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희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조형희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조형희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형희] 현재 전 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연료 가격이 급등하는‘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약 93%(150조원)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더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에너지 가격변동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에너지 믹스 정책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전력생산은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 첨두부하를 담당하는 LNG복합화력발전이 각각 3분의 1씩을 맡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후변화협약,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RE100 이니셔티브, 탄소중립 등에 의해 이와 같은 에너지 믹스를 더이상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더욱 효과적인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지난 2~3년 동안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 CO2)을 선언했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200년 동안 화석연료 관련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연간 약 36Gt(360억톤) 증가했으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해야만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향후 30년 동안 탄소 순배출량을 ‘0’(Net zero CO2)으로 만들어야 하는 큰 과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2030년까지 2018년(CO2 배출량 727.6백만톤) 대비 탄소 배출량을 40%까지 감축(2030년 배출량 436.6백만톤)하겠다는 목표를 국제사회에 공표하고, 탄소중립 기본법이 통과되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이 법제화됐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이를 위한 방안으로 발전분야에서 석탄화력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와 수소를 활용한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2021년 10월 발표한 A안 기준)은 에너지원별 발전 비율을 원자력 2020년 29%에서 2050년 6.1%, 석탄화력 35.6%에서 0%, 천연가스 26.4%에서 0%로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6.6%에서 70.8%, 무탄소 가스터빈 0%에서 21.5%로 확대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국내 자연환경조건은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발전 형태인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에만 의존하기에는 매우 열악하다. 국내 연간 일사량은 985kWh/㎡로 호주 1833kWh/㎡의 54%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풍력발전 건설 여건도 어렵다. 2020년 기준 국내 에너지원별 1kWh 생산 발전 원가는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 264.6원, LNG 126원, 유연탄 83.3원, 원자력 54원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의 전환은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자연환경에 의존해 전력을 생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력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발전 설비용량은 훨씬 더 많아야 된다. 그 예로 태양광발전의 경우 발전 가능한 국내 연간 평균 일조시간이 3.2시간이기 때문에 24시간 운전이 가능한 기존 발전시스템보다 8배 많은 발전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재생에너지 발전은 기상·기후변화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하는 특징이다. 이와 같은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ESS(에너지저장장치)가 구축되는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ESS가 대용량 에너지 저장을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탄소(수소 또는 암모니아) 가스터빈 발전이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국내의 LNG복합화력발전 가스터빈은 국내에 150기 이상 운전되고 있으며, 30분 이내의 빠른 기동시간으로 국내 첨두부하를 담당하고 있고, 대용량 발전 및 60% 이상의 높은 발전효율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전기발전과 난방열을 동시에 공급하는 열병합발전으로 운영하는 경우 90%에 근접하는 높은 에너지효율을 가질 수 있다. 무탄소 가스터빈 발전은 이러한 LNG 복합화력발전 가스터빈의 발전 연료로 사용되는 LNG(천연가스, 메탄이 주성분)를 수소 또는 암모니아 연료로 전환함으로써 탄소 배출 없이 대용량 발전이 가능하다. 이 방안이 더욱 현실적인 것은 기존의 LNG용 가스터빈 연료에 수소와 천연가스를 혼합해 사용할 수 있으며, 가스터빈 발전은 국내 발전소에서 오랜 운전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를 30%까지 혼합하여 연소하는 것은 기존 가스터빈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수소를 더 높은 비율 또는 100%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터빈 엔진도 개발 중에 있다. 

따라서 탄소중립으로 진행되는 속도에 맞추어서 현재의 LNG용 가스터빈 복합화력발전을 순차적으로 무탄소 가스터빈 발전으로 전환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국내 기업에서도 기존 가스터빈을 개조해서 수소를 혼합연소하는 발전과 100% 수소를 사용하는 가스터빈 엔진을 개발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성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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