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증가에 물량확보 비상 걸려

[이투뉴스] 전 세계적인 배터리 부족으로 미국내 대형 재생에너지 연계형 ESS(에너지저장장치) 구축사업이 도처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전력망 연계 재생에너지 ESS구축사업이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으며 일부는 재계약이 논의되고 있다. 폐쇄 예정인 화석연료 발전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계획도 무산되거나 지연되면서 정전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소 12개 재생에너지 ESS사업이 연기되거나 최소됐다. 이 중 일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송 지연에 따른 재계약을 진행 중이다.

ESS사업자들은 전기차 산업과의 배터리 확보 경쟁에서도 밀려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한 프로젝트는 가격 분쟁으로 최근 법원 소송까지 이어졌다. 발전소 규모 ESS사업 둔화는 미국의 화석연료 퇴출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위협이 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35년까지 전력망의 탈탄소화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업 지연으로 캘리포니아 주처럼 재생에너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전력부족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력저장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확대에 중요한 요소다. ESS는 재생에너지 전력생산이 많은 낮이나 풍량이 많은 시간에 발전된 전력을 미리 저장해 놓을 수 있는 장치다. 

사업 지연은 캘리포니아주와 하와이주, 조지아주 등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테슬라와 플로런스 등 현지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이 배터리 공급 차질을 공지한 상태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로 ESS사업 지연이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규모면에서 미국보다 많지 않아 도드라지지 않고 있다.  

영국 배터리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그레스햄 하우스 에너지 스토리지 펀드사는 원자재 부족과 수송의 어려움 때문에 2~3개월 가량 사업 지연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SS는 미국 청정에너지 용량의 약 3%를 차지하고 있으며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미 청정전력협회는 1분기 동안 758MW의 ESS 설치, 170% 규모가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14만4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세는 공급 차질로 꺾여 예상보다 부진을 겪고 있다. 

우드맥킨지는 올해 미국 ESS 설치 전망값(5.9GW)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작년 실제 설치량도 당초 예상의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은 지난해 20%가량 상승했다.

리튬과 니켈 가격이 상승하고,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제조와 교통, 수송에 차질을 야기하면서다. 생산된 제품의 4분의 3은 중국산이다. 

아울러 전기차 제조사들의 배터리 주문량이 늘면서 ESS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기차 시장을 선호하면서다. ESS사업은 주문량이 일정치 않은 반면 전기차 제조사들의 주문은 예상 가능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연구소 리스태드도 전기차 산업의 배터리 주문량 증가로 발전소 규모 ESS사업의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양광 사업 둔화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미 상무부가 중국 태양광 제조사들의 무역관세 회피 여부를 조사하면서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주요 부품 수입이 중단됐다.

이 때문에 미국 태양광 산업이 정체되면서 ESS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태양광 사업과 함께 ESS를 설치해야 연방 정부의 세금 공제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체된 태양광 설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상무부 조사로 영향을 받은 국가들로부터 수입한 모듈에 대해 2년간 관세를 면제해주겠다고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ESS사업의 둔화는 올여름 폭염기간 전력 부족 사태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에디슨 전력사에 설치될 예정인 535MW급 ESS사업은 8월까지 300MW만 완성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주의 센트럴 코스트 커뮤니티 에너지사도 6개 청정에너지 사업의 지연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개발사들은 6~12개월의 사업 지연을 예상하고 있다. 

EDF는 에너지저장시설의 부품 가격이 높아지면서 당초보다 233% 높은 7680만 달러를 요구해 법원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와이 전력회사는 9월 폐쇄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를 교체하기 위해 진행한 태양광 ESS사업의 지연에 직면해 있다. 전력회사는 태양광과 저장 계획 설치량 378.5MW 가운데 39MW만이 석탄화력 폐쇄 전에 운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세계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ESS 시설이 2030년까지 585GW로 확대해야 한다고 추산됐다. 이는 2020년 대비 35배 많은 양이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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