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업, 이사람] 배터와이 & 한세경 대표
온라인 기반 실시간 배터리 상태진단 플랫폼 구현

▲한세경 배터와이(BETTERWHY) 대표가 스마트폰으로 캠핑카내 전력기기 조작은 물론 배터리 잔량, 출력상태, 이상징후 확인까지 가능한 앱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한세경 배터와이(BETTERWHY) 대표가 스마트폰으로 캠핑카내 전력기기 조작은 물론 배터리 잔량, 출력상태, 이상징후 확인까지 가능한 앱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이투뉴스] “퍽!” 작은 풍선이 터지는 정도의 폭음과 함께 병렬로 연결된 네 개의 이차전지(Cell) 가운데 세 번째 셀 끝단에서 불꽃이 튀었다. 연구원들이 전선 한 가닥을 일부러 끊어 과열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여기 보시면 전압이 약간 틀어져 있기는 한데, 일반적인 BMS(배터리관리시스템)는 이걸 셀 밸런싱 대상으로 간주하지 이상이라고 보지 않거든요. 그런데 우리 시스템은 셀 한 개의 내부저항이 높다고 판단해 이미 이렇게 알람을 띄웠습니다.” 

한세경 배터와이(BETTERWHY) 대표가 노트북 모니터 속 알람 메시지와 그래프를 가리켰다. 작은 수조 위에 놓인 시험대는 유사한 시험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탓에 여러 곳이 그을려 있다. 한 대표는 “대기업을 포함해 너도나도 배터리 진단사업을 한다니까 (경쟁해서)잘 할 수 있겠냐고들 물으신다”면서 “이젠 아무나 붙이는 클라우드니 인공지능(AI) 적용이니 하는 말을 강조하기보다 진짜 불이 나는 환경에서 실제 정확한 분석과 진단을 해내는지로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2산업단지 배터와이 본사. “배터리가 비정상일 때 시스템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 보여드리겠다”는 한 대표를 따라 팩(Pack) 조립라인 옆 실험실로 이동해 시연을 지켜봤다.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셀 내부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빨갛게 달아올랐고, 겁이 나 몇 걸음 뒤로 물러서는 사이 그 셀이 외마디 폭음을 내며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배터와이 BMS는 내부저항 등 40여개 항목의 데이터 추이를 추적‧분석하고 있다가 미리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방식으로 셀 이상 징후를 사전에 완벽히 진단할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ESS든 전기차든 화재나 고장의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BMS가 보내주는 데이터속 유용한 정보와 규칙을 비지도기계학습(unsupervised learning) 기반의 AI 플랫폼으로 놓치지 않고 들여다 볼 수 있어서다.

한 대표는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값만으로 건강상태를 모두 알 수 없듯, 전압‧전류값만으로는 미래 배터리 상태를 알 순 없다. 처음엔 비슷하게 변하지만 나중에 한 놈이 먼저 이상을 보이는데 그걸 파악해 내야 한다”면서 “그런 면에서 배터와이는 데이터과학(data science)으로 고객도, BMS도 모르는 배터리병(病)을 잡아내는 의사”라고 말했다.

▲배터리 절연 파괴 등 이상상황을 부여해 상태감시 경고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시험을 벌이고 있다.
▲배터리 절연 파괴 등 이상상황을 부여해 상태감시 경고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시험을 벌이고 있다.

배터와이는 경북대 전기공학과 교수인 한 대표가 2020년 5월 대학 산‧학협력기업으로 창업한 ‘온라인 기반 실시간 배터리 상태진단 플랫폼’ 벤처기업이다. 그는 한양대와 서울대, 도쿄대 등에서 전기공학과 배터리, 컴퓨터과학 등을 전공한 뒤 대기업 BMS연구원과 한전 FR용 ESS 사고조사위원장 등을 지내며 데이터기반의 배터리 관리 필요성을 절감했다. BMS와 관리체계 고도화가 ESS 문제해결의 단초란 진단이다.

창업 2년만에 대학연구실 기초연구인력과 본사 연구인력간 시너지를 발휘해 배터리 관련 기술특허 9건을 등록하고 16건을 출원하는 등 아직 규모는 작지만 이 분야 퍼스트무버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대학 연구실 20명, 칠곡산단 본사 기술개발실에 23명 등 모두 43명의 적잖은 전문인력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기존 배터리제조사와 배터리 패킹업체들까지 앞다퉈 Baas(Battery as a Service) 서비스시장 진출을 발표하면서 말보다 실력으로 후발주자를 따돌리는 전략이 필요했다. 캠핑카 제작업체와 협력해 대당 배터리용량이 14kWh인 내장형 ESS에 LTE통신으로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클라우드 BMS 서비스를 선보였다. 스마트폰앱으로 캠핑카내 전력기기 조작은 물론 배터리 잔량, 출력상태, 이상징후까지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캠핑카 전시회에 처음 이 서비스를 적용한 캠핑카를 론칭했는데, 사흘만에 100대가 팔려나갔고, 이후로도 100대 가량 추가 주문이 왔다고 한다. 실제 배터와이는 이렇게 실시간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전해액이 흘러나온 캠핑카 배터리를 리콜하기도 했다. 일정 서비스비용만 지불하면 누구나 캠핑카 깊숙한 곳의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진입장벽이 낮고 데이터 취득과 진단이 비교적 용이한 캠핑카 시장을 통해 온라인 배터리 상태진단 플랫폼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한 것이다.

이 시장에서의 실증성공은 전기차와 상업용 ESS시장으로의 외연 확대를 위한 기반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시스템의 전압차가 있을 뿐, 단위 셀당 전류부하나 스트레스는 캠핑카 ESS나 전기차나 큰 차이가 없다. 한 대표는 "배터리의 관점에서 보면 셀용량이 크냐 적냐보다 방전율(C-rate)이 얼마냐가 스트레스를 결정하는 주요인"이라며 "그래서 셀 단위의 데이터 취득과 정확한 분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터와이는 7년 이상 쌓은 배터리 물성연구과 진단 알고리즘 연구실적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40여개의 진단 프로퍼티(property)를 확보했다. 기존 BMS 대비 10배 이상 더 정밀하고 다각적으로 배터리 상태진단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빅데이터와 고도화 알고리즘, 클라우드를 이용한 머신러닝으로 전통 BMS의 한계도 뛰어넘고 있다. 기존 BMS는 실험실 특정조건의 데이터와 배터리 물성변화를 고려하지 못하는 알고리즘을 탑재하고 있고, 장치도 빅데이터 처리가 불가능했다. 또 BMS의 자체 소모전류 등 데이터 측정오차가 크고 자가진단도 불가능해 오작동 시 화재가능성이 있었다.

반면 배터와이 BMS는 실제운용 빅데이터와 노후화 영향 데이터까지 고려한 동적 알고리즘을 적용하는데다 클라우드 기반 머신러닝으로 빅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며, 센싱오차 등 기초데이터 보정 및 BMS 오작동 여부 모니터링도 수월하다. 현재 배터리제조사들은 화재 예방과 배터리 안전성 강화를 위해 BMS와 Baas조직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클라우드 BMS 개발은 컨셉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두기업으로 난관이 없는 건 아니다. 현재 배터리에서 발생되는 각종 데이터는 공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소수 배터리제조사들의 전유물처럼 다뤄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교통안전공단조차 전기차 정기검사 시 정보접근이 애를 먹고 있고, ESS나 전기차 화재사고 때도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배터리제조사가 내부용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배터와이 역시 문턱 낮은 캠핑카 시장을 통해 실시간 배터리 상태진단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했지만, 데이터 공개에 관한 관련 규정 미비로 전기차와 ESS시장으로의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세경 대표는 "보증기간이 끝난 전기차는 폐차 전 개별 셀 단위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KC규격처럼 정부가 데이터 소유와 표준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배터리제조사가 무한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E-bike와 상업용 드론 플랫폼 진출을 시작으로 향후 중고전기차 거래, 배터리 가치평가, 전기차 정기검사, 한전 FR ESS Bass, 각종 화재사고 원인규명 등 공적영역 비즈니스로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칠곡=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배터와이 한세경 대표와 연구원들이 클라우드로 수집된 배터리 상태정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배터와이 한세경 대표와 연구원들이 클라우드로 수집된 배터리 상태정보 분석방법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