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최근 태양광산업, 그 중 태양광발전사업업계는 이 문장처럼 제각각 이유로 온갖 불협화음만 들린다. 

중소규모 사업자가 참여하는 태양광발전사업은 기존 A협회와 신설 준비 중인 B협회 간 날선 신경전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진정한 발전사업자의 대변인이라며 서로를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양측은 한때 사업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목표로 힘을 모았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갈라서면서 상대에 대한 비방전을 주고받고 있다. 

A협회는 B협회의 존재에 대해 마뜩찮아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A협회 관계자는 "우리도 오래전부터 태양광사업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데 B협회가 세를 불리기 위해 꼬투리를 잡고 연일 비방만 하고 있다"며 "우리와 대등한 관계가 아닌 자신들이 더 대단하다는 듯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어 달갑지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후발주자인 B협회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달라며 차이점을 어필한다. 이들은 이달 창립총회를 열고, 산업통상자원부에 협회 신설 인가신청을 냈다. 빠른 시일 내로 정식협회로 다시 태어나 중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겠다며 산업부뿐만 아니라 A협회와도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제주도를 대상으로 출력제한이 이어지면서 먼저 행동에 나선 B협회는 “우리만 여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으며, 산업부가 SMP상한제 도입을 예고한 후 A협회가 전력당국과 만나 한 게 무엇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자 이를 지켜보고 있는 태양광사업자들은 서로 이해관계를 맞추고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내고 있다.한 태양광발전사업자는 "두 단체 모두 자기자리에서 헌신하고 있지만 산업부나 한전, 에너지공단에 대항하기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서로 헐뜯고 무시하는 모습이 보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출 것이란 소문이 들리자 태양광사업자들은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는 분열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나만 옳다'는 독선이 아니라 함께 협력하는 지혜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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