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순기 해외자원개발협회 부회장
융자 및 세제혜택 확대 필요, 자원투자 정책일관성 중요

▲박순기 해외자원개발협회 부회장.
▲박순기 해외자원개발협회 부회장.

[이투뉴스] “기획재정부를 찾아가 자원개발을 입에 담기만 해도 공무원들이 화제를 기피할 정도로 적대적인 환경이라는 것을 통감하고 있다.”

박순기 해외자원개발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 자원개발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를 곳곳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자원공기업이 과거에 무리한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터진 실패사례가 자원개발을 입에 올리기만 해도 터부시하는 풍조를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박 부회장은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일어나고, 이에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하면서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로서는 해외자원개발은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며 “여기에 코로나, 유럽 재생에너지 공급부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악재로 주요 산업의 경쟁력이 악화되는 점도 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외자원 의존도가 96%, 연간 에너지 수입비용이 1270억달러(155조원)로 국내 총생산의 7%를 차지하는 나라임에도 ▶자원개발 지원제도 일몰 ▶공기업 신규사업 중단 ▶민간 융자예산 중단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기반조성 중단 등 사실상 자원개발 생태계가 붕괴됐다고 질타했다.

일례로 해외자원개발 신규사업 건수는 2012년 33건에서 2020년 2건까지 감소했다. 공기업 자원개발 투자도 2011년 70억달러에서 2020년 7억달러로 꺾였고, 민간기업 융자예산 역시 2010년 3093억원에서 올해 349억원까지 감소했다. 물론 과거 정권들에서 생긴 과오라는 원죄가 있긴 하지만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지나친 경시가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다는 설명이다.

박 부회장은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에너지 수입액이 월간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는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 뿐 아니라 경상수지에도 부담을 줘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블랙스완 충격은 향후에도 얼마든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아울러 “다행히 대통령직 인수위가 최우선 과제로 민생경제 회복 및 물가안정을 목표로 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원안보를 국정과제에 포함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 10년 동안 명맥이 끊긴 자원개발이 적폐 낙인을 떼고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에 에너지·자원업계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투자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관성
박순기 부회장은 “민간기업의 자원개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방안은 세 가지”라며 “정부 융자예산 확대 등 제도 정비, 자원공기업의 신규투자 허용, 자원안보 특별법 제정”이라고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그가 보는 국내기업의 해외원자재 수입의존도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또 이들 기업은 광물확보전에 뛰어들고 싶어도 경쟁국의 자원외교, 메이저 기업대비 자금력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하다. 박 부회장은 “우선 민간기업들이 배터리와 같은 미래사업 부문에 투자하면서 광물확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정부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간기업의 자원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의 융자예산 총액을 확대하고, 투자비에서 융자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 30%에서 50% 이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사업이 실패했을 때 정부에서 융자해준 돈을 70%까지 감면해주던 기존 제도에서 최대 100%까지 감면액을 늘리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새 정부가 자원개발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길 기대하고 있다"며 "협회에서도 핵심광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개발 광구의 집중 투자에 대한 과감한 세액공제제도 도입을 권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와 광해광업공단의 역할 확대도 강조했다. 자원개발 관련 교육 및 민간 지원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공기업으로서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다. 자원개발 생태계를 복원하고 민간기업 참여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선 세제·금융 지원도 중요하지만 공기업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공신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박 부회장은 “예를 들어 석유 분야에 석유공사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SK나 GS 같은 정유업체가 단독으로 개발사업을 확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민간회사들은 새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망설임을 보이는 일이 많은데 그럴때 공기업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광물분야 하나만 보더라도 광해광업공단은 해외전문인력이 많고 그동안 사업을 가장 열심히 해왔다”며 “공단을 제외하면 해외자원개발을 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일부 회사들이 관심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려 해도 역량이 없으면 함께 참여해 줄 공기업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광해광업공단이 투자한 암바토비 플랜트.
▲광해광업공단이 투자한 암바토비 플랜트.

그는 “민간중심의 자원개발을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공기업의 자원개발기능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문제는 두 가지로, 자원공기업의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지원과 광해광업공단을 위한 법개정”이라고 셈했다.

박 부회장은 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대해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사업에 공기업은 배제된 상황”이라며 “만약 석유공사나 가스공사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해준다면 신규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기업의 자원개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노력 뿐 아니라 국회가 도와줄 일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망 위기와 맞물려 자원안보가 산업정책의 한 축이 된 점을 인식해 기존의 사후대응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자원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하고 위기대응 역량을 제고하는 자원안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순기 해외자원개발협회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원자재 수급불안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가격상승이 지속되는데 어째서 지금 해외자원개발을 주장하는지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다”며 “하지만 2013년 원자재 불황 당시 여론은 낮은 원자재 가격 때문에 해외자원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자원개발이 필요할 때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하고 ‘상투 잡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에 머뭇거리면 계속 못할 수밖에 없다”며 “투자규모를 늘리는 것보다는 투자정책의 일관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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