 차등 논의를 본격화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업종·지역별 차등이 이뤄진다면 최저임금이 가장 낮은 전북주유소에 직원을 등록해두고 서울주유소에서 고용하는 낯뜨거운 그림이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최저임금은 내버려두면 물가에 따라 알아서 후퇴하기 마련이다. 동결에 가까운 인상은 이제까지 몇 번이나 있어왔다. 하지만 업종·지역별 차등은 최저임금이라는 명칭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표현이다. 정말 윤 당선인의 의중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미치고 있다면, 최저임금 자체를 부정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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