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량요금 삭감안 규칙개정위 상정 추진
"민간발전사 겨냥 변칙적 개정 불합리"

▲수도권 소재 한 민자 가스발전소
▲수도권 소재 한 민자 가스발전소

[이투뉴스] 전기 생산원가(석탄·석유·가스·신재생) 인상분을 소비자 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해 매 분기별로 수조원대 적자를 쌓고 있는 한전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 도매시장 쥐어짜기에 나설 움직임이다.

유일한 전력 판매회사인 자사는 적자에 허덕이는데, 천연가스를 직수입하는 일부 발전사들은 전력시장가격(SMP) 상승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와 관련 전력당국은 사실상 LNG복합·열병합을 겨냥한 용량요금(CP) 일부 삭감안을 검토 중인데, 원가를 충실히 반영하는 요금제 개편은 도외시 한 채 임기응변책으로 전력시장제도 왜곡만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이달 4일 열리는 전력시장규칙개정위원회 실무위원회에 용량요금 연료전환성과계수(FSF, Fuel Switching Factor)의 환경기여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규칙개정 제안안과 기준용량가격(RCP) 기대이익 차감안을 각각 부의할 예정이다.

용량요금은 전력설비 투자유인과 발전사들의 설비투자비 회수를 목적으로 2001년 전력시장 개설당시 도입한 제도다. 실제 발전여부와 관계없이 하루 전 입찰에 참여한 발전기 설비용량만큼 정산을 받는다.

택시요금으로 비유하면 CP는 기본료이고, SMP(에너지요금)는 거리에 비례해 지불하는 주행료다. 정산은 시간대별 공급가능용량에 기준용량가격(RCP), 지역계수(LF), 연료전환계수(FSF), 시간대별용량가격계수(TCF) 등을 곱한 값으로 구한다. 연간 7조원 내외 규모다.

이번에 한전이 조정을 제안한 FSF는 산업부가 2016년 11월 제11차 비용평가위원회에서 신설한 항목이다. 발전기여도와 환경기여도에 따라 석탄은 계수 0.91~0.93, LNG는 1.0367을 각각 적용하고 있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적게 배출하는 발전원일수록 유리하며, 신설 당시엔 석탄·원전 대비 시장서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해 경영난을 겪는 LNG복합·열병합의 수익률을 개선해 주는 취지도 있었다. 

FSF내 기여도는 발전기여도 80%, 환경기여도 20%를 각각 반영하는데, 한전은 이 가운데 환경기여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안대로 FSF에서 환경기여도를 없애면, LNG발전은 GW당 연간 약 25억원씩 1000억원 안팎의 CP수익이 감소한다.(석탄은 GW당 55억원씩 증가)

이런 움직임에 대해 발전사들은 전기원가를 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재무구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한전이 시장제도 임의 조정을 통해 도매시장에 참여하는 민자발전사들의 정산금 축소를 도모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앙급전발전기에 모두 CP를 지급하고 있지만, FSF 대상 발전기가 주로 민간발전기들인데다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5개 발전자회사 몫은 언제든 정산조정계수로 되돌려 주거나 추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발전사들은 이런 규칙개정 제안이 나온 시점과 배경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한전은 전력 판매가와 매입가간 격차로 올해 1분기에만 6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일부 민간발전사들은 작년 동기대비 2배 이상 뛰어오른 도매시장가격(SMP)으로 모처럼 얼굴에 회색이 돌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NG를 해외서 직수입하는 일부 발전사의 경우 최근 몇 년 손실을 만회할 정도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이라며 "한전 입장도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대개의 민간발전사들은 이같은 조치가 친환경발전원 우대란 국가 에너지정책과 배치되는 시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자사 관계자는 "FSF에서 환경기여도를 없애면, 연료가격이 낮아 가동률이 높은 석탄발전 기여도와 용량요금 수익은 증가하는 반면 LNG 등 저배출원의 기여도는 저평가돼 저탄소 에너지정책과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전은 환경급전제 시행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배출권 할당제가 현재 석탄발전을 우대 및 과다할당해 석탄의 원가상승은 미미하며, 2024년 이후 할당기준도 정해지지 않아 환경급전의 유효성 여부도 아직 알 수 없다"면서 "전기료 원가가 오를 때마다 손실분을 만회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도매시장 제도를 건드린다면, 전체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전이 용량요금 FSF 환경기여도 삭제와 함께 규칙개정위에 제안할 예정인 'RCP 기대이익 차감 상정안'도 불분명한 취지로 뒷말을 낳고 있다. RCP는 신인천 복합발전의 가스터빈을 기준을 건설투자비와 운전유지비를 진입연도에 따라 차등 지급하고 있다.

2020년 진입 발전기 기준 RCP는 kWh당 10.63원이다. 

한전은 이에 대해 "RCP는 기준발전기가 변동비 마진이 없다는 전제아래 고정비 회수를 위해 필요한 제도인데, 최근 예비력시장이나 보조서비스시장 확대로 부가정산금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그 이익을 차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발전사들은 한전이 기대이익이란 모호한 용어를 동원해 도매시장 참여 발전사들의 수익을 추가 회수하려는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A발전사 관계자는 "복합발전은 현행 RCP 체제로 변동비 마진으로 고정비 손실을 회복해야 하지만, 지역자원시설세나 법인세 등 제대로 보상되지 않는 변동비로 마진 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대비용은 배제하고 기대이익만 반영하겠다는 개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용량가치의 임의적 절하는 피크부하를 담당하는 복합발전의 고정비 회수를 더 어렵게 해 전력수급에도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면서 "이런 변칙적인 제도개선 대신 원가를 즉각 요금에 반영하는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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